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네의 숨겨진 걸작, 한국 관객 만난다
현대 부조리극을 대표하는 프랑스 극작가 장 주네(1910~1986)의 유작 ‘스플렌디즈’(사진)가 한국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 현대연극의 선두 주자로 꼽히는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은 국립극단 초청으로 올해 초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에서 초연한 스플렌디즈를 오는 21~22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주네가 1948년 쓴 희곡 스플렌디즈는 고풍스러운 스플렌디즈호텔을 장악한 갱스터들이 실수로 인질을 죽이고 경찰과 대치하며 벌이는 이야기다. 프랑스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가 원고를 미리 읽고 주네의 대표작 ‘하녀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평가했던 이 작품은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이 작품을 발표하기 원하지 않았던 주네가 사본을 모두 파기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1993년 한 출판담당자가 감춰 놓았던 복사본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노지시엘이 미국의 실력파 제작진 및 배우와 손잡고 올린 공연은 1940년대 할리우드 범죄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무대 미학과 연출기법으로 원작의 존재론적 비애를 극적으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공연은 주네가 생전 유일하게 감독한 영화 ‘사랑의 찬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화 속 감옥 복도와 묘하게 겹치는 호텔 복도가 무대에 나타나며 긴장감 넘치는 비극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노지시엘은 “할리우드 범죄영화의 양식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프랑스어 희곡을 영어로 번역했고, 태연한 듯 무심하면서도 밀도 있는 연극언어를 표현하기 위해 미국 배우를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은 노지시엘과 함께 김영하의 소설 ‘빛의 제국’을 연극으로 만들어 내년 3월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주네 작품의 독창적인 해석과 함께 노지시엘의 연출세계를 한발 앞서 만나볼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