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재 혁명'…대구 안경산업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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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한류'…70년 전 기술 전수받은 일본에 역수출
중국산 공세에 고사 위기…항공기 소재로 일본서 돌풍
작년 수출 1억2000만弗 돌파
안경업체 수 6년 만에 두 배로…플라스틱 안경 수출 17배 증가
휴대폰 가공기술과 안경의 융합
일감 줄어든 휴대폰 부품사들, 첨단 제조기술을 안경에 접목
IoT·블루투스 기능 안경 개발
위치추적발신장치 안경 등 ICT 기술로 새로운 도약 준비
중국산 공세에 고사 위기…항공기 소재로 일본서 돌풍
작년 수출 1억2000만弗 돌파
안경업체 수 6년 만에 두 배로…플라스틱 안경 수출 17배 증가
휴대폰 가공기술과 안경의 융합
일감 줄어든 휴대폰 부품사들, 첨단 제조기술을 안경에 접목
IoT·블루투스 기능 안경 개발
위치추적발신장치 안경 등 ICT 기술로 새로운 도약 준비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고사 위기에 처했던 대구의 안경산업이 ‘신소재 안경’으로 부활했다. 한때 안경 제조업체 수가 절반으로 줄었던 대구 안경산업이 ‘울템’이라는 신소재를 활용한 안경테 개발과 생산에 성공하면서 도약하고 있다.
울템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개발한 플라스틱 신소재로 항공기 부품과 녹즙기 스크루 등에 사용된다. 울템은 가벼운 데다 색상 표현이 자유롭고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초탄성을 지녀 안경업계에서 최고 인기 소재다.
대구의 안경업계는 특허가 풀린 이 소재를 안경테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안경테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구 안경산업은 국내 안경테 생산과 수출의 80%를 점하고 있다. 1945년 일본 기술을 들여와 시작한 대구 안경산업이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은 일본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울템 안경테 제조업체인 로고스텍의 박재은 사장은 14일 “생산직 일부를 제외하고는 휴가도 반납하고 일본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00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한 이 회사는 일본에 900여개 매장을 둔 메가네톱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구 안경의 효시는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다. 1945년 고(故) 김재수 회장이 대구 북구 원대동에 설립했다. 일본 최대 안경 생산지인 후쿠이현에서 안경테 제조업을 하던 김 회장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망 분위기가 감지되자 위험을 무릅쓰고 주요 기계를 대구로 이전, 공장을 세웠다.
이후 국내 안착에 성공해 1960년 대구에서 최초로 홍콩에 3000달러어치의 안경테를 수출했으며 한때 종업원 수가 3000여명에 달했다. 김재수 회장 등의 성공에 힘입어 대구 북구는 한국 안경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안경특화거리, 안경특구로 지정됐다. 업체 수는 한때 700여개까지 늘었다.
잘나가던 대구 안경산업은 2009년 위기를 맞았다. 1억3230만달러까지 갔던 수출이 1억달러 밑으로 밀렸다. 업체 수도 288개로 급감했다. 여기서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게 바로 울템안경테다. 로고스텍과 베타플라스틱 등 대구의 대형 안경업체가 울템을 활용한 안경테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다른 업체들이 잇따라 개발에 나섰다. 신기술 개발로 2009년 8581만달러에 그쳤던 대구의 안경테 수출이 지난해엔 1억2000만달러까지 늘었다. 특히 울템이 포함된 플라스틱 안경테 수출은 2009년 268만달러에서 지난해 4847만달러로 17배나 증가했다. 업체 수도 올해 560개로 늘었다.
손진영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일본에 수출한다는 것은 품질에 관한 한 인정받은 것”이라며 “세계 안경시장에서 대구의 신소재 안경이 핫이슈가 되고 있어 수출다변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손 원장은 “일본 수출만 지난해 4000만달러를 넘었는데 대구에서 안경을 생산한 지 70년 만의 일”이라며 “기계와 기술을 전수받은 일본에 최고 제품의 안경을 역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이 요구하는 경량화를 ‘소재혁신’으로, 컬러화로 패션 아이템화한 세계 안경시장의 흐름을 ‘기술혁신’으로 대응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휴대폰 협력업체와 안경업계의 협력도 한몫을 했다.
대기업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으로 일감이 줄어든 휴대폰 제조 가공업체들이 휴대폰에 적용한 고급 기술을 안경에 접목하고 두 가지 이상의 재료와 색을 표현하는 이중사출 등 새로운 제조기법으로 대구 안경의 질적 고급화를 이뤄냈다. 박재은 사장은 “울템이라는 신소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구와 구미를 중심으로 한 세계 최고의 사출, 금형, 표면처리 기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1차 협력업체였던 JCS몰드의 이상범 이사는 “대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주문 물량이 줄면서 매출이 100억원대에서 50억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안경 생산에 나서면서 연간 매출 100억원대를 회복했다”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안경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안경산업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고급 안경 관련 특허를 5개나 획득했다. 이 이사는 “수출시장이 일본에서 올해는 미국, 말레이시아로 확대되고 있으며 단순 수출뿐만 아니라 개발 의뢰도 들어와 금형, 사출 등 개발비까지 벌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재 혁신과 전자업계의 기술 접목으로 세계 시장 판도를 바꾼 대구 안경업계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로 또 다른 세계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디자인 브랜드 개발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블루투스 등의 기술을 안경에 접목해 새로운 창조기업을 만드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대구의 국제옵티컬은 여성이나 학생들을 위해 위급 시 가족이나 경찰에게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위치추적발신장치와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ICT 안경을 개발했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만 하던 안경업계가 최근 소재 및 공정혁신을 이뤄내고 자체 브랜드와 디자인 제품으로 수출에 활기를 띠며 창조 기업화하고 있다”며 “ICT업계와의 다양한 협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울템은 제너럴일렉트릭(GE)이 개발한 플라스틱 신소재로 항공기 부품과 녹즙기 스크루 등에 사용된다. 울템은 가벼운 데다 색상 표현이 자유롭고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는 초탄성을 지녀 안경업계에서 최고 인기 소재다.
