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시장에서 누적 판매 1000만대 기록을 세웠다. 29년 만에 세운 기록으로 단일 자동차 회사로는 열 번째다. 외국 회사로는 도요타 혼다 닛산 폭스바겐 마쓰다 다임러에 이어 일곱 번째다.

자동차 생산 능력 자체를 의심받던 한국이 1986년 소형차 엑셀을 미국에 처음 수출하던 때를 우리는 생생하게 기억한다. 소형차에 중형차급 사양을 넣으면서도 가격경쟁력을 높인 엑셀은 진출 4년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기술의 한계인지, 경쟁사들의 견제인지 현대차는 위기를 맞았다. 품질과 내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악소문이 퍼졌고, TV 토크쇼에선 ‘싸구려’가 되고 말았다. 1990년대 중반까지 고난의 시절이 이어졌다.

현대차는 이 좌절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았다. 1999년 정몽구 회장이 불을 댕긴 혁신은 놀라운 성과로 이어졌다. 품질제일주의로 시장의 의구심에 정면 대응한 것이 탁월한 선택이었다. 품질 약속을 마케팅과 연결한 것은 오늘의 현대차를 있게 한 승부수였다. ‘10년 10만마일 무상보증제도’는 경쟁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했고, 고객들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았다.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을 완공한 2005년 이후엔 품질, 브랜드,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명실공히 세계 일류 업체로서의 위상을 이어오며 이 대기록을 세웠다.

현대차의 선전이 의미있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 자동차 산업의 미래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친환경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기준으로 그 규모와 시기가 결정된다. 부품사 협력사들에도 축하를 드린다. 1000만대 기록은 곧 1억대로 바뀔 것이다. 그 사이 엄청난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 변화의 승자가 돼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만사튼튼’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