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류의 몸 안에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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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
스반테 페보 지음 / 김명주 옮김 / 부키 / 439쪽 / 1만8000원
스반테 페보 지음 / 김명주 옮김 / 부키 / 439쪽 / 1만8000원
‘인류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은 짝짓기를 했을까.’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4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이주했을 때 네안데르탈인이라는 또 다른 인류가 이미 터를 잡고 살고 있었다. 13만년 전 처음 등장한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와 경쟁하다 3만년 전 갑자기 사라졌다.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과 인류의 직계 조상이 짝짓기를 했는가를 두고 오랜 논쟁을 벌여왔다. 한쪽에선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조상의 짝짓기로 유럽인이 생겨났다고 주장했고, 한쪽에선 현생 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축출했다고 주장했다.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저자인 스반테 페보 독일 뮌헨대 교수는 이런 논쟁을 일단락 지은 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997년 국제학술지 ‘셀’에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DNA 형성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뼈 화석에서 시작됐다. 페보 교수는 1991년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작은 뼛조각을 떼어내 잘게 부순 다음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mtDNA는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유전물질로, 염기서열이 다르면 같은 종이라고 할 수 없다. 페보 교수와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mtDNA가 현생 인류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별로 뒤지지 않았다. 그들은 현생 인류와 똑같이 긴 섹스를 즐겼고, 뇌 부피도 오늘날 인류의 뇌 용량보다 컸다. 이런 내용은 1980년대 이후 발전한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불리는 유전자 증폭 기술과 유전자의 변이를 가늠하는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산물이다. PCR은 3만년이 넘은 뼈에 남아 있던 불완전한 DNA 조각에서 성공적으로 과거를 증폭해냈다.
저자는 대학원생 시절 교수 몰래 이집트 미라의 DNA를 연구하면서 고대 DNA를 부활시키는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됐다. 시장에서 송아지의 간을 사다 인공 미라를 만들어 죽은 생물에서도 DNA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멸종 동물과 고생 인류 연구에 뛰어든다. 3만년이 넘은 티끌만한 뼛조각에서 ‘진화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상태가 양호한 뼛조각을 얻기 위해 독일과 크로아티아, 스페인을 다니며 발품을 팔았고, 현대인의 유전자에 오염되지 않은 완벽한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게놈)를 확보하기 전쟁 아닌 전쟁을 벌여야 했다. 페보 교수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네안데르탈인 게놈 프로젝트’는 최근 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이 짝짓기했다는 수정된 결과물을 내놨다. 결론적으로 우리 몸 안에도 아주 미약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다.
분자생물학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에게 어려운 부분도 일부 있다. 꽤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사진과 같은 볼거리가 부족한 것 역시 아쉽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잃어버린 게놈을 찾아서》의 저자인 스반테 페보 독일 뮌헨대 교수는 이런 논쟁을 일단락 지은 학자 중 한 명이다. 그는 1997년 국제학술지 ‘셀’에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DNA 형성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1856년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 네안데르 계곡에서 발견된 뼈 화석에서 시작됐다. 페보 교수는 1991년 네안데르탈인의 뼈에서 작은 뼛조각을 떼어내 잘게 부순 다음 ‘미토콘드리아 DNA(mtDNA)’를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mtDNA는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 유전물질로, 염기서열이 다르면 같은 종이라고 할 수 없다. 페보 교수와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의 mtDNA가 현생 인류의 것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에 별로 뒤지지 않았다. 그들은 현생 인류와 똑같이 긴 섹스를 즐겼고, 뇌 부피도 오늘날 인류의 뇌 용량보다 컸다. 이런 내용은 1980년대 이후 발전한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으로 불리는 유전자 증폭 기술과 유전자의 변이를 가늠하는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산물이다. PCR은 3만년이 넘은 뼈에 남아 있던 불완전한 DNA 조각에서 성공적으로 과거를 증폭해냈다.
저자는 대학원생 시절 교수 몰래 이집트 미라의 DNA를 연구하면서 고대 DNA를 부활시키는 연구에 관심을 두게 됐다. 시장에서 송아지의 간을 사다 인공 미라를 만들어 죽은 생물에서도 DNA가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멸종 동물과 고생 인류 연구에 뛰어든다. 3만년이 넘은 티끌만한 뼛조각에서 ‘진화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쏟았던 노력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상태가 양호한 뼛조각을 얻기 위해 독일과 크로아티아, 스페인을 다니며 발품을 팔았고, 현대인의 유전자에 오염되지 않은 완벽한 네안데르탈인 유전체(게놈)를 확보하기 전쟁 아닌 전쟁을 벌여야 했다. 페보 교수에서 영감을 얻어 시작된 ‘네안데르탈인 게놈 프로젝트’는 최근 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이 짝짓기했다는 수정된 결과물을 내놨다. 결론적으로 우리 몸 안에도 아주 미약하지만, 네안데르탈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다.
분자생물학에 익숙지 않은 일반인에게 어려운 부분도 일부 있다. 꽤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사진과 같은 볼거리가 부족한 것 역시 아쉽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