[입시초대석] '수능강자' 공주한일고, 수시공략으로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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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학교, 학습동아리·진로아카데미 등 다양한 프로그램 승부수
☞ '전직 시장' 이준원 한일고 교장의 특별한 변신
[ 김봉구 기자 ] “한일고는 그간 대입 정시모집 준비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뀌고 있어요. 입시 트렌드에 발맞춰 정시 못지않게 수시에도 대비한다는 점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2015학년도 입시(중복합격 포함) 서울대 27명, 연세대 20명, 고려대 16명 합격. 한국과학기술원(KAIST) 10명, 경찰대 13명, 의학계열 합격자도 68명에 달한다. 충남 공주 한일고 졸업생 159명의 진학 실적이다. 일반고(자율학교) 중에선 두드러지는 성적표다.
그럼에도 학교는 변화를 택했다. 한일고는 ‘수능 강자’로 유명하다. 수능 위주 정시에 경쟁력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요대학들의 정시 비중이 줄고 수능 변별력마저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준원 교장(사진)은 “최근 유명대학들은 대부분 수시 위주로 가고 있다. 계속 정시를 고집하다가는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교육 청정학교', 방과후학교로 수시 대비
한일고의 대표 브랜드는 ‘사교육 없는 학교’다.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 학교를 감싸 안은 구작(九爵)골이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한적한 농촌 지역에 위치했다. 기숙형에 휴대폰 사용 금지, 학생 8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 공동체 생활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사교육 받기를 포기했다.
다만 이런 강점은 정시 맞춤형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는 수시전형에선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다. 신인수 교감은 “도시 학교처럼 학생들에게 여러 활동이나 체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방과후학교 운영에 나섰다”고 귀띔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시의 근간인 수능 난이도 저하다. 한일고는 전통적으로 경찰대 합격자 수가 많다. 경찰대 입시전형에선 수능과 별개의 고난이도 국어·영어·수학 시험을 치른다. 경찰대 진학 실적이 좋다는 것은 학생들의 국영수 실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이런 한일고의 강점이 십분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 교장은 “지금까지는 수시보다 정시 위주로 대비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물수능이었던 작년의 경우 우리 학생들의 수능 1등급 비율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면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근 교직원 연수에서도 수시 위주 전략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 동아리·진로교육, 노하우에 네트워킹 더했다
학습동아리 활동이 대표적이다. 65개 동아리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학기마다 수업 대신 3일간 발표회를 열어 동아리 특성과 활동 내역, 계획 등을 발표할 만큼 열기가 뜨겁다. 우수동아리를 선정해 책자로도 펴낼 예정이다. 신 교감은 “수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이라며 “동아리 활동을 효과적으로 학생부에 녹여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네트워킹이 빛을 발한 진로아카데미도 강점으로 꼽힌다. 의사, 변호사, 대학 교수 등 전문직 학부모들이 학교 부탁에 흔쾌히 학생들 상담자로 나선다. 자녀 친구와 친구 부모란 친밀한 관계를 토대로 한 현업 종사자들의 생생한 조언이 효과 만점이다. 지난달 초 열린 올해 아카데미에선 김낙회 관세청장을 비롯해 특허청 사무관, 방송 PD 등이 강단에 섰다.
이승섭 KASIT 입학처장, 소설가 김진명씨 등이 참여한 명사초청특강, 하버드대 아시아재단 강사들과 한일고 학생들의 1박2일 영어토론 프로그램인 ‘하버드 컨퍼런스’도 운영 중이다. 또 하나 한일고가 강조하는 것은 인성 관련 프로그램이다.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경로효친행사 및 의료봉사활동을 비롯해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농촌체험활동이 1년 내내 계속된다.
정규수업뿐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을 통해 수시를 준비하는 셈이다. 이 교장은 “예컨대 2인1실은 갈등이 생기면 조정이 안 되고 3~5명이 한 방을 쓰면 패가 갈린다. 그런데 8명이 함께 생활하니 자기 뜻대로만 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아 배려하는 습관을 익힌다”면서 “한일고 졸업생은 대학을 비롯한 어떤 조직에 가서도 빠르게 적응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전국 70%, 충남 30% 이원화해 신입생 선발
한일고는 올해 입시에서 전국단위선발전형으로 정원의 70%를, 충남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단위선발전형으로 나머지 30%를 뽑는다. 전형과 일정을 이원화해 전국단위선발은 12월2~4일, 광역단위선발은 12월7~8일 원서를 접수받아 각각 전형을 진행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치러지는 전국단위선발은 1단계에서 내신 성적과 출결로 1.5~2배수를 추려낸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서류평가,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선발고사전형인 광역단위선발은 내신 200점(69%), 선발고사 성적 90점(31%)으로 반영해 당락을 가린다.
충남 지역 학생들 대상 광역단위선발전형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아니라 다른 도내 학교들과 똑같이 선발고사 방식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게 특징이다. 전국단위선발전형은 지난해 모집요강과 동일하다.
단 광역단위선발전형 일정이 도내 학교들과 동시에 진행돼 수험생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한일고에 불합격할 경우 충남 지역 학교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전형 일정이나 선발전형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허용해줬으면 한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탄력 있는 운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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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 김봉구 기자 ] “한일고는 그간 대입 정시모집 준비에 집중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바뀌고 있어요. 입시 트렌드에 발맞춰 정시 못지않게 수시에도 대비한다는 점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알리고 싶습니다.”
