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구매 전성시대③] 자동차 제값주고 사면 '호갱'…수입차 잘나가는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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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 車값 깎는 시대…업체들 '상시 할인' 흔해져
잘나가는 수입차, 과잉 공급에 '폭탄 세일'로 고객 유도
잘나가는 수입차, 과잉 공급에 '폭탄 세일'로 고객 유도
중산층의 삶은 팍팍하다. 경기가 부진하면 부진할수록 더 그렇다. 특히 최근에는 경기불황에 전세가격 급등으로 인한 주거비용 증가로 서민층의 실질 소득이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 가격대비 성능이 우수한 저가상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이다.
한국에 앞서 장기 불황기를 겪은 일본에서도 소비 양극화 현상 보다는 질 좋은 저가상품이 잘 팔리는 '알뜰구매' 현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알뜰구매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알뜰구매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국내 소비 트렌드에 대해 총 4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 김정훈 기자 ] 직장인 박모 씨(남·38)는 최근 BMW 서울지역 전시장을 여러 곳 둘러봤다. 독일차의 할인 폭이 크다는 지인의 얘길 듣고 가솔린 승용차 528을 할인 받아 구매하고 싶어서다. 매장을 방문했더니 최대 20%까지 차값을 깎아준다는 딜러의 소개를 받았다. 박씨는 “과거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은 2배 이상 차이가 났으나 지금은 동급 기준 1.5배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요즘 할인 조건이 좋은 수입차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귀띔했다.
중형 세단 SM5를 9년째 타고 있는 개인사업자 김열수 씨(가명·44)는 올해를 넘기기 전에 차를 바꿀 생각이다. 폭스바겐 디젤 사태를 보면서 수입차를 고려했다가 국산 준대형 세단 K7을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씨는 “차를 바꾸긴 할텐데 제값 주고 살 생각은 없다"며 "연말 즈음 할인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 할인 구매, 새로운 소비 트렌드 자리잡아
자동차 할인 구매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요즘 새 차를 장만하는 소비자들 중 제값 주고 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고가 수입차를 찾는 사람들도 한 푼이라도 더 깎아서 차를 사려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연식이 바뀌기 전, 또는 신형 모델이 나오기 직전 가격이 내려가는 재고 물량을 노리는 ‘실속형’ 구매자들도 늘고 있다.
BMW 자동차를 알아보는 중인 소비자 박씨의 경우 수입차를 찾는 이유로 국산차보다 할인 폭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국산차는 연식이 바뀐 재고가 아닐 경우 정가의 5% 이상 깎아서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수입차는 신차로 바뀌기 직전의 모델에 한해 10~20%씩 할인해주는 딜러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입차는 제값주고 사면 ‘호갱’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남성은 “주변에서 요즘 할인된 가격에 차를 많이 산다”며 “제값주고 사면 왠지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앞선 SM5 차주 김모 씨는 “할인 혜택이 적은 국산보다 할인 폭이 큰 수입차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BMW뿐만 아니라 아우디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독일차 브랜드는 할인을 무기로 소비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BMW 딜러들은 2015년식 5시리즈를 최대 2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또 아우디 딜러는 A5 등 일부 재고 우려가 있는 차종을 신차 가격의 25%까지 깎아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메이커 내에서도 딜러 간 출혈 경쟁이 가격 할인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해졌다”며 “업체 간 피해갈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가격 할인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보다 선택지가 많아진 것도 차값 할인을 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산차도 할인해야 잘 팔린다
국산차 시장에도 할인 프로모션은 꼬리처럼 따라다닌다. 매달 소비자의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판촉전이 펼쳐지고 있다. 실제로 할인 혜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중인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도 자동차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산차 판매는 작년 9월 대비 16%가까이 증가했다. 결국은 할인 카드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실속형 가치 소비가 폭넓게 자리 잡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저성장 불황기엔 일본과 같은 소비 패턴을 닮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 불황시대엔 자동차 등 내구재는 가격 인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내구소비재의 가격파괴현상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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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
한국에 앞서 장기 불황기를 겪은 일본에서도 소비 양극화 현상 보다는 질 좋은 저가상품이 잘 팔리는 '알뜰구매' 현상이 두드러진다. 최근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알뜰구매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국내 각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는 알뜰구매 현황을 살펴보고, 향후 국내 소비 트렌드에 대해 총 4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 김정훈 기자 ] 직장인 박모 씨(남·38)는 최근 BMW 서울지역 전시장을 여러 곳 둘러봤다. 독일차의 할인 폭이 크다는 지인의 얘길 듣고 가솔린 승용차 528을 할인 받아 구매하고 싶어서다. 매장을 방문했더니 최대 20%까지 차값을 깎아준다는 딜러의 소개를 받았다. 박씨는 “과거 국산차와 수입차 가격은 2배 이상 차이가 났으나 지금은 동급 기준 1.5배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요즘 할인 조건이 좋은 수입차를 알아보는 친구들이 많이 있다”고 귀띔했다.
