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벤처스타' 키울 33가지 기술
세계적 드론(무인항공기) 개발회사로 발돋움한 DJI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연매출 50억원도 되지 않은 중국의 작은 중소기업에 불과했다. 이 업체는 조작과 조립이 쉬우면서 가격은 기존의 10분의 1에 불과한 보급형 드론 ‘팬텀’으로 세계 1위 기업으로 떠올랐다. 미국 벤처캐피털인 세쿼이아는 이 회사의 성장성을 보고 1억500만달러(약 12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서진이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기술혁신분석센터장은 “유통업과 정보기술(IT) 분야로 드론 사용이 확대되면 한국 중소기업이 진출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5년 내 해외에서 빛 볼 기술들

KISTI가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2015 미래유망기술세미나’에서는 무인항공기를 비롯해 한국 중소기업이 진출해 높은 성장을 달성할 ‘유망 먹거리 기술’ 33가지가 소개됐다. 한선화 KISTI 원장은 “세계적 투자사의 투자경향을 분석해 앞으로 3~5년 내 사업화가 가능하고 대기업 진출에 제한이 있는 유망기술 33가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기술은 한국 중소기업이 20억~3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것들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것이 전기차 충전 기술이다. BMW와 테슬라, 도요타 등 세계적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을 늘리면서 충전기술과 시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 예상 판매량은 46만6407대로, 지난해 30만4683대에 5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십억 투자로 먹거리 창출

반도체 웨이퍼에 절연막을 입히는 미세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화합물도 그중 하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이 주도하는 입체(3D) 낸드(NAND) 메모리 공정이 정밀해지면서 활용 범위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영상을 보는 인구가 늘면서 통신 기지국의 기능을 보완할 초소형 기지국인 ‘스몰셀’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국내외 통신사들은 기지국과 기지국 사이의 음영지역에 스몰셀을 세워 폭증하는 트래픽 수요에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루 넘게 걸리던 바이러스 검사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디지털 유전자 증폭(PCR)장비와 사람 몸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광간섭단층촬영장치(OCT)도 중소기업들이 도전할 만한 유망기술로 선정됐다.

○나노·소프트 로봇은 미래기술

KISTI는 사회경제적으로 파급 효과가 클 11개 ‘미래유망기술’도 발표했다. 몸에 들어가 스스로 에너지를 얻어 움직이며 암세포를 찾아 없애는 진단치료용 나노로봇은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있는 기술로 뽑혔다. 뇌 신경회로를 모방한 차세대 컴퓨터 소자와 사람과 동물처럼 유연하게 동작하는 소프트 로봇, 동식물 감각기관의 작동 원리를 이용한 감각 센서도 여기에 들어간다. 막대한 정보량을 처리하는 양자컴퓨팅과 항생제를 이기는 슈퍼박테리아를 막는 기술, 식물 잎에서 일어나는 광합성 원리를 이용한 인공광합성 장치도 미래를 주도할 기술에 포함됐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