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세청 고위직들, 잇단 대형 로펌행
전직 국세청 고위직(2급 이상)의 대형 로펌행이 이어지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 제한기간(2년)이 막 지난 관료가 대부분이다. 다른 일반 부처 출신 고위직에 비해 재취업이 원활한 편이다. 상대적으로 영입 효과가 크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국제조세 등 기업 수요가 많은 분야의 전문가일 경우에는 로펌과 회계법인의 유치전도 치열하다. 취업제한에 걸리지 않는 세무법인 고문 등으로 적을 걸어 놓고 때를 기다리는 국세청 출신 관료도 적지 않다.

◆취업제한 풀린 뒤 속속 로펌행

세무업계에 따르면 박윤준 전 국세청 차장은 이달 초 선진회계법인 고문에서 국내 1위 로펌인 김앤장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보다 앞서 올 6월에는 광교세무법인에 있던 김은호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김앤장에 둥지를 틀었다. 조현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이현세무법인에서 이달 초 법무법인 바른으로 이적했다. 법무법인 바른은 인수합병(M&A) 및 법률자문 등 분야에서 10위권에 드는 대형 로펌이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2013년 4월 국세청 고위직(1급)에서 퇴직했다는 것이다. 세 사람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 1년간 국세청에서 1급으로 재직했고, 최근 취업제한이 풀렸다.

25년간의 세무공무원 경력 대부분을 국제조세 업무 분야에서 쌓은 박 전 차장은 퇴직하자마자 대형 로펌과 회계법인으로부터 영입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조세 관련 소송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은호 전 청장과 조현관 전 청장은 기업들이 가장 민감해하는 세무조사 관련 분야에서 공무원 생활의 절반 이상을 했다는 점에서 로펌들의 영입 대상이 됐다.

◆줄줄이 대기 중인 퇴임 고위직

아직 취업제한 기간이 끝나지 않은 전직 국세청장 및 지방청장, 국장 등 고위직 출신들은 세무법인 등에서 숨을 죽이고 있다.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 기간 동안에는 자본금 50억원 이상, 외형 거래액 150억원 이상의 대형 로펌, 세무법인, 기업체 등에는 취업할 수 없다.

하지만 세무사로서 세무법인에서 일하는 것에는 제한이 없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국세청 고위직 출신 퇴직자들은 퇴직 후 2~3년 동안 세무법인에서 일하다가 이후 대기업, 로펌 등으로 자리를 옮긴다.

지난해 8월 퇴임한 김덕중 전 국세청장은 최근 소규모 세무법인에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그만둔 이전환 전 국세청 차장도 세무법인 광교에 자리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3년 8월 퇴직한 송광조 전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그해 말 퇴임한 이승호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세무법인 택스세대에서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고 지난해 12월 물러난 강형원 전 대구지방국세청장과 이학영 전 중부지방국세청장은 각각 세무법인 정우와 호연에 둥지를 틀었다.

취업제한 기한이 지났지만 이현동 전 국세청장은 대형 로펌 등으로 가지 않고 여전히 세무법인에서 일하고 있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국세청장 출신은 오히려 취업제한이 풀려도 바로 대형 로펌이나 대기업으로 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국세청장 출신이라는 경력으로 자칫 여론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로펌들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