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가치세 탈루를 막기 위해 정부가 신용카드 결제 시점에서 부가세를 떼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사업자가 매출의 10%를 자진 신고·납부하는 방식 대신 소비자가 서비스나 물건값을 카드로 결제할 때 국세청이 원천징수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근로소득세를 떼고 급여를 지급하는 식이다.

편의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당연히 효과적인 방안이다. 갈수록 IT 기반이 확대되는 데다 카드결제 비율도 높아져 세정당국이 유혹을 느낄 만도 하다. 부가세가 거래 과정에서 자동 징수된다면 탈세·체납 문제도 수월하게 풀 수 있다. 단일 세목으로는 비중이 가장 큰 부가세는 지난해 57조원이 걷힐 정도로 경제성장에 비례해 커졌다. 그러다 보니 체납액도 제일 많다. 2000년 2조8561억원이었던 부가세 체납액은 지난해 7조3854억원으로 늘었다. 징수액 대비 체납액 비율이 13%나 되는 것은 분명 문제다. 문닫는 사업자의 태반이 부가세 탈루범으로 전락하는 징수체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예상되는 문제도 있다. 당장 사업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부가세를 원천징수하면 일시적으로 자금 운용에 어려움이 생기는 사업자들이 나오게 된다. 세원 노출에 대한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세금포탈을 노린 현금결제도 늘어난다. 소비자·사업자 간 탈세 담합은 신용시스템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 세금을 대납한 카드사들이 선(先)납부한 세금을 받아내지 못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국가의 징수 책무를 다른 경제주체에 넘기는 원천징수제의 문제점들이다. ‘13월의 세금폭탄’이라 했던 지난 연초의 오보 소동도 결국은 원천징수제도에서 비롯된 헛된 논란이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납부 주체가 뒤로 가려지는 원천징수제도를 확대할 때 납세자의 세금 의식이 흐려진다는 점이다. 어떤 세금이든 납부자 스스로가 얼마를 내는지, 면제자는 왜 안 내는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세금 무거운 줄 알게 된다. 무차별 복지로 나랏돈이 마구 새는 것까지 막을 수 있다. 부가세 원천징수에 따를 행정편의주의적 오류를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