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구의 교육라운지] "총장직선제가 뭐길래 목숨까지 버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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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제냐 간선제냐' 아닌 '관치냐 자율이냐'의 문제
교육은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관심사입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부터 초·중·고교, 대학, 평생교육까지 교육은 '보편적 복지' 문제가 됐습니다. 하지만 계층과 지역간 교육 인프라와 정보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한경닷컴은 다양한 교육 문제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김봉구의 교육라운지'를 연재합니다. 입시를 비롯한 교육 전반의 이슈를 다룹니다. 교육 관련 칼럼과 독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Q&A 등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부산대가 19일 저녁 총장직선제를 살리기로 결론 내렸다. 간선제 전환을 놓고 수년간 갈등을 빚어 온 대학 본부와 교수회가 전격 합의한 것이다. 지난 17일 고(故) 고현철 교수가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며 투신, 유명을 달리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충격은 컸다. 1970~1980년대 민주화 투쟁 때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 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취재기자로서 대학 관계자나 교육계 인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냐”는 것이었다. “직선제가 뭐길래 목숨까지 버리느냐”라고도 했다.
직선제 논란은 뿌리가 깊다. 총장직선제 자체가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다. 1987년 이후 각 대학에 도입됐다. 20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사립대 중 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은 손에 꼽을 만큼 줄었다. 그나마 국립대들이 직선제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2012년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본격 쟁점이 됐다.
법인화와 함께 간선제를 도입한 서울대를 필두로 국립대들은 직선제를 포기했다. 정부는 ‘정책적 유도’한다고 했지만 대학은 ‘사실상 강제’로 받아들였다. 행·재정지원이 연계된 탓이다. 교육부는 직선제 페지 여부를 대학 거버넌스(governance) 명목의 평가지표로 포함시켰다. 평가 점수 1~2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 상황, 수십억원 규모 사업 탈락은 직선제 유지 대가로 너무 컸다.
전국대학노조가 추모성명에서 고 교수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정권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관점을 바꿔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의 표피에 드러난 직선제냐, 간선제냐의 논란은 오히려 지엽적이다. 그보다는 관치(官治)냐, 자율이냐의 문제의식이 핵심이다.
직선제와 간선제는 일장일단이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직접민주주의 구현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총장직선제가 파벌과 논공행상을 부추겨 대학을 이전투구 정치판으로 전락시킨 흠결이 분명 있다. 간선제에선 이런 폐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또 총장’ 또는 정권이나 당국 입맛에 맞는 정(政)피아·교(敎)피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실제 반례도 있다. 경북대 등 간선제로 선출한 국립대 총장마저도 교육부가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영남 지역 거점국립대가 동시에 총장 공석 사태를 맞게 됐다.
대학은 태생적으로 자율 공동체다. ‘소르본 대학- 프랑스 지성의 산실’(살림출판사)에 따르면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시티란 단어는 ‘유니베르시타스(universitas)’란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왕이나 제후가 설립한 게 아니라 학생동업조합 혹은 교수조합으로 출발한 것이다. 자연스레 자율을 중시하는 학풍이 자리잡았다.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대부터 프랑스 파리대학,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가 모두 그랬다.
연원이 그렇다고 해서 대학에 무조건적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 자율이 전제됐을 때 사회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대학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대학 본연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에 한해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관리’ 원칙을 적용해 대처하면 될 일이다.
이번 사태로 ‘돈줄’을 쥐고 대학을 압박하는 교육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하다. 일본의 경우 경상비 지원 형태로 대학에 국고를 투입한다. 재원이 일관되게 확보되자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한 대학의 각종 성과가 도출됐다. 국고지원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요동치는 한국 대학과 달리 안정적 연구가 가능한 일본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에 자율을 주되 대학의 일탈 행위에 대해선 가차 없는 당국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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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부산대가 19일 저녁 총장직선제를 살리기로 결론 내렸다. 간선제 전환을 놓고 수년간 갈등을 빚어 온 대학 본부와 교수회가 전격 합의한 것이다. 지난 17일 고(故) 고현철 교수가 직선제 폐지에 반대하며 투신, 유명을 달리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충격은 컸다. 1970~1980년대 민주화 투쟁 때도 없었던 초유의 사태. 파문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취재기자로서 대학 관계자나 교육계 인사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이냐”는 것이었다. “직선제가 뭐길래 목숨까지 버리느냐”라고도 했다.
