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초마다 냉장고 팔리는 인도 오픈마켓, 알리바바·이베이 등 '큰손' 사로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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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 스냅딜
사업가 꿈꾸던 인도 청년 둘, 온라인 상거래회사로 의기투합
하루 이용자만 수백만명…1200만개 상품 5000곳에 배달
자금력 앞세운 아마존 공세에도 12억 인구 시장 잡고 '쑥쑥'
창업 5년…성장성 '무궁'
투자의 귀재 소프트뱅크 손정의, 중국 알리바바·대만 폭스콘 등
글로벌 '큰손' 투자 잇달아
사업가 꿈꾸던 인도 청년 둘, 온라인 상거래회사로 의기투합
하루 이용자만 수백만명…1200만개 상품 5000곳에 배달
자금력 앞세운 아마존 공세에도 12억 인구 시장 잡고 '쑥쑥'
창업 5년…성장성 '무궁'
투자의 귀재 소프트뱅크 손정의, 중국 알리바바·대만 폭스콘 등
글로벌 '큰손' 투자 잇달아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스냅딜은 인도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기업 가운데 하나다. 높은 성장성에 하루가 멀다 하고 투자금이 몰리고 있어서다. 스냅딜은 지난해 인도 온라인 상거래 시장 점유율 32%를 기록했다. 하루 이용자가 수백만명에 달한다. 스냅딜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500여종 1200만개. 15만명의 판매자가 등록했고 배달이 가능한 도시와 마을은 5000곳이 넘는다. 스냅딜에서는 1분대에 한 대꼴로 에어컨과 휴대폰이 팔리고 냉장고는 50초마다 거래된다. 노트북도 2분에 한 대씩 팔린다.
에어컨·휴대폰 1분에 한 대씩 거래
스냅딜은 창립 5년 만에 또 다른 인도 토종업체 플립카드(점유율 44%)와 확실한 양강구도를 구축했다. 자금력을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선 아마존닷컴(15%)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현재 스냅딜의 기업가치는 47억달러(약 5조5400억원)에 이른다. 아직까지는 흑자를 내고 있지 못하지만 스냅딜은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초반부터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알리바바의 성공과정을 감안할 때 3년 안에 수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냅딜은 31세의 동갑내기 친구 쿠날 발과 로힛 반살이 2010년 2월 설립한 회사다. 발과 반살은 인도의 명문사립학교인 델리퍼블릭스쿨에서 동문수학하며 학업을 마치면 사업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사이다.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발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쳤고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켈로그)에서도 최고위 마케팅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유는 인도공과대(IIT)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낙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2008년 비자 문제로 인도에 돌아오기까지 세제 판매회사에서 월마트에 납품하는 일을 담당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잠깐 근무하기도 했다. 인도 ‘거상(巨商)’의 아들로 태어난 반살은 인도를 대표하는 IIT 델리캠퍼스를 졸업했다.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엘리트들이 세운 회사가 스냅딜이다. 발과 반살은 재스퍼 인포테크라는 회사를 세우고 스냅딜을 자회사로 뒀다.
