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서 '혁신수업' 받는 지방이전 공기업 기러기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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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절반가량 '혁신기러기'
경영대와 손잡고 열공 모드
경영대와 손잡고 열공 모드
[ 김봉구 기자 ] 한국전력공사 김범준 차장(가명)은 작년 말 기러기족이 됐다. 본사가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또 한 번 환경 변화를 택했다. 그간 미뤄둔 경영학석사(MBA) 취득을 위해 회사가 전남대와 공동 개설한 ‘CNU-KEPCO E³MBA’에 입학했다. 3주간은 업무를 제쳐두고 복수학위 과정이 개설된 미국 대학을 찾아 수업도 받을 예정이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들이 ‘열공’ 중이다. 인근 지역대학과 손잡고 교수들에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주로 경영대학을 파트너로 삼았다. 교육과정은 맞춤형으로 운영된다. 경영학이 기본이지만 필요에 따라 인문학이나 문화·예술 소양을 쌓는 커리큘럼도 마련된다. 임원급 고위직부터 신입사원까지 수강생도 다양하다.
◆ 지역안착·경력관리로 '윈-윈' 노린다
이전 공공기관을 수용해 혁신 여건과 정주 환경을 갖추도록 개발하는 미래형 도시. 혁신도시의 사전적 정의다. ‘혁신’과 ‘정주’, 두 가지가 포인트인데 이전 공기업들은 그 핵심 매개체 역할을 대학에 요구했다. 18일 혁신도시 인근 대학들이 귀띔한 공기업 ‘열공’ 모드의 배경이다. 전남대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27일 입학식을 갖고 E³MBA 과정 운영을 시작했다. 전남대와 한전을 축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복수학위 기관으로 참여했다. 한전 직원 30명에게 인사조직 재무관리 생산관리 회계학 마케팅 등을 가르친다. 해외 교수진 6명도 강의하며 수강생들은 향후 3주 동안 현지 대학을 방문해 2개 과목을 집중 이수한다.
E³MBA 입학식에는 조환익 한전 사장도 참석해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수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입학한 30명 중 부장급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차장급이다. 중간관리자 인력이 전문성을 갖춘 고위 간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며 “지역 이전 공기업과 대학이 함께 만든 첫 정식 MBA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의 경상대도 인근 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남동발전(주)와 정기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번 학기부터 경영대 교수들이 한 주에 6시간씩 남동발전 임직원 대상으로 강의한다. 경영학 교육과정에 대한 회사 측 수요를 학교가 수용했다.
장봉규 경상대 경영대학원장은 “이공계 출신 임직원 비중이 높은 남동발전은 회사 특성상 해외 진출이나 사업 수주 건이 많다. 이때 관건이 되는 기업경영 요인이 이공계 출신에게는 낯설다며 전문적인 교육과정 개설을 요청해왔다”면서 “지역 이전 공기업과 거점국립대 간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공기업 입장에선 지역 안착과 임직원 경력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대학 역시 기업과의 산학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졸업생 채용 등 윈윈(win-win) 효과가 기대된다.
◆ MBA·AMP과정 타깃은 '혁신기러기'
특히 지방이전으로 가족과 떨어진 기러기족을 겨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2015년 4월 말 기준)를 보면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 임직원 2만3438명 중 가족과의 동반 이주는 5842명에 그쳤다. 4명 중 1명 꼴(24.9%)이다. 반면 단신 이주한 ‘혁신 기러기’는 1만1005명으로 2배 가량 많았다. “직장은 이전했지만 삶의 거점이 완전히 지방으로 옮겨오진 않았다. 임원급 고위직일수록 더 그렇다. 업무를 마친 뒤 비는 시간에 트렌드를 읽고 미래에 대비해 소양을 쌓는 기회를 대학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가스공사와 특별 경영자교육과정 개설을 준비 중인 경북대 경영대학원 김채복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가스공사 1급 13~15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내년 1학기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 측에서 경영학뿐 아니라 인문학, 문화·예술 커리큘럼도 요구해와 융합형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름만 걸어놓는 수준이 아니라 주 4~5일 수업하는 실질적 교육과정으로 만들겠다.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젊은 직원들을 공략하거나 직접 타깃형 전공을 만들어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도 있다. 전북대가 이런 케이스다.
원용찬 전북대 경영대학원장은 “젊은 층에선 지역에 거주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비중이 높다. 이들에게 지역 정착 어드밴티지(이점)를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젊은 직원들을 경영대학원 과정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비롯해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과의 포괄적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에 대비해 학부에 금융정보경제학전공을 신설, 금융기법·투자분석 등을 가르쳐 필요인력을 육성 중”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협력 교육프로그램은 갓 걸음마를 뗀 단계다. 전국 10곳의 혁신도시에 총 98개 공기업이 이전한 만큼 이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대학 관계자들은 “조직관리 차원에서도 아직 지역에 정착 못한 직원들을 묶어낼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이 적극 나서야 한다. 대형 공기업과의 1:1 교육과정뿐 아니라 혁신도시에 입주한 여러 기업 직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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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기업들이 ‘열공’ 중이다. 인근 지역대학과 손잡고 교수들에게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주로 경영대학을 파트너로 삼았다. 교육과정은 맞춤형으로 운영된다. 경영학이 기본이지만 필요에 따라 인문학이나 문화·예술 소양을 쌓는 커리큘럼도 마련된다. 임원급 고위직부터 신입사원까지 수강생도 다양하다.
