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s In Life] 투표의 역설? 과반수 투표 결정은 옳은가…합의하기 어려울 때는 시장에 맡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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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잃은 내가 만난 운명의 Book
(42) 에이먼 버틀러의 공공선택론 입문(하)
(42) 에이먼 버틀러의 공공선택론 입문(하)
이 책은 정보와 관련해 일반 유권자에 비해 이익 집단들의 영향력이 큰 이유도 가르쳐준다. 일반 유권자들은 자기의 단일 표가 결과에 차이를 가져오지 않아서 투표하나마나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합리적으로 기권하고, 또 문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자기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므로 합리적으로 무지하다. 반면 이익 집단은 문제에 큰 이해관계가 있어서 투표 참가율도 높고 문제를 잘 알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일반 유권자에 비해 이익 집단의 영향력이 커진다.
이 책을 읽으면 정부가 크고 규제 권력이 클 때 개인도 가난해지고 국가도 가난해짐을 알게 된다. 정부가 민간에 특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때 이익 집단들은 생산적인 활동으로 돈을 벌려 하기보다 정치 과정을 통해 특권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회사 사장이 지방 공장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에 가 있게 된다. 이런 지대 추구 활동으로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됐어야 할 자원이 비생산적인 곳에 쓰여 자원이 낭비된다. 그 결과 개인과 국가가 가난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과반수 투표로 내리는 많은 결정이 엉터리 결정일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많은 사회적 선택은 투표의 역설을 보인다. 투표의 역설이 없으려면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단일 차원의 쟁점에 관한 이야기고, 만약 다차원이 되면 설사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거의 항상 투표의 역설이 발생한다. 그리고 많은 쟁점은 다차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엉터리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다차원적 쟁점에서의 투표의 순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반수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 답은 무엇인가? 국민이 합의하기 쉬운 쟁점들만 골라 투표로 처리하고 선호가 달라 합의하기 어려운 것들은 민주주의로 처리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는 것이다. 투표자들의 선호가 달라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투표의 역설이 일어나기 쉽지만 선호가 비슷하면 단일 차원이건 다차원이건 투표의 역설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편익 과세의 채택과 분권화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투표자들의 선호가 비슷해져서 합의 도출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반수 외의 규칙들을 어색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헌법적 정치경제론은 문제에 따라 다양한 의사 결정 규칙이 사용되어야 함을 가르친다. 적절한 의사 결정 규칙은 집합적 행동의 외부 비용과 의사 결정 비용에 달려 있다. 상대적으로 집합적 행동의 외부 비용이 의사 결정 비용보다 더 크다면 가중된 다수결 규칙을 사용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집합적 행동의 의사 결정 비용이 외부 비용보다 더 크다면 소수결 규칙을 사용해야 한다. 3분의 2 중다수 결정 ‘중요’
많은 문제의 경우 의사 결정 비용은 그리 크지 않고 외부 비용이 중요해서 3분의 2 결과 같은 가중 다수결 규칙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총비용이 줄어든다. 그러나 의원들은 과반수결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양원제를 사용하면 각각의 원에서 단순 과반수로 결정하더라도 단원제에서 가중된 다수결로 통과시킨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대통령의 거부권도 가중된 다수결을 강제하는 방법이 된다.
이 책의 헌법적 정치경제론은 무엇을 시장에서 처리하고 무엇을 정부에서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제공한다. 시장의 비용에는 외부 비용이 있다. 정부 비용에는 외부 비용과 의사 결정 비용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의 크기는 각 사안에 따라 다르다. 문제에 대해 시장의 비용과 정부의 비용 양쪽 다를 고려하여 비용이 낮은 쪽에서 처리하여야 한다. 로마 황제가 첫 번째 가수의 노래만 듣고 두 번째 가수에게 그랑프리를 수여한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불행하게도 후생 경제학자들은 그런 오류를 범했다.
대통령과 달리 의원은 재임 횟수 제한이 없다. 비대해진 정부를 막을 필요의 관점에서 의원의 재임 횟수 제한은 바람직한 효과들을 보일 것이다. 이것은 의회에서의 로그롤링, 그리고 의회와 특수 이익 집단과의 거래를 막는 효과를 가져와 입법의 양을 줄일 것이다. 관료제에 영향을 미쳐 관료제의 성장도 막을 것이다. 그 결과 정부 크기를 줄일 것이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된 정부 실패들 외에 민주주의 실패도 있음을 환기시킨다. 브라이언 캐플런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일자리 상실을 싫어하고, 외국인을 기피하며, 경제 문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시장을 불신한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이와 같이 편향되고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 제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즉 정부 실패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 성과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민주주의 실패도 다루고 있다.
민주주의의 과잉에 경종을 울리다
그렇다면 이 책의 시사점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와 정부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정부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우리는 그것들을 되도록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정부를 사용할 때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를 이 책은 잘 언급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와 정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그것들이 지닌 결함을 잘 알아야 올바른 사회적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도 자유롭고 부유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세상 이치를 궁금해 하는 대학생이 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했다. 그 말에 감사하면서, 판단은 대학생에게 맡긴다. 독자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보면 역자에게 금전적 이익이 되겠지만, 독자가 자신의 귀중한 자원을 다른 곳에 투입하기를 원한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더 간편하게는 영국 경제문제연구소 홈페이지(www.iea.org.uk)에 들어가서 한국어판을 내려받아 읽어 보는 방법도 있다.
