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문가 인터뷰] "중국측 시각도 감안해야…中경제 연착륙할 것"
[ 김봉구 기자 ] 위안화 평가절하, 부진한 경제지표 등으로 세계 금융시장을 흔드는 중국 리스크는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불안감에 비관론이 더해지면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표상 후퇴는 중국 정부가 시장 통제에 실패했다는 반증이란 시각이다. 예고된 성장 둔화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8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 위치한 성균중국연구소에서 이희옥 소장(정치외교학과 교수·사진)을 만났다. 연구소는 국내 대표 중국 연구기관으로, 이 소장은 손꼽히는 중국통으로 통한다. 그는 기획재정부의 중국 경제변화 예측과 대응전략 수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중국 전문가그룹’에 참여했다. 경제전문가 위주로 꾸린 TF에서 유일하게 정치학자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의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봐야 한다.” 이 소장의 첫 마디다. 우리가 서구적 시각, 자본주의 프레임에 갇혀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특수성을 정확히 이해해 반영하는 게 먼저다. 그런 후에 우리 식대로 중국 문제를 종합적·비판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그는 중국의 현 상황을 거품이 꺼지는 조정 국면으로 봤다. 증시와 실물경제의 디커플링(분리), 경제성장과 고용 창출의 연동, 정책적 추가 모멘텀 등을 주된 근거로 꼽았다.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은 7% 내외를 유지하고 중장기적으로 연착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소장은 근본적 차이점을 짚었다. “국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견해에 중국은 동의하지 않는다. 개념 자체가 다르다. 중국의 시장은 정치화된 시장이다. 그들의 관심은 ‘국가가 시장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중국의 최대 프로젝트는 독자적 ‘중국의 길’을 찾는 것인데, 이 길은 자본주의의 길이 아니다. 중국이 지향하는 대국형 개방경제의 본질은 시장화 하되 사회주의 틀을 유지하며 중국적 정신과 가치, 질서에 힘을 싣는 것이다.”

[지역전문가 인터뷰] "중국측 시각도 감안해야…中경제 연착륙할 것"
- ‘중국의 길’과 이번 차이나 쇼크의 접점이 있나.

“이른바 ‘중국의 길’은 거대 프로젝트다. 경제적 측면에선 대국형 개방경제 모델이다. 영향이 없을 수 없다. 시진핑은 지금 ‘역사와의 대화’를 하고 있다. 창당 100년과 건국 100년, 두 개의 100년을 완수하기 위해 어떻게 중국의 길을 모색하고 성취해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 이것이 큰 틀을 이룬다. 과정에서 시장화를 진행하는 건 맞지만 자본주의의 길로 가는 건 아니다. 우리의 시장 개념과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시장에 대한 국가의 자율성 확보’다.”

- 우리 식대로 보면 곤란하다는 건가.

“시장화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시장화는 규제 완화, 정부의 축소 같은 것들이다. 중국의 시장화는 다르다. 국가와 (국가가 효과적으로 개방하는) 시장, 사회통제시스템의 3개 축이 맞물려있다. 우리 시각에선 반(反)시장적 행위인 국가의 시장 개입이 그들 관점에선 국가가 사용할 수 있는 선택적 수단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인식의 차이가 있다.”

- 하지만 지표상 위기가 심각하다.

“시장 상황이 순수하게 지표에 반영되지 않는다. 앞서 말했듯 중국의 시장은 정치화된 시장이다. 시장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표출할 수 있는 수단이 딱히 없다. 투표라든지, 집단행동이라든지. 거의 유일한 수단이 주식 투매나 포기라 할 수 있다. 그러면서 증시 급락으로 분출됐다. 하지만 주가가 실물경제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맥락을 달리 봐야 한다.”

- 외부의 평가처럼 위기가 심각하지 않다?

