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에 카카오 경영사령탑에 오른 임지훈 대표가 취임 한 달여 만인 27일 제주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장기 비즈니스 전략을 밝혔다. 임 대표는 “언제든지 이용자가 원하는 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n demand)’ 비즈니스를 통해 ‘모바일 2.0’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플랫폼에서 이용자와 참여 회사가 모두 만족하고 더 나아가 사회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하나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공유경제 관련 사업을 키우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 혁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임지훈 "상상 가능한 모든 O2O서비스 선보일 것"
○“모바일 2.0 시대 열겠다”

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온디맨드가 차세대 모바일의 키워드가 될 것”이라며 “카카오는 택시 관련 비즈니스 외에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O2O(온·오프라인 연계) 사업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이용자들로부터 ‘세상 참 좋아졌네’란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파괴력이 큰 서비스부터 순차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며 “검색부터 콘텐츠 게임 커머스 결제 금융에 이르기까지 모든 서비스가 카카오 플랫폼 내에서 하나로 연결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묻는 질문에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며 “여러 이해관계자의 말을 충분히 듣고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카카오가 택시에 이어 대리운전 사업에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관련 업계가 “골목상권 침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임 대표는 다양한 혁신 스타트업과의 상생으로 생태계를 넓혀 나가겠다는 각오다. 그는 “카카오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스타트업에 약 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고 플랫폼 사업자로서 커머스 게임 콘텐츠 등에서 연 2조4500억원 규모의 연관 매출을 파트너와 함께 창출하고 있다”며 “스타트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파트너들이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돕겠다”고 했다.

○김범수 의장과의 인연

임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김범수 키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닐 정도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카카오는 모바일 커머스 스타트업인 로티플을 인수했다. 로티플은 앞서 임 대표가 수석심사역으로 있던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분 매각 협상 테이블에서 임 대표와 처음 만난 김 의장은 “어떻게 서비스 출시도 안 한 회사에 투자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고 임 대표는 “저는 투자할 때 사람을 봅니다”고 답했다.

이어 임 대표가 2010년 30억원을 투자한 선데이토즈의 모바일 캐주얼 게임 ‘애니팡’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김 의장의 믿음은 더욱 깊어졌다. 김 의장은 2012년 초기 벤처 전문 투자사인 케이큐브벤처스를 세웠고 임 대표를 영입해 전권을 맡겼다.

임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워커홀릭’이다. 공식 출근시간은 오전 10시지만 오전 7시 전부터 나와 업무를 시작한다. 업계에서 똑똑하고 추진력이 강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어떤 분야를 물어도 막힘이 없을 만큼 해박한 지식과 달변을 자랑한다”며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활발한 편”이라고 전했다.

제주=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