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에 모두 7조563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대부분 손실은 빅3가 시장 100%를 장악하고 있다는 해양플랜트에서 나왔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부정확한 원가계산 시스템을 꼽는다. 투입할 기자재 가격이나 작업에 필요한 인력 규모 등을 잘못 예측하고, 해양플랜트를 설치할 지역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채 견적을 내다보니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조선 빅3' 해양플랜트 7조 손실…'어설픈 견적'이 재앙 불렀다
○견적서보다 비용 1.5배 넘어

북해에 해양플랜트를 설치하는 A프로젝트는 국내 대형 조선사의 어설픈 견적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B조선사는 3년 전 A프로젝트 입찰 공고가 나오자 영업팀을 중심으로 원가 산정을 시작했다. 생산팀은 기당 약 3년의 건조 기간이 필요하고, 하루 약 1000명을 투입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달팀은 드릴(시추장비) 등 핵심 장비를 구매하는데 약 1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정했다. 후판 등 기자재에 드는 비용도 산정했다. 이를 전부 합산한 원가는 약 5500억원. B사는 여기에 약 10%의 마진을 붙여 기당 6000억원에 입찰하기로 결정했고, 이 가격에 계약을 따냈다.

그러나 건조에 들어가자 B사의 모든 견적은 가장 안정적인 환경을 기준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A프로젝트와 비슷한 프로젝트를 과거에 성공적으로 수행한 적이 있기 때문에 과거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견적을 냈다”며 “하지만 북해 환경은 예상보다 험했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북해에 해양플랜트를 설치하려면 다른 지역에 비해 까다로운 환경기준을 통과해야 했다. 강한 해풍과 높은 파도, 낮은 수온 등 열악한 환경도 문제가 됐다.

극한 환경에 견딜 플랜트를 세우다 보니 기자재 구매 비용이 증가했다. 공사 기간도 길어졌다. 예상했던 3년을 넘어 4년이 걸리면서 인건비도 불어났다. 결국 이 프로젝트에는 기당 9000억원의 비용이 투입됐다. B사는 3000억원의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또 다른 프로젝트에서는 기자재 구매에 견적보다 두 배 이상의 비용이 투입되는 상황도 있었다. 한국 조선사들은 드릴 등 해양플랜트 핵심 기자재를 만들 능력이 없어 해외에 의존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기자재 업체에 가격을 문의해 견적서를 작성하지만, 주문을 하면 이들이 작업의 난이도 등을 이유로 가격을 높여 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반 선박(상선)은 기자재 국산화율이 80% 이상이지만 해양플랜트 건조물은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계약 따내려 입찰가 1억달러나 깎아

실무 부서에서 산정한 견적이 입찰 과정에서 뒤바뀌는 경우도 많다. 계약을 따내기 위해 저가수주를 하는 관행이 만연했기 때문이다.

최고경영자(CEO)가 나서서 “무슨 수를 쓰더라도 수주를 따내야 한다”고 압박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원가에 10% 이상의 마진을 붙이는 게 관행이지만 계약이 어려울 것 같으면 이를 5% 수준까지 내리기도 한다”며 “심지어 10억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다른 조선사의 눈치를 보다가 1억달러(약 1200억원)나 입찰가를 깎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원가 산정 시스템이 허술하고,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국내 조선사 간 입찰가가 천차만별로 다른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지역에 건설될 10억달러 규모의 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빅3가 발주처에 제시한 가격이 3억달러(약 3500억원) 이상 차이가 났었다”며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 사업 원가 계산을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