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직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신정동 남부지검 2층 대회의실에서 ‘미국 헤지펀드 미공개정보 수사 사례’를 주제로 한 강의를 듣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직원들이 지난 18일 서울 신정동 남부지검 2층 대회의실에서 ‘미국 헤지펀드 미공개정보 수사 사례’를 주제로 한 강의를 듣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제공
지난 18일 서울남부지방검찰청 2층 대회의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검사와 수사관 등 직원 50여명이 모여들었다. 서울남부지검 공부모임인 ‘금융증권범죄 수사 아카데미’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매달 열리는 이 아카데미는 도시락을 먹으며 진행된다.

오세인 검사장
오세인 검사장
증권가에 만연한 주가조작 범죄 등을 잇달아 적발해 ‘여의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이 요즘 공부 열기로 뜨겁다. 이달만 해도 증권·금융범죄 관련 세미나와 공부모임이 세 차례나 열렸다.

올해 2월 ‘증권·금융범죄 중점청’으로 지정되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 수사를 전담하는 만큼 이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을 배출하며 ‘월가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미국 뉴욕 남부지검이 모델이다.

서울남부지검이 중점을 두는 분야는 자본시장에서 벌어지는 미공개 정보와 파생상품 등을 활용한 불공정거래 행위다. 이날 아카데미에서는 미국에서 연수한 김지용 법무연수원 대외협력단장이 ‘미국 헤지펀드 미공개정보 수사사례’를 주제로 강의했다. 오후 4시부터는 금융감독원과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환경 변화’를 주제로 합동 워크숍도 열었다. 이동엽 금감원 부원장과 금감원 조사국의 팀장급 전원이 참석해 검찰과 금융당국 간 협업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21일에는 한국증권법학회와 공동으로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례 및 개선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다. 정현석 화우 변호사가 ‘자본시장법 제178조 부정거래의 해석 및 적용 사례’를, 이정두 금감원 수석조사역이 ‘주식 관련 장외파생거래의 제반 문제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발표한다. 매달 한국거래소에서 열리는 증권법학회 세미나에 빠짐없이 참석해온 오세인 서울남부지검장이 학회 측에 공동 개최를 제안해 성사됐다. 김형준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장은 “검찰과 금감원, 거래소 등의 실무자를 비롯해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세미나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4년 서울지검 남부지청에서 지방검찰청으로 승격한 서울남부지검은 작년에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올해는 금융조사1·2부를 서울중앙지검에서 넘겨받았다. 승격 10년 만에 서울중앙지검, 인천지검, 부산지검에 이은 ‘빅4’ 지방검찰청으로 규모와 위상이 크게 높아진 것이다.

문찬석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는 “시세조종꾼과 기관투자가 등은 물론 전문직이 연루된 구조적 비리를 척결해 시장의 신뢰도와 건전성을 높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