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래 대표
박경래 대표
“급경사에선 자전거 속력이 60㎞ 이상으로 치솟습니다. 이때 프레임의 진동을 잡아주는 게 기술이에요. 이걸 못하면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난 27일 경기 용인 기흥구에 있는 위아위스 기흥파크에서 만난 자전거 국가대표 장재윤 선수(33). 그는 국산 자전거 ‘위아위스(WIAWIS)’에 대해 “기술력이 없었으면 우승도 없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장재윤은 지난 4월19일 세계적인 자전거 대회인 제25회 시오터클래식 국제오픈에서 하드테일 다운힐 종목을 위아위스로 제패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자전거 대회인 시오터클래식 국제오픈은 로드(도로주행)와 MTB(산악자전거) 전 종목 경기에 500개 이상의 자전거 브랜드가 참가하는 전시회가 어우러져 ‘세계 자전거 기술의 경연장’이란 평가를 받는다.

[스포츠산업 히든챔피언-2] 위아위스, 세계 최경량 자전거로 '제2 성공시대' 연다
장재윤이 이 대회에서 타고 달린 위아위스는 윈앤윈의 자전거 브랜드다. ‘Winning Action’과 ‘Winning Spiri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 만들었다. 윈앤윈은 세계 양궁 시장 점유율 60%를 자랑하는 ‘히든챔피언’이다. 양궁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이 회사 박경래 대표(59)는 1988년 서울올림픽 양궁 대표팀 감독으로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양궁 1세대’다. 1992년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난 그는 ‘이기는 활을 만들어 보이겠다’며 같은 해 윈앤윈을 설립했다.

[스포츠산업 히든챔피언-2] 위아위스, 세계 최경량 자전거로 '제2 성공시대' 연다
윈앤윈이 자전거 개발에 눈을 돌린 건 양궁시장의 한계 때문이다. 글로벌 스포츠 기업들로부터 인수합병(M&A) 제안을 수도 없이 받을 만큼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지만 이를 맘껏 펼치기에는 시장이 좁았다. 박 대표는 “소비층이 엘리트 선수에 국한된 탓에 시장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보유 기술을 활용할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위아위스 자전거의 핵심 기술은 양궁의 활 제조 기술에서 터득한 카본 나노튜브(carbon nanotube) 가공법에 있다. 자전거 프레임 주원료인 카본 나노튜브는 ㎚(1㎚는 10억분의 1m) 크기의 탄소원자만으로 구성된 신소재다. 인장강도가 일반 탄소섬유보다 100배 이상 강하고 전도성이 높은 게 강점이다. 쓰임에 맞는 강도와 유연성을 불어넣으려면 원료 배합공정이 중요한데 여기에 위아위스 자전거만의 비법이 숨어 있다. 박 대표가 양궁에 이은 ‘두 종목 히든챔피언 석권’을 자신하는 이유다.

자신감의 근거는 기술력이다. 지난해 1월엔 무게 630g대의 세계 최경량 자전거 프레임 생산에 성공했다. 외국산 경기용 자전거보다 40~60g 가볍지만 강도는 1.5~2배가량 강했다. 입소문은 무서웠다. 연구개발과 팀 창단, 선수후원 외엔 일절 홍보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니아들 사이에 금세 소문이 퍼졌다. 올초 계획한 2000여대 물량은 이미 동났다. 다음달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 사이클모터인터내셔널 전시회’에선 10g을 더 줄인 세계 최초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윈앤윈의 지난해 매출은 220억원. 올해 매출은 30% 이상 늘어난 300억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다. 작년 말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위아위스 자전거 덕분이다. 윈앤윈은 최근 3년간 양궁 관련 용품 사업으로만 연평균 10% 안팎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야외 레저활동을 위축시켰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는 오히려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 고가의 수입 자전거 판매량이 70% 이상 떨어진 반면 위아위스 자전거는 연간 총 판매 계획의 50% 이상이 같은 기간에 팔려 나갔다. 박 대표는 “품질만 좋으면 국내 소비자가 세계 어느 나라 소비자보다 훨씬 더 국산에 애착과 자부심을 갖는다는 걸 알았다”며 “위아위스를 3년 이내에 꼭 세계 톱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사·국민체육진흥공단 공동기획

용인=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