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 라이프] 김지만 쏘카 대표 "개인끼리 자동차 대여·카풀 중개로 카셰어링 영역 넓히는 중"
카셰어링업계 1위 쏘카의 김지만 대표(사진)가 회사를 창업한 것은 2011년이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기업금융(IB) 사업부에서 정보기술(IT) 분야의 투자 관련 업무를 하던 때였다.

차량을 30분 단위로 빌려 쓰는 카셰어링은 지금도 대중화돼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당시엔 더 생소한 서비스였다. 말리는 사람도 많았다. 기술만 있으면 큰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소규모 벤처 창업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들었다. 카셰어링도 일종의 렌터카 사업인 만큼 자동차를 일정 규모 이상 사놓아야 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이 만만찮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말이 되는 사업’이라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뜻이 맞는 동료 네 명과 함께 제주에 쏘카를 설립했다. 우리투자증권 이전 직장인 다음커뮤니케이션 본사(제주)에 근무할 때를 생각해 보니 대중교통이 많이 발달하지 않은 제주가 사업을 시작하기에 적절하겠다고 판단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하루 24시간 중 자동차를 타는 시간이 두 시간도 안 될 겁니다. 주말에만 차를 쓰는 사람도 많고요. 그런데도 한 대 구입하려면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해야 합니다. 비용이 너무 많이 들죠.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회사의 성장세를 보면 당시 도전이 무모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쏘카는 2013년 2월부터 서울 등 전국 주요 거점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7월 말 기준 규모는 보유차량 3000여대, 쏘카존(차량 대기 장소) 1600여곳으로 업계 1위다. 5명으로 시작한 임직원 수는 72명으로 늘었고 회원 수는 95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 146억원, 영업손실 14억원이었다. 아직 적자를 보고 있긴 하지만 매출은 2013년(24억원)보다 6배가량 뛰었다. 김 대표는 보유 차량 5000대, 매출 1000억원 수준이 되면 상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쏘카는 지난해 10월 글로벌 자산운용사인 베인캐피털로부터 180억원을 유치하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베인캐피털은 운용 자산이 80조원에 이르는 세계적 투자회사다. 김 대표는 “국내 대도시에 대중교통이 발달해 있는데도 쏘카가 빠르게 성장한 것을 볼 때 성장 가능성이 아직 크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쏘카는 앞으로 개인 간 차량 대여와 카풀 중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쏘카와 비슷한 시기에 창업한 카셰어링업계 2위 그린카는 2013년 10월 렌터카업계 1위인 KT렌탈(현 롯데렌탈)에 인수됐다. 하지만 쏘카는 여전히 독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창업할 때 동료들과 공유한 비전이 ‘합리적 소비 확산과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하자’였다”며 “그 뜻을 유지하기 위해선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쏘카의 특징을 ‘차량에 기반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고 제시했다. 카셰어링 사용자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묶어주고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서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이다. 회사는 회원들을 ‘쏘친(쏘카 친구)’이라고 부르며, 쏘친이 직전 쏘친의 차량 이용 상태를 평가해 댓글을 남기면 다음 이용 시 할인 쿠폰을 제공해 참여도를 높이고 있다. 쏘카존이 없는 지역에서 일정 수 이상 쏘친이 모여 신청하면 쏘카존을 새로 개설하기도 한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