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과음·과식 잦은 '비만 남성' 위협
인천에 사는 유영수 씨는 최근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갔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바닷가를 걷다 아이들이 찬 공이 굴러와 공을 보내주기 위해 발로 찬 뒤 엄지발가락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생긴 것. ‘근육이 놀랐나 보다’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통증은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다.

다음날에는 걷는 것조차 힘든 상태가 됐다. 결국 유씨는 예정된 일정을 채우지 못한 채 급히 한국으로 돌아와 병원을 찾았고 ‘통풍’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름철 통풍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땀을 많이 흘려 몸속 수분이 부족해지면 통풍이 생기기 쉬운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모처럼 떠난 휴양지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과식하는 것도 통풍의 원인이 된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고 해서 통풍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이 질환은 특히 중년 남성에게 많다. 통풍이 생기는 원인과 예방법, 치료법에 대해 알아봤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과음·과식 잦은 '비만 남성' 위협
혈액 속 요산이 스며 나와 생기는 관절병

통풍은 혈액 속 요산 성분이 관절로 스며 나와 생기는 관절 질환이다. 관절 부분에 요산이 뭉치면 바늘 모양의 결정이 생기고 염증을 일으킨다. 주로 엄지발가락 부분에 결정이 생기는 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관절 이곳저곳에 결정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심해지면 신장 기능이 떨어져 신부전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바람만 스쳐도 아프다는 통풍…과음·과식 잦은 '비만 남성' 위협
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 교수는 “몸속 요산 수치가 높으면 신장에서 소변을 거를 때 과부하가 걸린다”며 “이로 인해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다시 몸속 요산 성분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말했다.

통풍은 몸속에 요산이 너무 많거나 요산이 잘 배설되지 않는 경우 생긴다. 몸속 요산은 알이나 고기, 동물 내장, 등푸른생선 등을 먹으면 많아질 수 있다. 이들 음식에는 퓨린이라는 성분이 많은 데 간에서 퓨린이 소화되면서 요산이 생기기 때문이다. 동물은 요산을 분해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혈액 속 요산이 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요산분해 효소가 없어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과음이나 과식을 한 다음날 통풍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회식을 할 때 안주와 함께 술을 마시고 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수술을 받거나 열이 나 탈수 상태가 되면 혈액 속 요산이 늘어 통풍이 생기기도 한다. 요산을 몸밖으로 내보내는 신장 기능에 문제가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고혈압 임신중독증 등의 질병이 있거나 아스피린 이뇨제 복용의 부작용으로도 통풍이 생길 수 있다.

과거엔 ‘황제의 병’으로 불려

통풍은 한때 ‘황제의 병’으로 불렸다. 음식을 잘 먹을수록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고기를 많이 먹고 고혈압이나 고혈당, 고지혈증이 있는 사람이 통풍에 잘 걸린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은 최근 내장비만인 남성이 통풍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박성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 교수는 “한국인 통풍 환자 상당수는 정상체중이지만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나온 내장지방형 비만인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통풍환자는 여성보다 남성이 10배 정도 많다. 남성이 술을 많이 마시고 육식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호르몬 영향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처음 통풍이 생기면 엄지발가락 부분에 급성 염증이 나타난다. 대개 발과 엄지발가락이 이어진 부분 관절이 붓고 빨개지면서 열이 난다. 통증이 심해 손으로 만지기만 해도 아프다. 급성 통풍 발작인데, 관절 통증이 심해 환자가 병원에 발을 심하게 절면서 찾거나 휠체어를 타고 가는 경우도 흔하다.

이 같은 염증은 1주일 정도 계속되다가 씻은 듯 사라진다. 이를 두고 통풍이 나았다고 방심하면 안 된다. 다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급성 통풍 발작이 잦아지면 엄지발가락에만 생기던 염증이 발목 무릎 등 큰 관절에도 생긴다. 다리는 물론 손가락 팔꿈치 귓불 등으로 번지기도 한다.

청량음료 대신 물로 수분 보충해야

통풍 증상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을 찾아가면 염증이 생긴 관절에서 물을 뽑아 편광현미경으로 검사한다. 날카로운 통풍 결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혈액검사를 통해 요산 수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다만 급성 통풍 발작 상태에서는 몸 안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나오고 요산 배설이 촉진돼 요산 수치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따라서 염증이 완화된 후 혈액 검사를 해 요산 수치를 검사하는 것이 좋다. 관절초음파를 이용해 관절 안에 물이 찼는지, 관절 안이나 관절 주변에 통풍 결정은 없는지를 확인하기도 한다.

통풍으로 진단되면 요산 수치를 낮춰주는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 통풍으로 인한 관절염이 심하면 수술을 통해 요산 결정을 긁어내기도 한다. 통풍 환자는 관절염과 함께 동맥경화증 등 복합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뇌경색 등이 생길 위험도 높다. 따라서 통풍으로 진단되면 다른 내과 질환은 없는지 살피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혈액 속 요산 수치가 높다고 모두 통풍으로 진단하는 것은 아니다. 종종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요산 수치가 높은 사람도 있다. 염증 없이 요산 수치만 높은 무증상 고요산혈증이다.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요산을 낮추는 약물 치료를 할 필요는 없지만 다른 만성질환이 없는지 확인해 이를 치료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을 통해 몸속 수분을 꾸준히 보충해야 한다. 청량음료나 과일주스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과당이 요산 배출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퓨린이 많이 든 맥주를 많이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

이 교수는 “내장비만이 생기면 지방세포가 염증 물질을 만들고 염증 물질이 통풍을 악화시킨다”며 “적당한 칼로리 섭취를 통해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등에 살짝 땀이 날 정도로 빨리 걷거나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으로 장기 사이의 내장지방을 없애야 통풍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이주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 교수, 박성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