스냅딜의 시작은 온라인 공동구매 방식의 쿠폰 판매였다. 한국에서 쿠팡으로 음식점 할인 쿠폰을 사거나 온라인 공연 티켓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아마존이나 한국 G마켓처럼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오픈마켓 플레이스(장터)로 변신한 것은 2011년. 온라인 오픈마켓 플레이스의 전망이 더 밝다는 분석에 따라서다. 인터넷·스마트폰 늘면서 급성장
발과 반살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도전하기로 한 것은 인도의 구매 환경 때문이다. 12억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대도시가 많지만 인구의 85%는 50만명 이하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현재 19%인 인터넷 사용 인구도 매년 30%씩 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세다. 인도에서는 국민의 14%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40% 늘어났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쇼핑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인도 온라인 상거래 시장 규모는 16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5년 안에 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회사와 온라인 상거래 회사들은 스냅딜의 성장성을 간파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스냅딜은 설립 이후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투자금을 받았다. 초기에는 벤처펀드업계가 투자를 주도했다. 2011년 1월과 7월에 넥서스벤처와 베세머벤처가 각각 1200만달러와 4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에는 굴지의 온라인 상거래업체들도 합류했다. 처음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던 이베이는 기존 투자회사들과 함께 1억3300만달러를 더 끌어모아줬다. 지난해에는 블랙록 등 전문 투자회사가 1억500만달러를 밀어넣었고 일본 소프트뱅크는 6억2700만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투자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달 중국 알리바바와 대만 폭스콘이 5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왕성한 M&A로 덩치키우기 성공
시장 상황이 유리했지만 스냅딜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무혈입성’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인도에서 53개 온라인 상거래업체가 생겨나 벤처캐피털업계로부터 8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토종 온라인 상거래업체 가운데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곳은 스냅딜과 플립카트 두 곳뿐이다. 몇몇은 벌써 문을 닫았고 대부분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스냅딜은 먼저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다. 빠르고 다양한 온라인 상거래를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011년 온라인 쿠폰판매 사이트 그라본닷컴을 인수했고 이듬해에는 온라인 스포츠용품 판매사이트 이스포츠바이닷컴을 사들였다. 2013년에는 수공예제품 위주의 온라인 상거래 회사 쇼포닷인을 한지붕 안에 들였고 2014년 패션 상품 검색기반의 두즈톤닷컴과 선물 추천 사이트 위시픽커도 매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상거래 관련 업체 6개를 인수하면서 왕성한 성장의지를 과시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스마트프릭닷컴, 패션 상품 관련 익스클루시브인, 배송업체 고자바스닷컴, 소프트웨어업체 유니커머스닷컴, 금융서비스 판매 플랫폼 루피파워, 모바일 결제업체 프리차지닷컴, 광고표출 플랫폼 리듀스데이터 등이 스냅딜 산하로 편입됐다.
스냅딜의 성장 배경은 회사의 규모 확대뿐만 아니다. 스냅딜은 스냅딜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상품 발굴을 위해 노력했다. 아마존이 익일배송제를 도입하자 이를 벤치마킹하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3월에는 인도의 유명 영화배우 아미르 칸을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며 인지도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외신들은 “스냅딜이 인도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며 “다만 5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밝힌 아마존닷컴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에어컨·휴대폰 1분에 한 대씩 거래
스냅딜은 창립 5년 만에 또 다른 인도 토종업체 플립카드(점유율 44%)와 확실한 양강구도를 구축했다. 자금력을 무기로 시장 공략에 나선 아마존닷컴(15%)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현재 스냅딜의 기업가치는 47억달러(약 5조5400억원)에 이른다. 아직까지는 흑자를 내고 있지 못하지만 스냅딜은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초반부터 수익을 내지 못했다며 알리바바의 성공과정을 감안할 때 3년 안에 수익분기점을 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냅딜은 31세의 동갑내기 친구 쿠날 발과 로힛 반살이 2010년 2월 설립한 회사다. 발과 반살은 인도의 명문사립학교인 델리퍼블릭스쿨에서 동문수학하며 학업을 마치면 사업을 함께하자고 약속했던 사이다.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발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MBA를 마쳤고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켈로그)에서도 최고위 마케팅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미국으로 건너갔던 이유는 인도공과대(IIT)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낙방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2008년 비자 문제로 인도에 돌아오기까지 세제 판매회사에서 월마트에 납품하는 일을 담당했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잠깐 근무하기도 했다. 인도 ‘거상(巨商)’의 아들로 태어난 반살은 인도를 대표하는 IIT 델리캠퍼스를 졸업했다. 유복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엘리트들이 세운 회사가 스냅딜이다. 발과 반살은 재스퍼 인포테크라는 회사를 세우고 스냅딜을 자회사로 뒀다.