대구의 안경업계는 특허가 풀린 이 소재를 안경테에 적용하는 기술을 개발, 안경테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구 안경산업은 국내 안경테 생산과 수출의 80%를 점하고 있다. 1945년 일본 기술을 들여와 시작한 대구 안경산업이 광복 70주년을 맞은 지금은 일본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다.
울템 안경테 제조업체인 로고스텍의 박재은 사장은 14일 “생산직 일부를 제외하고는 휴가도 반납하고 일본 수출물량을 맞추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00만달러어치를 일본에 수출한 이 회사는 일본에 900여개 매장을 둔 메가네톱사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구 안경의 효시는 국제셀룰로이드공업사다. 1945년 고(故) 김재수 회장이 대구 북구 원대동에 설립했다. 일본 최대 안경 생산지인 후쿠이현에서 안경테 제조업을 하던 김 회장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망 분위기가 감지되자 위험을 무릅쓰고 주요 기계를 대구로 이전, 공장을 세웠다.
이후 국내 안착에 성공해 1960년 대구에서 최초로 홍콩에 3000달러어치의 안경테를 수출했으며 한때 종업원 수가 3000여명에 달했다. 김재수 회장 등의 성공에 힘입어 대구 북구는 한국 안경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했으며 안경특화거리, 안경특구로 지정됐다. 업체 수는 한때 700여개까지 늘었다.
잘나가던 대구 안경산업은 2009년 위기를 맞았다. 1억3230만달러까지 갔던 수출이 1억달러 밑으로 밀렸다. 업체 수도 288개로 급감했다. 여기서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게 바로 울템안경테다. 로고스텍과 베타플라스틱 등 대구의 대형 안경업체가 울템을 활용한 안경테 개발에 성공했고 이후 다른 업체들이 잇따라 개발에 나섰다. 신기술 개발로 2009년 8581만달러에 그쳤던 대구의 안경테 수출이 지난해엔 1억2000만달러까지 늘었다. 특히 울템이 포함된 플라스틱 안경테 수출은 2009년 268만달러에서 지난해 4847만달러로 17배나 증가했다. 업체 수도 올해 560개로 늘었다.
손진영 한국안광학산업진흥원장은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알려진 일본에 수출한다는 것은 품질에 관한 한 인정받은 것”이라며 “세계 안경시장에서 대구의 신소재 안경이 핫이슈가 되고 있어 수출다변화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손 원장은 “일본 수출만 지난해 4000만달러를 넘었는데 대구에서 안경을 생산한 지 70년 만의 일”이라며 “기계와 기술을 전수받은 일본에 최고 제품의 안경을 역수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이 요구하는 경량화를 ‘소재혁신’으로, 컬러화로 패션 아이템화한 세계 안경시장의 흐름을 ‘기술혁신’으로 대응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휴대폰 협력업체와 안경업계의 협력도 한몫을 했다.
대기업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으로 일감이 줄어든 휴대폰 제조 가공업체들이 휴대폰에 적용한 고급 기술을 안경에 접목하고 두 가지 이상의 재료와 색을 표현하는 이중사출 등 새로운 제조기법으로 대구 안경의 질적 고급화를 이뤄냈다. 박재은 사장은 “울템이라는 신소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구와 구미를 중심으로 한 세계 최고의 사출, 금형, 표면처리 기술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휴대폰의 1차 협력업체였던 JCS몰드의 이상범 이사는 “대기업의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주문 물량이 줄면서 매출이 100억원대에서 50억원대까지 떨어졌으나 최근 안경 생산에 나서면서 연간 매출 100억원대를 회복했다”며 “매출의 절반 이상이 안경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안경산업에 진출한 지 4년 만에 고급 안경 관련 특허를 5개나 획득했다. 이 이사는 “수출시장이 일본에서 올해는 미국, 말레이시아로 확대되고 있으며 단순 수출뿐만 아니라 개발 의뢰도 들어와 금형, 사출 등 개발비까지 벌고 있다”고 말했다.
신소재 혁신과 전자업계의 기술 접목으로 세계 시장 판도를 바꾼 대구 안경업계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로 또 다른 세계 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 디자인 브랜드 개발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블루투스 등의 기술을 안경에 접목해 새로운 창조기업을 만드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대구의 국제옵티컬은 여성이나 학생들을 위해 위급 시 가족이나 경찰에게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위치추적발신장치와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ICT 안경을 개발했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해외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만 하던 안경업계가 최근 소재 및 공정혁신을 이뤄내고 자체 브랜드와 디자인 제품으로 수출에 활기를 띠며 창조 기업화하고 있다”며 “ICT업계와의 다양한 협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