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현장 분석] 프로스포츠도 도핑테스트 의무화 '기대와 우려 사이'
“선수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선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되겠지만 자정 능력을 갖출 수 있는 여지는 줘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만난 한 프로 경기단체 한 임원은 “고의성 없는 금지약물 검출까지 몇 년씩 자격을 정지시켜버리면 리그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지난 19일부터 강화된 프로스포츠계 도핑 테스트를 놓고 하는 얘기다.

도핑(doping)이란 경기 중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심장흥분제나 근육증강제 등 약물을 복용하거나 의학적 처치를 하는 일을 말한다.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덴마크 사이클 선수 커트 젠센이 흥분제의 일종인 암페타민 과다 복용으로 경기 중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1968년 그르노블 동계올림픽부터 선수를 보호하기 위해 도핑 테스트를 도입했다.

8월14일 이에리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지난 19일 본격 시행됐다. 기존 대한체육회와 대한장애인체육회 등의 가맹 단체에만 적용하던 도핑 테스트 의무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정하는 프로스포츠 단체로 확대해 강화하겠다는 게 골자다.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의무적인 도핑 테스트 대상이 된 단체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한국야구위원회, 한국농구연맹, 한국여자농구연맹, 한국배구연맹, 한국프로골프협회,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등 모두 7곳. 선수의 금지약물 복용은 스포츠계의 대표적인 부정행위이자 스포츠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측면에서 그 심각성이 매우 크다. 이번 개정안 시행은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전문 운동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를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정우의 현장 분석] 프로스포츠도 도핑테스트 의무화 '기대와 우려 사이'
문체부와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도 지난 9월 도핑검사 의무화에 대비해 해당 경기단체 등과 회의를 거쳐 해당 선수의 출전 정지 기준안을 마련했다. 1차 위반 때 연간 총 경기 수의 50%, 2차 위반 땐 1년, 3차 적발 땐 영구제명한다는 게 기준안의 요지다. 프로골프의 경우 개인 종목이란 특성을 감안해 1차 1년, 2차 2년, 3차 영구제명이라는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프로 경기단체들은 ‘가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박홍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프로선수 도핑 제재기준 변경에 대한 각 경기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7개 프로스포츠 단체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 등 5개 단체가 문체부와 KADA가 제시한 도핑 제재안에 반대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들에게 도핑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고 체계적인 개선책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단계별로 강화안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금지약물 복용 행위의 고의성 여부는 과학적으로도 명확한 파악이 불가능해 본인 의사와 상관없는 ‘단순 실수’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도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올해 초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수영선수 박태환의 도핑 스캔들 당시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박태환의 국제대회 ‘2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하지만 국제수영연맹(FINA)은 자체 조사위원회가 내놓은 선수의 고의성 여부에 대한 ‘정상 참작’ 의견을 받아들여 WADA의 결정을 뒤집고 6개월을 감면한 ‘18개월 출전 정지’라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이한용 남서울대 스포츠운동건강학과 교수는 “무심코 먹은 감기약 등 사소한 실수로 범법자로 전락하거나 운동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선수가 적지 않다”며 “도핑과 도핑 테스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실정상 인식 제고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 없이 강력한 제재만 가하면 자칫 선수 개인을 ‘마녀사냥’의 희생양으로 만들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정우 문화스포츠부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