◆ 지역안착·경력관리로 '윈-윈' 노린다
이전 공공기관을 수용해 혁신 여건과 정주 환경을 갖추도록 개발하는 미래형 도시. 혁신도시의 사전적 정의다. ‘혁신’과 ‘정주’, 두 가지가 포인트인데 이전 공기업들은 그 핵심 매개체 역할을 대학에 요구했다. 18일 혁신도시 인근 대학들이 귀띔한 공기업 ‘열공’ 모드의 배경이다. 전남대가 대표적 사례다. 지난달 27일 입학식을 갖고 E³MBA 과정 운영을 시작했다. 전남대와 한전을 축으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가 복수학위 기관으로 참여했다. 한전 직원 30명에게 인사조직 재무관리 생산관리 회계학 마케팅 등을 가르친다. 해외 교수진 6명도 강의하며 수강생들은 향후 3주 동안 현지 대학을 방문해 2개 과목을 집중 이수한다.
E³MBA 입학식에는 조환익 한전 사장도 참석해 “자기계발에 아낌없이 투자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경수 전남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입학한 30명 중 부장급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차장급이다. 중간관리자 인력이 전문성을 갖춘 고위 간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라며 “지역 이전 공기업과 대학이 함께 만든 첫 정식 MBA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경남 진주의 경상대도 인근 혁신도시에 입주한 한국남동발전(주)와 정기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번 학기부터 경영대 교수들이 한 주에 6시간씩 남동발전 임직원 대상으로 강의한다. 경영학 교육과정에 대한 회사 측 수요를 학교가 수용했다.
장봉규 경상대 경영대학원장은 “이공계 출신 임직원 비중이 높은 남동발전은 회사 특성상 해외 진출이나 사업 수주 건이 많다. 이때 관건이 되는 기업경영 요인이 이공계 출신에게는 낯설다며 전문적인 교육과정 개설을 요청해왔다”면서 “지역 이전 공기업과 거점국립대 간 협력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공기업 입장에선 지역 안착과 임직원 경력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대학 역시 기업과의 산학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졸업생 채용 등 윈윈(win-win) 효과가 기대된다.
◆ MBA·AMP과정 타깃은 '혁신기러기'
특히 지방이전으로 가족과 떨어진 기러기족을 겨냥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새누리당)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2015년 4월 말 기준)를 보면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 임직원 2만3438명 중 가족과의 동반 이주는 5842명에 그쳤다. 4명 중 1명 꼴(24.9%)이다. 반면 단신 이주한 ‘혁신 기러기’는 1만1005명으로 2배 가량 많았다. “직장은 이전했지만 삶의 거점이 완전히 지방으로 옮겨오진 않았다. 임원급 고위직일수록 더 그렇다. 업무를 마친 뒤 비는 시간에 트렌드를 읽고 미래에 대비해 소양을 쌓는 기회를 대학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대구혁신도시로 이전한 한국가스공사와 특별 경영자교육과정 개설을 준비 중인 경북대 경영대학원 김채복 원장의 설명이다.
그는 “가스공사 1급 13~15명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내년 1학기 시작할 예정이다. 회사 측에서 경영학뿐 아니라 인문학, 문화·예술 커리큘럼도 요구해와 융합형 교과과정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름만 걸어놓는 수준이 아니라 주 4~5일 수업하는 실질적 교육과정으로 만들겠다.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같은 이유로 젊은 직원들을 공략하거나 직접 타깃형 전공을 만들어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도 있다. 전북대가 이런 케이스다.
원용찬 전북대 경영대학원장은 “젊은 층에선 지역에 거주하지 않고 출퇴근하는 비중이 높다. 이들에게 지역 정착 어드밴티지(이점)를 주는 게 중요하다”면서 “젊은 직원들을 경영대학원 과정에 끌어들이는 방안을 비롯해 혁신도시 이전 공기업과의 포괄적 양해각서(MOU)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이전에 대비해 학부에 금융정보경제학전공을 신설, 금융기법·투자분석 등을 가르쳐 필요인력을 육성 중”이라고도 했다.
이같은 협력 교육프로그램은 갓 걸음마를 뗀 단계다. 전국 10곳의 혁신도시에 총 98개 공기업이 이전한 만큼 이들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는 노력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대학 관계자들은 “조직관리 차원에서도 아직 지역에 정착 못한 직원들을 묶어낼 필요가 있다”면서 “대학이 적극 나서야 한다. 대형 공기업과의 1:1 교육과정뿐 아니라 혁신도시에 입주한 여러 기업 직원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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