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자·이불…미술 여전사 2만명이 뛴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문화 현장 생생 리포트 - 한국 화단 '우먼 파워'…제2의 천경자는 누구?
양혜규·문경원 등 설치미술서 두각…이숙자는 채색화
방혜자·김원숙·노은님·황주리 등 서양화 부문서 인기
양혜규·문경원 등 설치미술서 두각…이숙자는 채색화
방혜자·김원숙·노은님·황주리 등 서양화 부문서 인기
미술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가 나혜석인 것은 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여성 화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지난 8월 작고한 천경자 화백은 여성으로 유일하게 국내 10대 인기화가 대열에 올라 있다. 현대적인 채색화 장르로 한국 현대미술사에 큰 획을 그었던 그는 전통 민화정신을 바탕으로 세계 속에서 한국화의 인지도를 높였다.
탄탄한 실력을 갖춘 여성 미술가 중 천 화백의 뒤를 이어 누가 최고 인기 여성 화가로 떠오를 것인가에 국내 화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활동 중인 여성 화가는 한국미술협회 회원(3만6000여명)을 기준으로 2만여명(약 60%)에 달한다. 여성 작가 비율이 남성보다 전체적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화단의 여전사’들이 국내외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치열한 열정을 쏟고 있다.
김수자 이불 양혜규 문경원 씨 등은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또 하나의 미디어아트 장르를 선도하며 세계적인 작가들과 경쟁하고, 이숙자 김원숙 송현숙 황주리 씨 등은 한국적 정서를 동·서양의 기법으로 녹여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무대를 뛰는 억척미술가
프랑스 파리 팔레드도쿄(Palais de Tokyo)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불 씨(51)는 1980년대 뉴욕에서 인습 타파적인 퍼포먼스 작업을 펼쳐 ‘예술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뉴뮤지엄, 구겐하임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퐁피두아트센터 등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줘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설치작가 김수자 씨(57)도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해 미국 유럽 등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올해는 국내 작가로는 처음 프랑스 메츠의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내년 1월4일까지)을 여는 영광도 얻었다.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44)는 베니스비엔날레(2009년)를 비롯해 상파울루비엔날레(2006년), 리옹비엔날레(2015년)를 통해 국제무대에 폭넓게 이름을 알렸다. 그는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신작을 내보이고 있다.
재독화가 노은님과 송현숙, 페미니즘 화가 윤석남, 지난해 베니스비엔발레에 참가한 문경원, 주영한국문화원 ‘2015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김소라, 자수미학으로 유명한 함경아 씨 등도 기발함과 역발상으로 국내외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억척’ 여성 화가들이다.
◆천경자 예술혼 잇는 이숙자
한국적 정서를 동서양의 미술 기법으로 녹여낸 역발상으로 성공한 화가들도 있다. ‘보리밭 작가’로 잘 알려진 이숙자 씨(73)는 채색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대표적 인기 작가다. 그는 1989년 ‘이브의 보리밭’시리즈를 발표해 한국 화단을 떠들썩하게 하며 천경자의 채색화 맥을 잇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30여년째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원숙 씨(62)도 고정 팬을 확보한 인기 작가다. ‘세계여성의 해’였던 1978년 미국 최고의 여성작가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그는 1995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 ‘UN후원 예술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윤영자(91),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받은 방혜자(78), ‘역사 속의 종이부인’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정종미(59), ‘칸막이 그림’이란 화풍을 개척한 황주리(58), 원색으로 12세기 화조도를 그린 홍지연(42), 도상봉 화백의 손녀인 도윤희(55), ‘청바지 작가’ 최소영(36) 씨 등도 인기 작가 대열에 끼어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상인 석주미술상을 받은 박상숙·정보원·김혜원·심영철(이상 조각 설치), 석난희·원문자·송수련·홍순주(한국화), 홍정희·조문자·차우희·권이나(서양화)씨 등도 독특한 기법과 참신성으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성 작가들 지원 뒤따라야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전문성으로 직접 미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여성 작가의 영향력은 이제 한국 미술문화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많은 여성 화가가 맨주먹으로 성공하는 과정은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화단에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매고 뛰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김춘옥 마을미술프로젝트 위원장은 “국내 미술의 글로벌화는 여성 작가의 개별적인 도전만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국제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탄탄한 실력을 갖춘 여성 미술가 중 천 화백의 뒤를 이어 누가 최고 인기 여성 화가로 떠오를 것인가에 국내 화단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활동 중인 여성 화가는 한국미술협회 회원(3만6000여명)을 기준으로 2만여명(약 60%)에 달한다. 여성 작가 비율이 남성보다 전체적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화단의 여전사’들이 국내외 미술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치열한 열정을 쏟고 있다.