황수연 <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
이 책을 읽으면 정부가 크고 규제 권력이 클 때 개인도 가난해지고 국가도 가난해짐을 알게 된다. 정부가 민간에 특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때 이익 집단들은 생산적인 활동으로 돈을 벌려 하기보다 정치 과정을 통해 특권을 얻으려고 할 것이다. 회사 사장이 지방 공장에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수도에 가 있게 된다. 이런 지대 추구 활동으로 생산적인 활동에 투입됐어야 할 자원이 비생산적인 곳에 쓰여 자원이 낭비된다. 그 결과 개인과 국가가 가난해진다.
이 책은 우리가 과반수 투표로 내리는 많은 결정이 엉터리 결정일 수 있음을 가르쳐 준다. 많은 사회적 선택은 투표의 역설을 보인다. 투표의 역설이 없으려면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단일 차원의 쟁점에 관한 이야기고, 만약 다차원이 되면 설사 단봉 선호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거의 항상 투표의 역설이 발생한다. 그리고 많은 쟁점은 다차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많은 엉터리 결정을 내릴지 모른다(다차원적 쟁점에서의 투표의 순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과반수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면 답은 무엇인가? 국민이 합의하기 쉬운 쟁점들만 골라 투표로 처리하고 선호가 달라 합의하기 어려운 것들은 민주주의로 처리하지 말고 시장에 맡기라는 것이다. 투표자들의 선호가 달라 합의하기 어려운 문제들은 투표의 역설이 일어나기 쉽지만 선호가 비슷하면 단일 차원이건 다차원이건 투표의 역설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편익 과세의 채택과 분권화를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투표자들의 선호가 비슷해져서 합의 도출이 쉬워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과반수 외의 규칙들을 어색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이 책의 헌법적 정치경제론은 문제에 따라 다양한 의사 결정 규칙이 사용되어야 함을 가르친다. 적절한 의사 결정 규칙은 집합적 행동의 외부 비용과 의사 결정 비용에 달려 있다. 상대적으로 집합적 행동의 외부 비용이 의사 결정 비용보다 더 크다면 가중된 다수결 규칙을 사용해야 하고, 상대적으로 집합적 행동의 의사 결정 비용이 외부 비용보다 더 크다면 소수결 규칙을 사용해야 한다. 3분의 2 중다수 결정 ‘중요’
많은 문제의 경우 의사 결정 비용은 그리 크지 않고 외부 비용이 중요해서 3분의 2 결과 같은 가중 다수결 규칙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총비용이 줄어든다. 그러나 의원들은 과반수결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양원제를 사용하면 각각의 원에서 단순 과반수로 결정하더라도 단원제에서 가중된 다수결로 통과시킨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대통령의 거부권도 가중된 다수결을 강제하는 방법이 된다.
이 책의 헌법적 정치경제론은 무엇을 시장에서 처리하고 무엇을 정부에서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제공한다. 시장의 비용에는 외부 비용이 있다. 정부 비용에는 외부 비용과 의사 결정 비용이 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의 크기는 각 사안에 따라 다르다. 문제에 대해 시장의 비용과 정부의 비용 양쪽 다를 고려하여 비용이 낮은 쪽에서 처리하여야 한다. 로마 황제가 첫 번째 가수의 노래만 듣고 두 번째 가수에게 그랑프리를 수여한 것과 같은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 불행하게도 후생 경제학자들은 그런 오류를 범했다.
대통령과 달리 의원은 재임 횟수 제한이 없다. 비대해진 정부를 막을 필요의 관점에서 의원의 재임 횟수 제한은 바람직한 효과들을 보일 것이다. 이것은 의회에서의 로그롤링, 그리고 의회와 특수 이익 집단과의 거래를 막는 효과를 가져와 입법의 양을 줄일 것이다. 관료제에 영향을 미쳐 관료제의 성장도 막을 것이다. 그 결과 정부 크기를 줄일 것이다.
이 책은 위에서 언급된 정부 실패들 외에 민주주의 실패도 있음을 환기시킨다. 브라이언 캐플런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일자리 상실을 싫어하고, 외국인을 기피하며, 경제 문제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시장을 불신한다”고 한다. 유권자들이 이와 같이 편향되고 비합리적인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정부 제도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즉 정부 실패가 없다고 하더라도 정부 성과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이런 민주주의 실패도 다루고 있다.
민주주의의 과잉에 경종을 울리다
그렇다면 이 책의 시사점은 무엇인가? 민주주의와 정부를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와 정부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우리는 그것들을 되도록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정부를 사용할 때 어떤 식으로 사용해야 할지를 이 책은 잘 언급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민주주의와 정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 그것들이 지닌 결함을 잘 알아야 올바른 사회적 선택을 할 수 있고 우리도 자유롭고 부유하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이 책을 추천하면서 “세상 이치를 궁금해 하는 대학생이 보기에 좋은 책”이라고 했다. 그 말에 감사하면서, 판단은 대학생에게 맡긴다. 독자가 이 책을 사서 읽어보면 역자에게 금전적 이익이 되겠지만, 독자가 자신의 귀중한 자원을 다른 곳에 투입하기를 원한다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거나, 더 간편하게는 영국 경제문제연구소 홈페이지(www.iea.org.uk)에 들어가서 한국어판을 내려받아 읽어 보는 방법도 있다.
황수연 < 경성대 행정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