직선제 논란은 뿌리가 깊다. 총장직선제 자체가 민주화 투쟁의 산물이다. 1987년 이후 각 대학에 도입됐다. 20년 이상 세월이 흐르면서 사립대 중 직선제를 유지하는 대학은 손에 꼽을 만큼 줄었다. 그나마 국립대들이 직선제를 고수해 왔다. 하지만 교육 당국이 2012년 총장직선제 폐지를 유도하는 내용을 담은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본격 쟁점이 됐다.
법인화와 함께 간선제를 도입한 서울대를 필두로 국립대들은 직선제를 포기했다. 정부는 ‘정책적 유도’한다고 했지만 대학은 ‘사실상 강제’로 받아들였다. 행·재정지원이 연계된 탓이다. 교육부는 직선제 페지 여부를 대학 거버넌스(governance) 명목의 평가지표로 포함시켰다. 평가 점수 1~2점 차로 당락이 갈리는 상황, 수십억원 규모 사업 탈락은 직선제 유지 대가로 너무 컸다.
전국대학노조가 추모성명에서 고 교수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정권에 의한 타살”이라고 규정한 이유다.
관점을 바꿔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의 표피에 드러난 직선제냐, 간선제냐의 논란은 오히려 지엽적이다. 그보다는 관치(官治)냐, 자율이냐의 문제의식이 핵심이다.
직선제와 간선제는 일장일단이 있다. 어느 한쪽이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니다. 직접민주주의 구현이란 명분에도 불구하고 총장직선제가 파벌과 논공행상을 부추겨 대학을 이전투구 정치판으로 전락시킨 흠결이 분명 있다. 간선제에선 이런 폐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로또 총장’ 또는 정권이나 당국 입맛에 맞는 정(政)피아·교(敎)피아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실제 반례도 있다. 경북대 등 간선제로 선출한 국립대 총장마저도 교육부가 임명하지 않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PK(부산·경남)와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영남 지역 거점국립대가 동시에 총장 공석 사태를 맞게 됐다.
대학은 태생적으로 자율 공동체다. ‘소르본 대학- 프랑스 지성의 산실’(살림출판사)에 따르면 대학을 뜻하는 유니버시티란 단어는 ‘유니베르시타스(universitas)’란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왕이나 제후가 설립한 게 아니라 학생동업조합 혹은 교수조합으로 출발한 것이다. 자연스레 자율을 중시하는 학풍이 자리잡았다. 세계 최초의 대학으로 알려진 이탈리아 볼로냐대부터 프랑스 파리대학, 영국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가 모두 그랬다.
연원이 그렇다고 해서 대학에 무조건적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단 자율이 전제됐을 때 사회가 요구하는 제대로 된 대학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건 자명하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대학 본연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문제점이 드러난 부분에 한해 ‘사전 규제가 아닌 사후 관리’ 원칙을 적용해 대처하면 될 일이다.
이번 사태로 ‘돈줄’을 쥐고 대학을 압박하는 교육부에 대한 비판 여론도 비등하다. 일본의 경우 경상비 지원 형태로 대학에 국고를 투입한다. 재원이 일관되게 확보되자 장기 프로젝트가 필요한 대학의 각종 성과가 도출됐다. 국고지원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요동치는 한국 대학과 달리 안정적 연구가 가능한 일본 대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학에 자율을 주되 대학의 일탈 행위에 대해선 가차 없는 당국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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