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Issue & Focus] 한국형 인터넷은행 내년 출범…기형적 규제 돌출 가능성 대비해야
지난 1월5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위뱅크(WeBank) 출범식에 리커창 중국 총리가 전격 방문했다. 위뱅크는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 주도로 설립된 중국 첫 인터넷은행이다. 리 총리는 위뱅크가 트럭 운전사에게 첫 번째 대출을 승인하는 버튼을 누른 뒤 “위뱅크는 작은 걸음을 내디뎠지만, 중국 금융개혁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이 단순히 정보통신기술(ICT)과 금융의 융합이 아닌 금융개혁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중소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60%, 신규 일자리의 75%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대형 국유은행들은 정부가 강조하는 중소기업 지원에서 한계를 보였다. 아울러 순이익이 급감하면서 부실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민간이 주도해 설립한 인터넷은행이 중소기업 지원에 나서겠다고 하자 리 총리가 직접 찾아간 것이다. 위뱅크는 출범식에서 대기업 중심의 기존 금융거래 관행을 무너뜨리고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금융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은행은 1995년 미국에서 처음 탄생했다. 지금은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활발하게 영업하고 있다. 해외 인터넷은행은 동네 상점을 자주 찾는 지역 주민들의 편의를 고려해 금융과 연계된 상품을 개발하면서 시작됐다. 대형 은행과 경쟁하기보다 이미 확보한 전속 시장(캡티브 마켓)에서 고정된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2002년과 2008년 도입을 추진했으나 규제와 이해관계에 막혀 무산됐다. 한국은 그동안 모바일 선진국으로 자부하면서도 불필요한 규제와 낡은 관행에 얽매여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경쟁 국가들은 모바일 이코노미라는 새로운 경제 개념으로 다양한 미래 산업을 고민해왔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 인터넷은행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앞으로 출범할 한국형 인터넷은행은 특정 지역이나 특정 산업에 대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대형 은행이 적극적으로 영업하지 않았던 소상공인이나 저신용자 대상의 금융서비스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은행에 시스템 리스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금융과 통신이 결합할 경우 금융 관련법과 통신 관련법이 충돌하면서 기형적인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 기존 규제가 불필요해지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인터넷은행에서 나타날 문제점을 미리 인지하고 해결책을 고민해야 한다. 인터넷은행의 성공은 미래 산업인 핀테크산업 발전의 시작이다.

이군희 <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