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자동차세…6천만원대 BMW-2천만원대 쏘나타 세금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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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못따라가는 자동차 세제 - 50년째 '배기량 기준' 고수
엔진 줄이고 출력 높이는 신기술 반영 못해
재산가치 따라 세금 못매겨…국산차 역차별
선진국처럼 가격·출력 등 여러 요소 감안해야
엔진 줄이고 출력 높이는 신기술 반영 못해
재산가치 따라 세금 못매겨…국산차 역차별
선진국처럼 가격·출력 등 여러 요소 감안해야
배기량에 따라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현행 조세체계가 고가 수입차와 국산차 간 역차별을 불러오고 있다. 자동차세는 보유 재산 가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재산세지만, 수억원대 수입차에 부과되는 세금이 2000만~3000만원대 국산차보다 더 적은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같은 조세제도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이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새로운 기술 추세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 배 비싼 차와 세금은 똑같아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2016년식 1999㏄ 기본 모델(2245만원)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구입 첫해 기준 51만9740원이다. 매년 나오는 자동차세는 구입 후 3년까지 같으며 이후 일정 비율씩 내려간다.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BMW 520d에 구입 첫해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51만8700원이다. 쏘나타보다 가격은 세 배가량 비싸지만 배기량(1995㏄)이 4㏄ 적기 때문에 오히려 자동차세는 덜 낸다.
가격이 비싼 수입차의 자동차세가 저렴한 국산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게 나오는 경우는 특히 최신 기술을 적용한 차량에서 많이 나온다. 포르쉐의 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2996㏄)는 차값이 1억1610만원으로 국산차 가운데 가장 큰 SUV인 기아자동차 모하비(기본형 2959㏄·3889만원)의 세 배다.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의 출력은 엔진 333마력에 전기 모터 95마력을 더해 416마력에 이른다. 모하비(260마력)보다 156마력이나 더 높다. 하지만 자동차세는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가 77만8700원, 모하비가 76만934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전기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는 배기량도 없다. 이 때문에 과세 표준에서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가격이나 성능에 상관없이 연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부담하면 된다. 5480만원짜리 닛산 리프나 6420만원짜리 BMW i3 모두 13만원이다. 국산 준중형차들과 비교하면 차값은 세 배, 자동차세는 3분의 1이다.
○“차량 가격 따른 과세가 합리적”
자동차세는 차량 구입·등록 단계에서 한 번 내는 소비세·등록세 등과 함께 자동차 세제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지난해 걷힌 전체 자동차 관련 세금 37조3361억원 가운데 자동차세는 4조6289억원으로 12.4%를 차지한다.
그러나 소비세·등록세 등이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반면 자동차세는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 이런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967년 자동차세 제도를 만든 이후 50년 가까이 배기량에 따른 과세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예전에는 배기량과 차량 가격이 상당 부분 비례했지만 최근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배기량이 차량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단순히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것은 보유한 재산 가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재산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배기량만으로 자동차세를 물리는 것은 아파트 재산세를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넓이를 기준으로 매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처럼 차량 가격을 평가해 자동차세를 매기거나 유럽 다수 국가처럼 출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이 같은 조세제도는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을 높이는 ‘다운사이징’이나 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새로운 기술 추세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 배 비싼 차와 세금은 똑같아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 2016년식 1999㏄ 기본 모델(2245만원)에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구입 첫해 기준 51만9740원이다. 매년 나오는 자동차세는 구입 후 3년까지 같으며 이후 일정 비율씩 내려간다.
수입차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BMW 520d에 구입 첫해 부과되는 자동차세는 51만8700원이다. 쏘나타보다 가격은 세 배가량 비싸지만 배기량(1995㏄)이 4㏄ 적기 때문에 오히려 자동차세는 덜 낸다.
가격이 비싼 수입차의 자동차세가 저렴한 국산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게 나오는 경우는 특히 최신 기술을 적용한 차량에서 많이 나온다. 포르쉐의 PHEV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2996㏄)는 차값이 1억1610만원으로 국산차 가운데 가장 큰 SUV인 기아자동차 모하비(기본형 2959㏄·3889만원)의 세 배다.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의 출력은 엔진 333마력에 전기 모터 95마력을 더해 416마력에 이른다. 모하비(260마력)보다 156마력이나 더 높다. 하지만 자동차세는 카이엔 S E 하이브리드가 77만8700원, 모하비가 76만934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전기차도 비슷한 상황이다. 내연기관이 없는 전기차는 배기량도 없다. 이 때문에 과세 표준에서 ‘그 밖의 승용차’로 분류돼 가격이나 성능에 상관없이 연 13만원의 자동차세만 부담하면 된다. 5480만원짜리 닛산 리프나 6420만원짜리 BMW i3 모두 13만원이다. 국산 준중형차들과 비교하면 차값은 세 배, 자동차세는 3분의 1이다.
○“차량 가격 따른 과세가 합리적”
자동차세는 차량 구입·등록 단계에서 한 번 내는 소비세·등록세 등과 함께 자동차 세제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지난해 걷힌 전체 자동차 관련 세금 37조3361억원 가운데 자동차세는 4조6289억원으로 12.4%를 차지한다.
그러나 소비세·등록세 등이 차량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반면 자동차세는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 이런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1967년 자동차세 제도를 만든 이후 50년 가까이 배기량에 따른 과세 기준을 고수하고 있다.
예전에는 배기량과 차량 가격이 상당 부분 비례했지만 최근 신기술이 속속 등장하면서 배기량이 차량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도 단순히 배기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것은 보유한 재산 가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재산세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배기량만으로 자동차세를 물리는 것은 아파트 재산세를 아파트 가격이 아니라 넓이를 기준으로 매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미국처럼 차량 가격을 평가해 자동차세를 매기거나 유럽 다수 국가처럼 출력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책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