김수자 이불 양혜규 문경원 씨 등은 과학과 예술을 결합한 또 하나의 미디어아트 장르를 선도하며 세계적인 작가들과 경쟁하고, 이숙자 김원숙 송현숙 황주리 씨 등은 한국적 정서를 동·서양의 기법으로 녹여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무대를 뛰는 억척미술가
프랑스 파리 팔레드도쿄(Palais de Tokyo)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불 씨(51)는 1980년대 뉴욕에서 인습 타파적인 퍼포먼스 작업을 펼쳐 ‘예술 여전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뉴욕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뉴뮤지엄, 구겐하임미술관, 베니스비엔날레, 퐁피두아트센터 등 해외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줘 1999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설치작가 김수자 씨(57)도 201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참여해 미국 유럽 등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날렸다. 올해는 국내 작가로는 처음 프랑스 메츠의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내년 1월4일까지)을 여는 영광도 얻었다.
설치미술가 양혜규 씨(44)는 베니스비엔날레(2009년)를 비롯해 상파울루비엔날레(2006년), 리옹비엔날레(2015년)를 통해 국제무대에 폭넓게 이름을 알렸다. 그는 중국 베이징 울렌스 현대미술센터에서 개인전을 열고 신작을 내보이고 있다.
재독화가 노은님과 송현숙, 페미니즘 화가 윤석남, 지난해 베니스비엔발레에 참가한 문경원, 주영한국문화원 ‘2015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김소라, 자수미학으로 유명한 함경아 씨 등도 기발함과 역발상으로 국내외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억척’ 여성 화가들이다.
◆천경자 예술혼 잇는 이숙자
한국적 정서를 동서양의 미술 기법으로 녹여낸 역발상으로 성공한 화가들도 있다. ‘보리밭 작가’로 잘 알려진 이숙자 씨(73)는 채색화의 전통을 잇고 있는 대표적 인기 작가다. 그는 1989년 ‘이브의 보리밭’시리즈를 발표해 한국 화단을 떠들썩하게 하며 천경자의 채색화 맥을 잇는 작가로 평가받았다.
30여년째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원숙 씨(62)도 고정 팬을 확보한 인기 작가다. ‘세계여성의 해’였던 1978년 미국 최고의 여성작가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그는 1995년 한국 작가로는 처음 ‘UN후원 예술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한국 1세대 여성 조각가로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윤영자(91),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옥관문화훈장을 받은 방혜자(78), ‘역사 속의 종이부인’을 통해 이름을 알린 정종미(59), ‘칸막이 그림’이란 화풍을 개척한 황주리(58), 원색으로 12세기 화조도를 그린 홍지연(42), 도상봉 화백의 손녀인 도윤희(55), ‘청바지 작가’ 최소영(36) 씨 등도 인기 작가 대열에 끼어 있다.
국내 유일의 여성 미술상인 석주미술상을 받은 박상숙·정보원·김혜원·심영철(이상 조각 설치), 석난희·원문자·송수련·홍순주(한국화), 홍정희·조문자·차우희·권이나(서양화)씨 등도 독특한 기법과 참신성으로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여성 작가들 지원 뒤따라야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치밀한 전문성으로 직접 미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여성 작가의 영향력은 이제 한국 미술문화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커졌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은 “많은 여성 화가가 맨주먹으로 성공하는 과정은 위기 속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우리 화단에 ‘다시 신발 끈을 질끈 매고 뛰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말했다.
김춘옥 마을미술프로젝트 위원장은 “국내 미술의 글로벌화는 여성 작가의 개별적인 도전만으로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며 “국제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