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테이블 위 풍선과 돌 그리고 그림
테이블 위에 작은 풍선 하나가 놓여 있다. 벽에는 팽팽한 풍선 그림이 걸려 있다. 그림 속 풍선은 테이블 위 풍선의 한 달 전 모습이다. 사진가이자 응용물리학자인 존 세르빈스키의 사진 연작 가운데 하나다. 작가는 우선 풍선을 공중에 띄워 놓고 사진을 찍은 뒤 그것을 화가에게 보내 정밀하게 그리도록 했다. 그림이 완성돼 돌아오는 동안 풍선은 가스가 빠져 바닥에 떨어졌다. 작가는 풍선이 떠 있던 자리에 그림을 걸고 풍선의 과거와 현재를 한 앵글에 담았다. 풍선으로 삶의 한 단면을 보여준 것이다. 예술은 지속되지만 인생은 언젠가 이렇게 시들어가고 만다. (고은사진미술관 자료제공)

신경훈 기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