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한국 대학들, 세계평가 순위에서 추락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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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범위·연구DB 변화' 순위하락 결정적 요인
"단기적 평가 대비보다 근본적 역량 강화 필요"
"단기적 평가 대비보다 근본적 역량 강화 필요"
[ 김봉구 기자 ] 한국 대학들의 순위가 추락했다. 세계대학평가 100위 안에 든 국내 대학은 서울대 뿐이었다. 지난해 3곳에서 1곳으로 줄었다.
서울대도 만족할 만한 순위는 아니었다. 작년 50위에서 85위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00위 안에 들었던 포스텍(포항공대)은 50계단,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100계단 가까이 순위가 내려앉았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HE)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2016 세계대학 순위’에서 국내 대학들이 받아든 성적표다.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주요대학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제히 순위가 하락했다.
한마디로 ‘쇼크’라 할 만한 수준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THE는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와 더불어 권위 있는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으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는 수많은 대학평가 가운데 이들 2개 평가에만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지표나 배점을 달리 하는 각각의 평가에서 순위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반면 이번 순위 하락은 동일한 평가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평가 방법이 변했다는 점이다. THE는 작년엔 41개국 400개 대학 순위를 발표했지만 올해 70개국 800개 대학 순위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지표 가중치를 개발 및 검증·통합해 적용했다. THE가 “(순위에) 변동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와 작년 순위는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 이유다.
각 평가지표 점수를 뜯어보면 원인이 뚜렷해진다. 국내 대학들의 점수가 크게 하락한 지표는 교육 부문 평판조사, 학술논문 수 등 연구력이다.
평판조사의 경우 참여집단 범위가 달라졌다. 기존에 영미권에 집중됐던 평판조사 참여집단이 세계 각국으로 다변화된 것이다. THE가 이번에 평가 범위를 확대하면서 생긴 변화다. 국내 대학들이 기울여온 인지도 제고 노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의미다.
한국 대학들은 그간 평판조사에 참여하는 영미권 학자들 위주로 각종 공동연구,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나름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런데 평판조사 참여집단 범위 확대에 따라 이런 효과가 반감됐다.
연구력 관련 지표는 데이터 수집 방법의 변화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THE는 그간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업체 톰슨로이터의 학술기관 조사에 바탕해 대학 순위를 매겼다. 올해부터는 자체수집 데이터에 엘스비어의 논문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를 활용했다.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위주로 논문의 질과 영향력을 평가하는 국내 풍토가 독이 됐다. SCI는 톰슨 사이언티픽(Thomson Scientific) 과학기술분야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색인을 수록한 DB다. 이번 THE 평가에서 SCI가 아닌 스코퍼스 DB를 활용하면서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KAIST 관계자는 “같은 평가에서 지나치게 순위가 떨어져 당혹스럽다. 사전에 결과를 통보받고 THE 측에 이의 제기했는데 ‘평가 방법이 다소 달라졌기 때문’이란 답변만 돌아왔다”며 “평판조사 참여집단 범위 변경과 엘스비어 스코퍼스 DB 활용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학 평가관계자들은 이처럼 순위가 요동치면 평가의 공신성도 흔들린다고 꼬집었다. 평가지표 잣대나 배점, 활용 DB 등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학평가는 정량·정성지표, 총량·비율지표 적용 여부 등에 따라 순위가 크게 엇갈린다.
서의호 한국대학랭킹포럼 대표(포스텍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평가지표가 똑같아도 각 지표 비중을 조금만 조정해도 순위가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평가기관이 갑자기 기준을 바꾼 건 문제다. 그러나 몇몇 지표의 기준이나 배점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순위가 크게 떨어진 한국 대학들 역시 문제라는 얘기다.
하버드대 MIT(매사추세츠공대) 스탠퍼드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해외 명문대들은 특정 평가지표가 바뀌어도 항상 상위권을 지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번 순위 하락은 국내 대학들이 평가에 맞춰 ‘족집게 대비’를 통해 순위를 올린 측면도 있다는 걸 입증한다”며 “단기적 평가 대비보다 근본적인 대학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대학평가 100위내 서울대 한곳뿐…'충격'받은 한국대학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서울대도 만족할 만한 순위는 아니었다. 작년 50위에서 85위로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100위 안에 들었던 포스텍(포항공대)은 50계단,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100계단 가까이 순위가 내려앉았다.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HE)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2016 세계대학 순위’에서 국내 대학들이 받아든 성적표다.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한양대 이화여대 등 주요대학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일제히 순위가 하락했다.