2015학년도 입시(중복합격 포함) 서울대 27명, 연세대 20명, 고려대 16명 합격. 한국과학기술원(KAIST) 10명, 경찰대 13명, 의학계열 합격자도 68명에 달한다. 충남 공주 한일고 졸업생 159명의 진학 실적이다. 일반고(자율학교) 중에선 두드러지는 성적표다.
그럼에도 학교는 변화를 택했다. 한일고는 ‘수능 강자’로 유명하다. 수능 위주 정시에 경쟁력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주요대학들의 정시 비중이 줄고 수능 변별력마저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시,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대비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준원 교장(사진)은 “최근 유명대학들은 대부분 수시 위주로 가고 있다. 계속 정시를 고집하다가는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교육 청정학교', 방과후학교로 수시 대비
한일고의 대표 브랜드는 ‘사교육 없는 학교’다. 공주시 정안면 광정리, 학교를 감싸 안은 구작(九爵)골이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한적한 농촌 지역에 위치했다. 기숙형에 휴대폰 사용 금지, 학생 8명이 한 방을 사용하는 공동체 생활을 강조한다. 학생들은 사교육 받기를 포기했다.
다만 이런 강점은 정시 맞춤형으로 볼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을 요구하는 수시전형에선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도 있다. 신인수 교감은 “도시 학교처럼 학생들에게 여러 활동이나 체험을 제공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방과후학교 운영에 나섰다”고 귀띔했다.
가장 큰 이유는 정시의 근간인 수능 난이도 저하다. 한일고는 전통적으로 경찰대 합격자 수가 많다. 경찰대 입시전형에선 수능과 별개의 고난이도 국어·영어·수학 시험을 치른다. 경찰대 진학 실적이 좋다는 것은 학생들의 국영수 실력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이런 한일고의 강점이 십분 발휘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
이 교장은 “지금까지는 수시보다 정시 위주로 대비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 물수능이었던 작년의 경우 우리 학생들의 수능 1등급 비율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면서 “환경 변화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최근 교직원 연수에서도 수시 위주 전략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 동아리·진로교육, 노하우에 네트워킹 더했다
학습동아리 활동이 대표적이다. 65개 동아리가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학기마다 수업 대신 3일간 발표회를 열어 동아리 특성과 활동 내역, 계획 등을 발표할 만큼 열기가 뜨겁다. 우수동아리를 선정해 책자로도 펴낼 예정이다. 신 교감은 “수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이라며 “동아리 활동을 효과적으로 학생부에 녹여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부모 네트워킹이 빛을 발한 진로아카데미도 강점으로 꼽힌다. 의사, 변호사, 대학 교수 등 전문직 학부모들이 학교 부탁에 흔쾌히 학생들 상담자로 나선다. 자녀 친구와 친구 부모란 친밀한 관계를 토대로 한 현업 종사자들의 생생한 조언이 효과 만점이다. 지난달 초 열린 올해 아카데미에선 김낙회 관세청장을 비롯해 특허청 사무관, 방송 PD 등이 강단에 섰다.
이승섭 KASIT 입학처장, 소설가 김진명씨 등이 참여한 명사초청특강, 하버드대 아시아재단 강사들과 한일고 학생들의 1박2일 영어토론 프로그램인 ‘하버드 컨퍼런스’도 운영 중이다. 또 하나 한일고가 강조하는 것은 인성 관련 프로그램이다. 지역적 특성을 감안한 경로효친행사 및 의료봉사활동을 비롯해 모내기부터 추수까지 농촌체험활동이 1년 내내 계속된다.
정규수업뿐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을 통해 수시를 준비하는 셈이다. 이 교장은 “예컨대 2인1실은 갈등이 생기면 조정이 안 되고 3~5명이 한 방을 쓰면 패가 갈린다. 그런데 8명이 함께 생활하니 자기 뜻대로만 해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아 배려하는 습관을 익힌다”면서 “한일고 졸업생은 대학을 비롯한 어떤 조직에 가서도 빠르게 적응하는 교육적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 전국 70%, 충남 30% 이원화해 신입생 선발
한일고는 올해 입시에서 전국단위선발전형으로 정원의 70%를, 충남 지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광역단위선발전형으로 나머지 30%를 뽑는다. 전형과 일정을 이원화해 전국단위선발은 12월2~4일, 광역단위선발은 12월7~8일 원서를 접수받아 각각 전형을 진행한다.
자기주도학습전형으로 치러지는 전국단위선발은 1단계에서 내신 성적과 출결로 1.5~2배수를 추려낸 뒤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서류평가, 면접으로 최종합격자를 선발한다. 선발고사전형인 광역단위선발은 내신 200점(69%), 선발고사 성적 90점(31%)으로 반영해 당락을 가린다.
충남 지역 학생들 대상 광역단위선발전형의 경우 자기주도학습전형이 아니라 다른 도내 학교들과 똑같이 선발고사 방식으로 평가해 신입생을 선발하는 게 특징이다. 전국단위선발전형은 지난해 모집요강과 동일하다.
단 광역단위선발전형 일정이 도내 학교들과 동시에 진행돼 수험생 입장에선 부담이 된다. 한일고에 불합격할 경우 충남 지역 학교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전형 일정이나 선발전형 비율을 조정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이 허용해줬으면 한다.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탄력 있는 운영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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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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