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과 교수들이 잇달아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고 한다. 교과서 국정화가 민주 질서의 가치를 흔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국민은 이런 움직임을 냉소적으로 보고 있다. 역사학자들의 직역투쟁 같다는 반응조차 없지 않다. 오히려 당대의 일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기술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는 듯한 교과서가 널려 있는 상황이다. 또 교과서 집필 및 채택과 관련해 담합과 압력이 횡행하고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일부 좌경화 단체와 역사학계가 그런 비자유주의적 압력과 담합의 주체들이다. 이들 담합 주체들이 진리의 자유시장론과 민주 질서를 운운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현대사 기록은 희미한 기록과 역사 파편들의 저편에서 역사학자들이 힘겹게 건져올려야 하는 그런 과업이 아니다. 현대사란 무엇보다 당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목격한 일이다. 목격자와 당사자들이 버젓이 살아 있다. 6·25전쟁 과정에서 무려 150만명 이상이 죽음을 무릅쓰고 북한을 탈출해 남한의 자유를 찾았다. 그런 이들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북한 정권을 미화하고 용납하는 사관을 드러내는 것은 당사자들이 한참 웃을 일이다. 6·25전쟁 기원은 옛 소련의 자료로 이미 백일하에 드러나 있다. 논쟁의 여지조차 없다.

기업인들이 일군 기업사도 중시돼야 마땅하다. 정주영 이병철과 같은 기업가들이 개척과 도전정신으로 세계적 기업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교과서에선 이 같은 기업인의 성과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다. 강단은 위대한 건국대통령 이승만을 독재자로만 가르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6·25전쟁 와중에조차 전면적인 지방자치 선거를 한 민주주의 신봉자였다.

우리는 한국 역사학계 내면의 집단 의식을 점차 궁금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두지 않을 수 없다. 기만적이게도 역사를 현실정치 투쟁의 수단으로 하고 어린 학생들 이념투쟁의 전위로 삼으려고 한다는 의심 말이다. 싸구려 ‘꾼’들이 학자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