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일·학습병행제 현장교사(왼쪽 네 번째)가 학습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현대중공업 일·학습병행제 현장교사(왼쪽 네 번째)가 학습근로자를 대상으로 현장실습을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제공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현대중공업에 입사하고 싶어 인문계고가 아닌 현대공업고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을 가는 목적도 결국 좋은 직장에 취업하려고 하는 거잖아요. 목표대로 올초 졸업 후에 바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기뻤습니다.”

지난 2월 울산 현대공업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사정환 씨(19)는 내년부터 상여금·수당을 포함해 4200만원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사씨는 현대중공업이 2012년부터 운영하는 일·학습병행제 입사 프로그램으로 지난 3월 입사했다. 일·학습병행제는 대학 진학 일변도의 고교교육 관행을 바꾸고 청년 취업난을 해소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정부3.0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사업이다.

사씨는 현재 3개월간의 기초직무교육을 마치고 대형엔진조립2부에 배속돼 업무를 배우고 있다. 기계과를 졸업한 사씨는 1주일에 3일은 현장에서 실무기술을 익히고, 2일은 직업기초 능력 교육을 받는다. 매월 말에는 현대중공업 내 기술교육원에서 한 달간 현장에서 배운 교육내용 점검과 함께 직업소양 강의를 듣는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3월부터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했다.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채용한 고졸 신입사원 150명은 1년간 교육과 훈련을 병행하며 전문기술인으로 소양과 기술을 배운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졸 신입사원은 채용 뒤 3~4개월간 교육을 받고 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고졸 신입사원 교육 기간이 1년으로 늘어났다. 교육과 실무를 병행하는 기간이다.

회사로서는 당장 현장인력이 부족한 아쉬움이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오히려 장점이 많다는 것이 현대중공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병하 기술교육원 과장은 “대졸 신입사원이 숙련기술 인력이 되려면 통상 5~10년이 걸리는데 제조업 특성상 인력 운영의 어려움이 있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으로 연간 100여명씩 인력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고졸 신입사원은 장기적인 인력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나이 서른에는 숙련기술인이 돼 해외출장도 가보고 싶다”는 사씨는 “대학은 회사에 다니다가 나중에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고졸 근로자를 위해 사내대학(현대중공업공과대학)도 운영 중이다. 사내대학에서 전문학사 학위를 받을 수 있고, 졸업 후에 본인이 희망하면 울산대에서 학사학위도 받을 수 있다. 회사에서는 학비 지원과 함께 학업을 위해 근무시간을 조정해준다.

울산=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