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미국 GM에 구동모터와 차내충전기 배터리팩 전력분배모듈 등 전기차 관련 11개 핵심 부품을 일괄 공급한다는 소식이다. GM이 미국 미시간주 오리온 공장에서 내년 말부터 생산할 전기차 쉐보레 볼트EV에 적용할 부품들이라고 한다. GM이 세계적 부품사인 콘티넨탈이나 덴소 등을 제치고 LG 제품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놀랄 일이다. 그만큼 LG 기술의 저력과 신뢰가 충분히 인정받은 게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LG가 글로벌 가전 세트업체라는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사업구성을 재편하고 다각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다.

자동차의 전자화율은 이미 40%를 넘어섰고 전기차는 물론 스마트카 시대의 전자화율은 80%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전자업체들이 자동차 산업에 뛰어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는 부품 수가 기존 차의 60%밖에 되지 않아 핵심 부품들이 갖는 중요성은 각별하다. 충전 기술이나 배터리 기술은 정밀성과 안전성에서 더욱 그렇다. 효율성은 물론이다. 섣불리 도전할 수 없는 분야다. LG는 그동안 축적한 전자기술과 화학기술의 핵심 역량들을 융합해 냈고 결국 성공했다.

전기차는 지금 세계적으로 파괴적 혁신이 진행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시장을 뒤흔들고 재편하는 신기술과 신제품이 탄생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업종이다. 이런 역동적인 생태계에 LG가 부품기업으로 참여하는 것은 차세대 성장동력과 직접 만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새로운 모델의 전기차가 시장을 휩쓸어도 LG는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게 된다. LG가 전기차를 직접 생산하는 것도 결코 비현실적인 일이 아니다. 마치 휴대폰 사업에 줄곧 참여한 삼성전자가 아이폰이 탄생하면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든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기존 전자산업은 1등이 아니고선 견딜 수 없는 ‘레드오션’의 상태가 벌어진 지 오래다. 그 과정에서 이번 LG의 성공은 핵심역량을 극대화해 ‘블루오션’을 찾으려는 의지와 노력이 만든 쾌거다. 기분 좋은 경제뉴스가 갈수록 잦아드는 상황에서 모처럼 들려온 희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