“어떤 단일한 견해를 말하긴 어렵다. 중국 내에서도 낙관적·비관적·중도적 그룹이 나눠져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중국 경제의 거품이 가라앉고 있다. 비교적 성장과 고용이 잘 연동되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연내 추가적인 정책적 모멘텀도 있고. 중장기적으로 ‘신창타이(뉴노멀)’ 국면에서 중국 경제가 연착륙하리라 전망한다.”

- 지난주 중국에 다녀왔다고. 현지 분위기는 어떤가.

“7% 내외에서 성장률 목표치는 맞출 것으로 본다. 세부적으로는 리커창 총리와 시진핑 주석이 방점을 찍는 부분이 좀 다르지만. 리커창은 성장률 7% 달성이 우선인 데 반해 시진핑은 수치보다 ‘중국의 질서’를 만드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시진핑의 드라이브가 강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에서 그렇게 느꼈나.

“두 가지 관점이 있다. 반부패 운동을 통해 권력을 강화하는 것이냐, 아니면 권력이 강화돼 반부패 운동 추진이 가능한 것이냐. 후자로 본다. 시진핑이 당(黨)·정(政)·군(軍)의 요직을 장악해 친정체제가 자리잡았다. 반부패 운동도 시장화의 일환이다. 구조적 독점을 해체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행위자를 늘려 특권층 부패를 줄이는 게 시진핑 정부가 추진하는 시장화의 핵심이니까.”

- 지금은 과도기란 얘긴가.

“재정투자 중심 성장에서 내수소비 중심 성장으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에 안 바뀐다. 소비나 수출이 확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크게 보면 위안화 평가절하나 ‘일대일로(一帶一路)’도 소비 주도 성장으로의 방향 전환을 위한 과도기적 관리정책의 하나로 볼 수 있다.”

- 일대일로 구상을 그렇게 해석하나.

“미국의 대항마가 되기 위한 거대 프로젝트라기보다는 중국 내부 관리장치 성격이 더 크다고 본다. 우리가 보는 중국이 실체와 이미지가 섞여있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자.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 안에서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물론 전세계 질서와 지역정세 전략에서 중국의 대응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수는 있다. 그렇다고 해도 그건 지엽적 문제다. 미국에 도전해 전체 판을 깨지는 않는다. 말하자면 대체재보다는 보완재다.”

- 판 자체를 바꾸겠다는 게 아니다, 이건가.

“그렇다. 미중(美中)관계는 갈등관계가 아니다. 크게 협력 기조 안에서 세부 쟁점을 조율하는 구조다. 실체와 이미지가 섞여있다는 건 이런 부분이다. 2020년대 중반에 중국이 미국 경제를 앞지를 것이란 전망도 그렇다.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능가하겠지만 1인당 GDP로 따지면 전혀 아니지 않나. 종합적 국력에서 밀린다. 중국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미국이 만든 질서 안에서 이익을 취할 것이다. 우리가 이미지를 과도하게 보는 것 아닌가 싶다.”

- 미중 가운데 양자택일하는 문제가 아니란 거구나.

“주요 2개국(G2)이 갈등을 빚는데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하는데 맥락 자체를 다시 봐야 한다. 국면을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도 들여다보면 국내용이다. 핵심적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을 건드리지 않는 데 신경을 썼다. 이달 말에 미중 정상회담도 열린다. 다투면서도 판은 깨지 않는 ‘투이불파(鬪而不破)’ 원칙이 철저히 관철되고 있다.”

- 일반적 관점과 조금 다르다.

“그러니까 글로벌 수준과 로컬 수준에서의 미중관계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또는 아시아 지역 수준에서 질서와 담론을 만들어가는 단계다. 일대일로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등이 그 산물이다. 아직 글로벌 수준에서 미국과 맞서는 단계는 아니다.”
[지역전문가 인터뷰] "중국측 시각도 감안해야…中경제 연착륙할 것"
- 위안화 평가절하는 어떻게 봐야 할까.

