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윤의 ‘달콤한 꽃-태평성대를 위하여’
최지윤의 ‘달콤한 꽃-태평성대를 위하여’
한국화가인 최지윤 경희대 교수(54)는 1990년대 중반부터 설악산을 비롯해 지리산 유명산 한라산 치악산 등 전국 곳곳의 명산을 찾아 그 속에서 자생하는 다양한 꽃 이미지를 화폭에 담아왔다. 그에게 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다. 그래서 꽃을 그릴 때 가장 편하고 즐겁다고 한다.

‘꽃의 화가’로 잘 알려진 최 교수가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청담동 갤러리 세인에서 개인전을 연다. 전시회 주제는 ‘달콤한 꽃’. 종이 콜라주의 각(角)이 살아있는 예민한 꽃 형상에 보석반지, 향수병, 공작새 등을 접목한 근작 20여점을 건다. 침착한 바탕색 사이로 삐죽이 고개를 내밀면서 화면 분위기를 긴장감 있게 채우는 꽃들이 감미롭다.

작가는 “들꽃과 현대인이 소중하게 여기는 사랑, 건강, 행복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접목했다”며 “20여년간 꽃들의 삶을 화폭에 새기며 신성한 생명감 같은 걸 느꼈다”고 말했다.

매화 맨드라미 엉겅퀴 배꽃 등의 단아한 꽃들은 작가의 내면 세계를 비추는 상징물이기도 하다. 그는 “순수하고 솔직하며 꾸밈없고 아름다우면서도 강인한 자생력을 가진 꽃의 모습은 오래전 그렇게 살아가자고 나 자신에게 되뇌었던 바로 그 내면의 상징”이라고 설명했다.

바람에 흔들리거나 중력에 저항하고, 또 순응하는 꽃봉오리의 각기 다른 몸짓 또한 작가의 세밀한 감성을 드러내는 매개체다. 1m 크기의 대작 ‘십장생’은 이른 봄에 피는 꽃의 우두머리로서 추위를 두려워하지 않고 발화하는 매화의 향기와 자태를 차지게 잡아냈다. 화가들이 즐겨 읽는 책과 꽃향기로 풀어낸 작품 ‘화가의 책’ 시리즈도 눈길을 붙잡는다.

그는 “꽃과 사랑, 행복, 희망이 어우러진 형상을 마치 연극 무대처럼 꾸몄다”고 설명했다. (02)3474-729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