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집단은 세계 각국에서 흔히 나타나는 유형…'대기업 옥죄기'보다 경쟁자 키우는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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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오해와 진실 (19) 경제력 집중의 우화
경제력 집중 문제되는 건 시장독점일때
한국은 일반집중의 문제로 접근
공정거래법으로 강력 규제
경제력 집중이 낮은 나라 공통 특징은
대표기업이 아닌 대기업이 많다는 것
한국 대기업 비중은 0.1% 그쳐
경제력 집중 문제되는 건 시장독점일때
한국은 일반집중의 문제로 접근
공정거래법으로 강력 규제
경제력 집중이 낮은 나라 공통 특징은
대표기업이 아닌 대기업이 많다는 것
한국 대기업 비중은 0.1% 그쳐

경제력 집중은 일반집중과 시장집중으로 대별된다. 방송 또는 신문지상에서 ‘5대 기업집단의 매출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섰다’, ‘30대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0%를 넘어섰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국민경제에서 특정 대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문제삼는 것인데 이때의 집중은 엄밀하게 말하면 일반집중을 뜻한다. 반면에 자동차나 커피 등의 개별 시장에서 선도 대기업의 독점력을 문제삼는 것은 시장집중에 관한 이야기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경제력 집중을 기업집단에 의해 야기되는 일반집중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법에 의해 지정된 기업집단은 사업 구성과 내부거래, 소유지배구조에 대해 별도의 규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특유의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은 1987년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본격화됐다. 햇수로 벌써 30년이다. 그동안 국민 1인당 소득은 9배 이상 증가했고, 미국 유럽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 보듯이 대내외 경쟁 여건은 딴판이 됐으며, 대기업의 주된 활동무대는 국내에서 해외로 이동했다. 이런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특유의 인식과 규제의 틀이 굳건히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은 차라리 불가사의(不可思議)에 가까워 보인다.
한국은 압축성장의 부작용으로 인해 경제력 집중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고, 계속 심해지기 때문에 사회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논리는 제도학파의 ‘기업패권 가설’과 흡사한 면이 있다. ‘유한계급론’의 저자인 베블런에서 시작해 ‘불확실성의 시대’로 유명한 갤브레이스로 이어지는 제도학파에서는 기업의 권력과 규모는 상호 보강 관계에 있기 때문에 그냥 두면 기존 대기업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계속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 주변부 학자의 예언은 기우(杞憂)로 판명됐으며, 1980년대 말 소련 및 공산권의 붕괴를 계기로 이들의 주장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주류에서 퇴장한 제도학파 이론이 한국에서는 아직 힘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상위 기업집단의 자산 또는 매출총액을 GDP로 나눈 값이 매년 커지고 있음을 들어 한국의 경제력 집중은 확대되는 추세에 있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30대 기업집단의 GDP 대비 자산총액은 2005년 56%에서 2012년 105%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GDP는 부가가치의 합계이다. 이를 성격이 다른 매출 또는 자산과 비교해 평가하는 것은 의도적이 아니라면 오류다. 경제력 집중을 측정하겠다면 분모와 분자에 같은 성격의 변수를 써야 한다. 위의 집중도 계산식에서 분모에 한국은행의 기업자산 통계를 집어넣으면, 자산 집중도는 같은 기간 34.2%에서 35.9%로 약간 높아졌을 뿐이다.
황인학 <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