스냅딜의 시작은 온라인 공동구매 방식의 쿠폰 판매였다. 한국에서 쿠팡으로 음식점 할인 쿠폰을 사거나 온라인 공연 티켓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 아마존이나 한국 G마켓처럼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온라인 오픈마켓 플레이스(장터)로 변신한 것은 2011년. 온라인 오픈마켓 플레이스의 전망이 더 밝다는 분석에 따라서다. 인터넷·스마트폰 늘면서 급성장
발과 반살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도전하기로 한 것은 인도의 구매 환경 때문이다. 12억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는 대도시가 많지만 인구의 85%는 50만명 이하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 등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현재 19%인 인터넷 사용 인구도 매년 30%씩 늘고 있다. 무엇보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급증세다. 인도에서는 국민의 14%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 3년간 40% 늘어났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이용한 온라인 쇼핑보다 훨씬 편리하기 때문에 온라인 상거래 시장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인도 온라인 상거래 시장 규모는 160억달러에 불과하지만 5년 안에 1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회사와 온라인 상거래 회사들은 스냅딜의 성장성을 간파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스냅딜은 설립 이후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투자금을 받았다. 초기에는 벤처펀드업계가 투자를 주도했다. 2011년 1월과 7월에 넥서스벤처와 베세머벤처가 각각 1200만달러와 4500만달러를 투자했다. 이후에는 굴지의 온라인 상거래업체들도 합류했다. 처음에 5000만달러를 투자했던 이베이는 기존 투자회사들과 함께 1억3300만달러를 더 끌어모아줬다. 지난해에는 블랙록 등 전문 투자회사가 1억500만달러를 밀어넣었고 일본 소프트뱅크는 6억2700만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로 부상했다. 투자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달 중국 알리바바와 대만 폭스콘이 5억달러의 신규 자금을 지원한 것이다.
왕성한 M&A로 덩치키우기 성공
시장 상황이 유리했지만 스냅딜이 온라인 상거래 시장에 ‘무혈입성’한 것은 아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인도에서 53개 온라인 상거래업체가 생겨나 벤처캐피털업계로부터 8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하지만 토종 온라인 상거래업체 가운데 이렇다 할 성과를 내는 곳은 스냅딜과 플립카트 두 곳뿐이다. 몇몇은 벌써 문을 닫았고 대부분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스냅딜은 먼저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웠다. 빠르고 다양한 온라인 상거래를 위한 기반을 탄탄히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2011년 온라인 쿠폰판매 사이트 그라본닷컴을 인수했고 이듬해에는 온라인 스포츠용품 판매사이트 이스포츠바이닷컴을 사들였다. 2013년에는 수공예제품 위주의 온라인 상거래 회사 쇼포닷인을 한지붕 안에 들였고 2014년 패션 상품 검색기반의 두즈톤닷컴과 선물 추천 사이트 위시픽커도 매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온라인 상거래 관련 업체 6개를 인수하면서 왕성한 성장의지를 과시했다. 가격비교 사이트 스마트프릭닷컴, 패션 상품 관련 익스클루시브인, 배송업체 고자바스닷컴, 소프트웨어업체 유니커머스닷컴, 금융서비스 판매 플랫폼 루피파워, 모바일 결제업체 프리차지닷컴, 광고표출 플랫폼 리듀스데이터 등이 스냅딜 산하로 편입됐다.
스냅딜의 성장 배경은 회사의 규모 확대뿐만 아니다. 스냅딜은 스냅딜에서만 살 수 있는 독점상품 발굴을 위해 노력했다. 아마존이 익일배송제를 도입하자 이를 벤치마킹하며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3월에는 인도의 유명 영화배우 아미르 칸을 내세운 광고를 내보내며 인지도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
외신들은 “스냅딜이 인도에서 탄탄한 입지를 갖추는 데 성공했다”며 “다만 5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밝힌 아마존닷컴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