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이 헛돌고 있다. 위기를 직감한 기업 간 자발적 사업재편이 간간이 들려오지만 전체 산업으로 보면 여전히 미약한 수준이다. 채권단에 의한 구조조정도 더디기는 마찬가지다. 그나마 시도되는 구조조정조차 노조와 협력업체 등의 반발로 물거품이 될 판이다. 정부마저 수수방관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선제 구조조정은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기업이 속출하는 최근 상황을 방치한다면 모두가 공멸할 것은 자명하다. 이 점을 잘 알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이 저마다 자기 이익만 챙기려 들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일종의 치킨게임을 벌이는 모양새다. 마치 가아자동차 등을 놓고 벌어진, 1997년 외환위기 직전의 갈등국면과 똑 닮았다. 무조건 저항하는 노조가 그렇다. ‘고용을 보장하라’ ‘위로금을 내놔라’ ‘임금을 더 올려라’는 요구조건을 내걸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조차 때를 놓칠 게 뻔하다.

여기에 중소기업까지 가세하고 있다. 이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해달라는 요구를 정부에 쏟아낸다. 대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피해가 가선 절대 안 된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도대체 모든 사람의 이익을 보장하는 구조조정이 가능키는 할는지 궁금하다. 정부에 한계기업을 떠안으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은행 등 채권단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국책은행은 정권이 바뀌면 무슨 개인적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른다며 선뜻 나서려 하지 않고, 민간은행은 기업 신용위험 평가를 강화한다고 하면서 ‘자기 보신’에만 급급해한다. 그렇다고 정부가 무슨 비전을 내놓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아니다. 정치권의 눈치나 살피며 기업과 채권단에 모든 걸 미루고 있다. 걸림돌이 되기는 국회도 똑같다. 구조조정을 촉진하기 위해 발의된 이른바 ‘원샷법’은 여태 감감무소식이다. 한마디로 저마다 기업이 완전히 망할 때까지 가보자며 질주하는 양상이다. 구조조정을 제때 하지 못해 치러야 했던 1997년의 혹독한 대가를 벌써 잊었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