“중국의 화폐 영향력 확보 차원이다. 위안화의 영향력을 높이려면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가입이 관건인데, 이를 위한 시도다. 사실 미국은 그동안 위안화 평가절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반대 결과가 나왔는데도 반응이 나쁘지 않고 중립적이다. IMF도 마찬가지고. 고정환율을 벗어나 변동환율로 나아가는, 시장 질서를 반영하는 신호로 봤기 때문이다.”

- 그게 합리적 해석 같다.

“비록 현상은 반대로 나타났지만 시장화 요구에 부응했다는 점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향후 추가적 평가절하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이 균형을 맞춰가는 단계다. 또한 수출 확대라는 평가절상 요인도 있다. 다만 주변국이나 시장 압력을 받아서 하진 않을 것이다. 매우 정치적으로 판단해 평가절상 결정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 성장률 7%선이 위험하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글쎄. 성장률이 급격히 악화될 것 같진 않다. 중국으로선 일정 수준 성장률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간 여러 정책적 수단을 써 왔다. 실패와 성과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는데 그 안에서 합리적 정책 수단을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7% 유지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의 고용 지표가 비교적 호전됐다는 점이다. 핵심은 창업이다. 앤젤투자자를 쉽게 구하는 환경이 마련됐다. 창업과 투자시스템의 연동, 이 부분이 성장으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 다른 모멘텀은 없나.

“지금의 거대한 반부패 캠페인이 웬만큼 마무리되면 정부나 가계 소비도 늘지 않겠나. 소득과 소비도 성장률과 연동이 되니까. 수출도 있고. 일대일로가 인프라, 투자 사업이니 여기서 활로를 찾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다음 달부터 제13차 5개년계획(2016~2020년)이 시작된다. 성장률이나 증시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나올 것이다. 동시에 정부 신규사업 수요도 있고. 이런 요인들을 감안하면 성장률이 5~6%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 기재부가 꾸린 중국 대응 TF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 미치는 중국 영향이 크니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TF가 가동됐다. 멤버가 경제학자들인데 나 홀로 정치학자다. ‘팩트 크로스체크’ 하면서 논의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기술적 플랫폼이 완성됐다. 이미 추격자가 아니라 경쟁자로 올라섰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이런 상태에서 중국 경제의 변동성까지 대처해야 하는 이중고, 삼중고를 겪고 있다.”

-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중국 시장을 완전히 제로베이스에서 점검해 국가프로젝트 수준의 대(對)중국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중국 기업에 대한 기술경쟁력 우위가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의 전략 변화를 정확히 읽고 대응·순응·적응 가운데 적절한 층위의 선택을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미 기술경쟁력, 기술이전, 인수·합병(M&A) 등 3가지 요소에서 중국의 공격이 들어오고 있다.”

- 샤오미만 봐도 확실히 중국 기술력이 올라온 것 같다.

“중국 기업들이 추격자 입장이던 예전엔 외국자본기업 중심 성장이 이뤄졌다. 정부가 중국 기업 편을 들어버리면 외자기업 유치가 안 되니 중국 정부가 일종의 심판자 역할을 했다. 들어오는 외자기업에 각종 세제 혜택도 줬고.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외자기업과 로컬기업의 형평성을 맞추니까 오히려 성장한 중국 기업을 외국 기업들이 못 당한다. 실제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중국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어든 걸로 나오지 않나.”

- 국가 차원에선 어떤 역할이 요구되는지.

“우리 증시나 시장이 중국 요인에 너무 민감하다. 객관적으로는 중국 증시 위기가 글로벌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은데 우리는 실체 이상으로 반응한다. 준비가 안 돼서 그렇다. 중국 사정을 정확히 읽고 전달해주는 권위 있는 해석이 부재한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단 중국의 관점과 특수성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전제를 깔고 나름의 해석과 재인식·재구성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야 정부가 중국 이슈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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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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