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작품 ‘프루스트 의자’ 연작 중 하나에 앉아 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가구 작품 ‘프루스트 의자’ 연작 중 하나에 앉아 있는 알레산드로 멘디니.
“가장 좋은 제품은 인간적인 따뜻함을 지닌 것입니다. 제품 본연의 기능에 시적(詩的)인 디자인을 더해 인간미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합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 알레산드로 멘디니(84)는 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 DDP에서 개막한 자신의 회고전 ‘디자인으로 쓴 시’를 돌아보면서 그는 “현대사회에서 첨단기술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행복함을 주는 작품을 제작하는 게 나의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2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산업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그가 40년간 작업해온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1983년 초기 작업부터 지난 4월 밀란 국제가구박람회에서 선보인 신작 디자인까지 600여점을 내놨다. 작품 종류도 드로잉 스케치와 메모, 생활용품, 가구, 건축물 모형 등 다양하다.

소년 시절 장래희망이 화가였던 멘디니는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1970년대에는 건축잡지 도무스의 편집장으로 활동했다. 1989년부터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동생 프란치스코와 함께 ‘아틀리에 멘디니’를 설립해 산업디자인과 건축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한국도자기 등 국내 기업과도 여러 차례 협업했다.

전시장에서는 사람들에게 따뜻함과 친근함을 주려는 멘디니의 디자인 철학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그가 1993년 디자인을 선보인 와인병따개 ‘안나 G’가 그런 예다. 안나 G는 멘디니의 여자친구가 기지개를 켜는 모습을 본떠 미소 짓고 있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했다. 작가 자신의 모습을 본뜬 코르크 따개 ‘알레산드로M’과 함께 상품화돼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디자인이다.

생활용품 세트를 회전목마처럼 디자인한 ‘지오스트리나’, 이탈리아 전통 의복에서 주로 보이는 네 가지 원색을 나눠 칠한 탁자 ‘마카오네’, 손자를 위해 태양과 달, 지구 모양으로 제작한 램프 ‘아물레또’ 등 유명 작품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작가들과 협업한 작품도 나왔다. 다채로운 색을 점묘로 칠해 회화와 가구를 접목한 작품인 ‘프루스트 의자’는 해강고려청자연구소와 협업해 작은 청자로 제작했다.

2004년부터 국민대 동양문화디자인연구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멘디니는 오는 13일 국민대에서 명예 디자인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02)3143-436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