중형 세단 SM5를 9년째 타고 있는 개인사업자 김열수 씨(가명·44)는 올해를 넘기기 전에 차를 바꿀 생각이다. 폭스바겐 디젤 사태를 보면서 수입차를 고려했다가 국산 준대형 세단 K7을 타기로 마음을 먹었다. 김씨는 “차를 바꾸긴 할텐데 제값 주고 살 생각은 없다"며 "연말 즈음 할인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 자동차 할인 구매, 새로운 소비 트렌드 자리잡아
자동차 할인 구매가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요즘 새 차를 장만하는 소비자들 중 제값 주고 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고가 수입차를 찾는 사람들도 한 푼이라도 더 깎아서 차를 사려는 소비행태를 보이고 있다. 연식이 바뀌기 전, 또는 신형 모델이 나오기 직전 가격이 내려가는 재고 물량을 노리는 ‘실속형’ 구매자들도 늘고 있다.
BMW 자동차를 알아보는 중인 소비자 박씨의 경우 수입차를 찾는 이유로 국산차보다 할인 폭이 크다는 점을 꼽았다. 국산차는 연식이 바뀐 재고가 아닐 경우 정가의 5% 이상 깎아서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수입차는 신차로 바뀌기 직전의 모델에 한해 10~20%씩 할인해주는 딜러들이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입차는 제값주고 사면 ‘호갱’이라는 소리까지 나온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30대 남성은 “주변에서 요즘 할인된 가격에 차를 많이 산다”며 “제값주고 사면 왠지 손해를 봤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앞선 SM5 차주 김모 씨는 “할인 혜택이 적은 국산보다 할인 폭이 큰 수입차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BMW뿐만 아니라 아우디 등 국내에서 인기 있는 독일차 브랜드는 할인을 무기로 소비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BMW 딜러들은 2015년식 5시리즈를 최대 20%까지 할인해주고 있다. 또 아우디 딜러는 A5 등 일부 재고 우려가 있는 차종을 신차 가격의 25%까지 깎아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메이커 내에서도 딜러 간 출혈 경쟁이 가격 할인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해졌다”며 “업체 간 피해갈 수 없는 치열한 경쟁이 가격 할인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보다 선택지가 많아진 것도 차값 할인을 유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산차도 할인해야 잘 팔린다
국산차 시장에도 할인 프로모션은 꼬리처럼 따라다닌다. 매달 소비자의 신차 구매를 유도하는 판촉전이 펼쳐지고 있다. 실제로 할인 혜택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올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중인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도 자동차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산차 판매는 작년 9월 대비 16%가까이 증가했다. 결국은 할인 카드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이 디플레이션을 겪으면서 실속형 가치 소비가 폭넓게 자리 잡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도 저성장 불황기엔 일본과 같은 소비 패턴을 닮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성장 불황시대엔 자동차 등 내구재는 가격 인하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며 "경기가 어려울수록 내구소비재의 가격파괴현상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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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