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최고 활자 아니다' 논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라는 주장이 제기된 ‘증도가자(證道歌字·사진)’가 가짜설에 휘말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7일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품인 고려활자 7개에 대해 “인위적인 조작 흔적을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다.

국과수는 이날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개를 조사한 결과 모두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국과수 디지털분석과 관계자는 “활자가 깨진 부분을 확대 분석하던 중 두 개의 층으로 이뤄진 것을 확인했다”며 “3차원 금속 컴퓨터단층촬영(CT)에서도 인위적인 흔적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증도가자는 고려시대 선불교 해설서인 ‘남명화상찬송증도가’의 목판본(1239년)을 찍기 전에 간행된 주자본(금속활자본)을 인쇄하는 데 쓰인 활자로 알려졌다. 2010년 9월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서울 다보성갤러리(대표 김종춘·한국고미술협회장)가 소장한 금속활자 100여점을 분석한 결과 이 중 12점이 증도가자임을 확인했다”고 밝히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국과수의 분석 결과에 대해 김종춘 대표는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것과 다보성이 소장한 활자는 다르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에 떳떳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번 논란은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어떤 식으로든 증도가자의 진위를 하루빨리 가려달라”고 했다.

문화재청은 이날 자료를 내고 “국과수의 조사 결과를 모든 금속활자(증도가자)에 확대 해석하긴 어렵다”며 “합리적·과학적·객관적인 방법을 통해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남 교수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과수가 발표한 자료는 금속활자 주조 방법과 서지학적 정보를 몰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대 청동유물은 다른 금속과 달리 내부부터 부식되는 경향이 있다”며 “표면과 내부의 밀도 차이로 인해 이중구조로 보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