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작품을 만져보고 있는 하종현 화백.
자신의 작품을 만져보고 있는 하종현 화백.
“마대와 물감, 작가가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접합’ 연작입니다. 이 세 요소를 어떤 방식으로 겹칠 것인지 지난 40여년간 고민했지요. 올해 팔순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7일부터 서울 삼청동 국제갤러리 1, 2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하종현 화백(80)의 말이다. 국제갤러리 1관에는 작가가 올해 여름까지 작업한 신작 12점을 걸었다. 2관은 기존작 18점을 전시해 작가의 작품세계 궤적을 보여준다.

하 화백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단색 화가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 블럼앤드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지난 5월 열린 베니스비엔날레에도 작품을 냈다. 몇 년 새 작품 가격도 크게 뛰었다. 그는 “제 작업이 국제적인 관심을 받게 돼 기쁘다”며 “이번 전시에서 기존 작품과 신작을 함께 내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 작품세계를 보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의 ‘접합’ 연작은 독특한 재료와 기법으로 유명하다. 거친 삼실로 짠 마대를 캔버스 대신 쓰고, 뒷면에 두껍게 올린 물감을 짓이겨 밀어낸다. 마대 조직 틈 사이로 스며 나온 물감이 앞면을 자연스럽게 물들이면 손이나 나이프로 눌러 색을 표현한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 고유의 독특한 미감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젤 위 캔버스 앞에서 물감을 칠하는 서양식 기법에서 탈피해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마대 자루라는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뒤에서 그림 그리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하 화백은 자연스러운 색감을 중요하게 여긴다. 전통 도자기에서 볼 수 있는 연회색, 오래된 기왓장의 검은 색, 흙의 암갈색 등을 주로 쓴다. 작가는 “이런 색들은 어디에 들어가도 어색하지 않고 편안한 색”이라며 “우리 들녘과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색을 화폭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신작에는 새로운 기법도 사용했다. 마대와 물감 사이에 기름을 섞어 독특한 질감을 냈다. 마대 앞에서 횃불을 이리저리 움직여 물감에 그을음을 입힌 작품도 있다.

“점토에 열을 가해 도자기를 만들 듯, 물감에 그을음을 입히자 도자기의 회백색이 나왔습니다. 인공적으로 물감을 섞는 방법으로는 나오지 않는 자연의 색을 얻었지요. 앞으로도 깊이 있는 작품을 내놓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겁니다.” 10월18일까지. (02)735-8449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