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험로'] 노동개혁 법안 '비정규직법' 전철 우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가 노동시장 구조 개혁을 위한 대타협안을 내놓았지만, 마지막 관문인 국회 통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선진화법 등으로 인해 야당이 반대할 경우 처리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만은 아니다. 과거에도 국회는 노·사·정 합의를 무시한 채 엉뚱한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킨 적이 있어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비정규직이 빠르게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자 정부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한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 비정규직이 일할 수 있는 분야를 다양화하고 이들의 근무기간을 일정 기간 보호해주자는 취지였다. 당시 노·사·정 대표는 3년여간의 협상 끝에 2004년 ‘비정규직 보호법안’에 합의했다. 제조업에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비정규직의 사용 기간을 3년으로 제한하는 것이 법안의 뼈대였다. 노·사·정이 합의한 데다 비정규직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도 형성돼 있어 이 법안은 순조롭게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아니었다. 노·사·정 합의안에 일부 노동계가 반발하자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법안을 퇴짜 놓았다. 3년여 동안 노·사·정이 협상하고 실증조사를 거쳐 나온 결과물인데도 말이다. 열린우리당은 비정규직 보호문제를 국회에서 다시 노·사·정 논의에 부쳤다. 그렇게 2년6개월을 끌었지만 합의가 안 되자 직권상정해 통과시켰다. 이때가 2006년 11월30일이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노·사·정 합의안보다 대폭 후퇴했다. 제조업 파견근로를 금지하고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줄였다. 이 법안은 당시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로부터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이번 노·사·정 타협안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벌써부터 법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는 견제 의사를 밝히고 있기도 하다.

재계 관계자는 “노·사·정이 일단 합의했기 때문에 ‘노측이 노동 개혁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여론몰이도 힘들어졌다”며 “내년 총선을 감안하면 노·사·정 합의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