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결국 법정관리로 가나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을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돌리는 방안을 검토한다. 산업은행은 STX조선의 최대주주(48.15%)다. STX조선은 법정관리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직원 700명을 감원하겠다며 산업은행을 설득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최근 STX조선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하고, 자율협약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협약이 중단되면 STX조선에 대한 채권상환 유예(2017년 말까지) 등 지원이 끊기면서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게 된다.

산업은행이 STX조선의 법정관리 검토에 나선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지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STX조선은 2013년 3월 자율협약을 신청한 뒤 지금까지 채권단으로부터 4조5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받았다. 출자전환 규모도 2조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경영 정상화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산업은행의 판단이다. STX조선은 작년에 3137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6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글로벌 해운 물동량 감소로 선박 수요가 줄고 있는 가운데 주요 제품인 탱커, 벌크선 등 선박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는 중국 조선업체의 거센 추격까지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이나 현대중공업에 STX조선을 위탁경영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이들도 사정이 좋지 않아 포기했다.

STX조선은 사무직 500명, 생산직 200명 등 700명을 감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자구계획을 수립해 산업은행을 설득하고 있다. STX조선 전체 인력 규모는 사무직(엔지니어, 현장관리, 영업 등 포함) 1600명, 생산직 1000명 등 2600여명이다. 30명가량인 임원을 절반인 15명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STX조선은 작년 기준으로 약 3조원인 연간 매출 규모를 3분의 1인 1조원으로 줄여 소형 조선사로 탈바꿈하겠다는 방안도 제시했다. 회사 규모를 대폭 줄일 테니 법정관리만은 막아달라는 게 STX조선의 요구다.

산업은행은 실사 결과와 STX조선의 자구계획을 검토해 이달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오는 20일 공식 실사보고서가 나오면 1주일가량 채권단 협의를 거쳐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현재로선 별다른 일이 없는 한 법정관리를 신청토록 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