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의 하원의장에 45세의 폴 라이언 공화당 의원이 선출됐다. 미국 ‘권력서열’ 3위 요직을 40대 뉴 리더가 맡아 의회를 이끌게 된 것이다. 10~13세의 어린 세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막중한 이 자리를 고사해 왔다던 젊은 정치인이다. 엊그제 하원의장으로 내정된 뒤에도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포기할 수도, 포기할 생각도 없다”고 공언해 미국 사회의 갈채를 받았다. 기껏 포퓰리즘의 깃발 흔들기 아니면 어둡고 음습한 이미지의 낡은 정치에 신물이 나 새바람을 기대하는 건 미국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미국만도 아니다. 캐나다에서 43세의 쥐스탱 트뤼도 자유당 대표가 총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예약한 게 불과 열흘 전이다. 과테말라에선 46세의 코미디언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럽의 40대 리더들은 일일이 꼽기도 힘들 정도다. 5년 전 44세에 영국 총리가 된 데이비드 캐머런과 지난해 39세에 총리직을 맡은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를 비롯,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루마니아 체코 그리스 폴란드의 최고지도자들이 모두 40대다. 벨기에 총리는 39세다.

40대 리더의 돌풍이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닳을 대로 닳은 구태 정치인에 대한 거부감이요, 기존의 퇴행 정치에 대한 불신이다. 권력을 잡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원칙 정치에 대한 환멸이다. 한국에서 젊은 세대의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 불신 기류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뇌물수수 등 잡범 수준의 범죄자가 의원 뱃지를 달고 터무니없는 공박과 질타를 일삼는 인사청문회의 풍경만 봐도 정치 환멸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다선(多選)입네 중진입네 하는 구태 ‘정치꾼’들 대신 깨끗하고 역량을 갖춘 신예 리더들이 나서야 저급 정치가 끝장난다. 우리도 좀 바꿔보자. 내년 20대 총선에서 변화가 나타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