한마디로 ‘쇼크’라 할 만한 수준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THE는 영국 QS(Quacquarelli Symonds)와 더불어 권위 있는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으로 꼽힌다. 단적인 예로 서울대는 수많은 대학평가 가운데 이들 2개 평가에만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지표나 배점을 달리 하는 각각의 평가에서 순위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있을 수 있다. 반면 이번 순위 하락은 동일한 평가 내에서 이뤄진 것이라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가장 큰 원인은 평가 방법이 변했다는 점이다. THE는 작년엔 41개국 400개 대학 순위를 발표했지만 올해 70개국 800개 대학 순위로 확대했다. 이 과정에서 몇몇 지표 가중치를 개발 및 검증·통합해 적용했다. THE가 “(순위에) 변동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와 작년 순위는 직접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한 이유다.
각 평가지표 점수를 뜯어보면 원인이 뚜렷해진다. 국내 대학들의 점수가 크게 하락한 지표는 교육 부문 평판조사, 학술논문 수 등 연구력이다.
평판조사의 경우 참여집단 범위가 달라졌다. 기존에 영미권에 집중됐던 평판조사 참여집단이 세계 각국으로 다변화된 것이다. THE가 이번에 평가 범위를 확대하면서 생긴 변화다. 국내 대학들이 기울여온 인지도 제고 노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의미다.
한국 대학들은 그간 평판조사에 참여하는 영미권 학자들 위주로 각종 공동연구, 국제학술대회 등을 통해 나름의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런데 평판조사 참여집단 범위 확대에 따라 이런 효과가 반감됐다.
연구력 관련 지표는 데이터 수집 방법의 변화가 직접적 영향을 미쳤다. THE는 그간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업체 톰슨로이터의 학술기관 조사에 바탕해 대학 순위를 매겼다. 올해부터는 자체수집 데이터에 엘스비어의 논문인용색인 데이터베이스 스코퍼스(SCOPUS)를 활용했다.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위주로 논문의 질과 영향력을 평가하는 국내 풍토가 독이 됐다. SCI는 톰슨 사이언티픽(Thomson Scientific) 과학기술분야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색인을 수록한 DB다. 이번 THE 평가에서 SCI가 아닌 스코퍼스 DB를 활용하면서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KAIST 관계자는 “같은 평가에서 지나치게 순위가 떨어져 당혹스럽다. 사전에 결과를 통보받고 THE 측에 이의 제기했는데 ‘평가 방법이 다소 달라졌기 때문’이란 답변만 돌아왔다”며 “평판조사 참여집단 범위 변경과 엘스비어 스코퍼스 DB 활용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대학 평가관계자들은 이처럼 순위가 요동치면 평가의 공신성도 흔들린다고 꼬집었다. 평가지표 잣대나 배점, 활용 DB 등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어서다. 실제로 대학평가는 정량·정성지표, 총량·비율지표 적용 여부 등에 따라 순위가 크게 엇갈린다.
서의호 한국대학랭킹포럼 대표(포스텍 교수)는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평가지표가 똑같아도 각 지표 비중을 조금만 조정해도 순위가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설명했다.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론 평가기관이 갑자기 기준을 바꾼 건 문제다. 그러나 몇몇 지표의 기준이나 배점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순위가 크게 떨어진 한국 대학들 역시 문제라는 얘기다.
하버드대 MIT(매사추세츠공대) 스탠퍼드대 옥스퍼드대 케임브리지대 등 해외 명문대들은 특정 평가지표가 바뀌어도 항상 상위권을 지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이번 순위 하락은 국내 대학들이 평가에 맞춰 ‘족집게 대비’를 통해 순위를 올린 측면도 있다는 걸 입증한다”며 “단기적 평가 대비보다 근본적인 대학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세계대학평가 100위내 서울대 한곳뿐…'충격'받은 한국대학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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