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두근두근대는 심장…혹시 부정맥 신호?
40대 직장인 박준우 씨는 날씨가 추워지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은 기분이 자주 들어 병원을 찾았다. 가끔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나 한숨을 쉰다는 그에게 의사는 부정맥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의사는 당장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심한 상태는 아니지만 운동을 하고 식습관을 조절해 다른 심장질환이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도 때도 없이 두근두근대는 심장…혹시 부정맥 신호?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지는 환절기에는 각종 심뇌혈관 환자가 늘어난다. 이완된 혈관이 갑자기 수축하면서 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지 않는 부정맥 환자도 늘고 있다.

부정맥은 각종 심혈관 질환의 초기 증상이다. 부정맥 자체로도 급사의 원인이 된다. 스스로 부정맥 질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관리해야 심혈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부정맥의 증상과 치료법, 부정맥 환자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알아봤다.

맥박 분당 60~100회 벗어나면 부정맥

근육이 수축 이완 운동을 하려면 전기가 필요하다. 심장은 자발적으로 전기신호를 내 수축과 이완 운동을 한다. 부정맥은 이런 체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정상인의 맥박은 분당 60~100회 정도다. 이보다 지나치게 느리거나 빠를 때, 맥박이 불규칙적일 때 부정맥으로 진단한다.

맥박이 분당 100회를 넘으면 ‘빈맥(頻脈)’, 60회보다 적으면 ‘서맥(徐脈)’이라고 한다. 불규칙적으로 빠르게 뛰면 ‘심방세동’이다. 물론 심장박동이 정상 범위를 벗어난다고 모두 환자는 아니다. 운동을 하거나 임신을 하면 심장박동은 정상 범위보다 빨라질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은 정상 심장 박동 수보다 심장이 느리게 뛰기도 한다. 부정맥은 심장이나 혈관에 문제가 있어 심장 박동이 불규칙할 때 나타난다.

부정맥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10년 10만8900명이었던 부정맥 환자는 2014년 12만2700명으로 5년 동안 12.7% 늘었다. 박준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대표적 심혈관 질환인 협심증과 심근경색 환자 숫자는 정체돼 있지만 부정맥 환자는 급증하고 있다”며 “심장질환 발생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부정맥은 단순한 심장 리듬 이상일 수 있지만 방치하면 심장 내 혈전(피떡)이 생겨 뇌졸중이나 심부전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며 “평소 자신의 맥박이나 심장박동 변화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두근거림, 어지럼증 계속되면 의심을

부정맥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두근거림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본인의 심장박동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부정맥 환자들은 심장박동이 빠르거나 느리다는 사실을 스스로 느낀다. 이로 인해 긴장을 하지 않았는데 심장이 자주 쿵쾅거린다고 하는 환자가 많다.

숨을 쉬고 있지만 숨을 반만 쉬는 것 같다거나 움직일 때마다 어지러우면서 숨이 찬다고 하는 환자들도 있다. 참기 어려운 가슴통증을 호소하기도 하고 맥박을 건너뛴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머리나 몸 전체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어지럼증 무력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부정맥이 심하면 심장이 제대로 혈액을 내보내지 못해 심장이 멈추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부정맥이 있어도 이 같은 증상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적지 않다. 심방세동 환자의 15~35%는 증상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같은 증상이 있는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심전도검사, 심장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부정맥을 진단해야 한다. 부정맥으로 진단해도 다른 심혈관 질환이나 급사 위험이 없으면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는다. 치료가 필요한 부정맥 환자에게는 항부정맥제를 투여하거나 심장의 전기신호를 만들어주는 보조수술 등을 한다.

예민하고 급한 성격 환자 많아

급하고 꼼꼼하며 화를 잘 내는 성격일수록 부정맥 환자가 많다. 예민한 사람도 부정맥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이 때문에 부정맥 증상을 막기 위해 무던하고 부드럽게 행동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로, 수면부족도 부정맥을 악화시킨다.

체질량지수(BMI· 체중(㎏)/키(m)의 제곱)가 정상에서 5포인트 올라갈 때마다 심방세동 위험이 29%씩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체중이 많이 나가면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다. 심장의 이완 기능이 잘 이뤄지지 않아 부정맥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부정맥을 예방하려면 가능한 한 매일 30분 이상 운동을 해 적정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해야 한다. 술과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고 담배를 많이 피우면 심장의 전기 시스템이 고장날 수 있다. 술과 커피는 하루 1~2잔 이내로 줄여야 한다.

나트륨을 적게 섭취해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건강상식이지만, 나트륨을 너무 적게 먹는 것은 부정맥 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캐나다 맥마스터대 연구팀이 심장병 환자 3만명을 분석했더니 나트륨 섭취가 많을 때뿐 아니라 너무 적을 때도 심장병 발생 위험이 높아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일 소금 섭취량을 5g, 미국심장학회는 3.75g으로 권장하고 있다. 적정량의 나트륨을 섭취해야 한다.

부정맥 때문에 약을 먹고 있다면 조심해야 할 음식도 있다.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와파린(혈액응고방지약)을 복용하는 환자는 비타민K가 많이 든 음식을 적게 먹어야 한다. 와파린은 혈액 응고 인자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 약인데 비타민K는 혈액 응고를 도와 와파린의 효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비타민K는 된장 두부 두유 콩기름 콩가루 등 콩음식에 많이 들어있다. 채소나 녹즙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성욕이나 성기능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부정맥 약을 먹지 않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성기능 감퇴는 정신적인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환자가 많다. 함부로 약을 끊거나 치료를 거부하는 것보다는 원인을 찾아 교정해야 한다.

박 교수는 “부정맥은 심장질환의 첫 번째 증상이자 심장으로 인한 사망 시 나타나는 마지막 증상일 수 있다”며 “유사한 증상을 느낄 때는 주저하지 말고 의료진을 찾아 상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움말=박준범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