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린스턴AFP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프린스턴AFP연합뉴스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앵거스 디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인류에게 최대 위협은 성장 둔화”라며 “저성장은 모든 것을 오염시킨다”고 말했다.

디턴 교수는 12일(현지시간)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선진국조차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부터 수십년 동안 성장이 늦춰지면서 고통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저성장은 밑으로부터 모든 것을 오염시키고 (사회적 갈등으로) 정치를 더 어렵게 한다”며 “성장 둔화와 불평등 증가로 이전에 누렸던 삶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디턴 교수는 신흥국에 대해서도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경제대국은 적극적인 부(富)의 재분배 프로그램을 통해 불평등을 줄여나가고 있지만 빈곤문제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인도에 대해서도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통계에 매우 큰 불일치가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빨리 성장하거나 빈곤이 줄어들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디턴 교수는 성장을 통해 빈곤을 해결해야 한다는 자신의 지론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아직 숲을 빠져나오지 못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며 “지난 250년간 인류는 더 풍족한 사회에 근접해 왔지만, 그만큼 과제도 쌓여 있다”고 지적했다.

디턴 교수는 이날 “불평등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며 “유럽 난민사태도 국가 간 빈부격차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은행이 최근 세계 빈곤율이 10% 밑으로 떨어졌다며 반기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좌절감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특히 최근 세계은행의 남미 보고서를 통해 알게 된 것은 “그들이 남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기자회견에 앞서 진행한 외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도 “절대 빈곤층이 지난 20~30년간 가파르게 감소했고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되겠지만 이 같은 나의 생각이 맹목적인 낙관론처럼 들리지 않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디턴 교수는 “상황이 지속해서 호전되겠지만 세계의 많은 사람은 여전히 아주 나쁜 상황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는 전염병과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인도의 아동 영양 상태는 극도로 취약하다는 설명이다.

디턴 교수는 이날 학자로서 갖춰야 할 실증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수차례 강조했다. 때로는 고통스럽지만 데이터의 정확한 측정과 올바른 해석이 학문의 기본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평소 믿고 있던 바가 틀린 것으로 입증되더라도 진실에 접근하려는 과정을 즐겨야 한다”며 “학문에 대한 열정적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프린스턴대 알렉산더홀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3분간의 기립박수와 환호로 시작됐다. 노교수가 평생 일군 업적과 성과에 대한 경의의 표시였다. 이날 프린스턴대 경제학과는 오후 수업을 취소하고 학생들에게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인정받은 디턴 교수를 축하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할 것을 당부했고, 강당은 내외신 기자와 동료 교수, 교직원, 학생 등 300여명으로 가득 찼다.

프린스턴=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