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화동의 데스크 시각] '증도가자 논란' 끝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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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동 문화스포츠부장 fireboy@hankyung.com
금속으로 만든 활자에 묻은 먹의 탄소연대를 측정한 결과 12세기 전후 것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한다. 3차원(3D)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한 결과 활자에서 나타난 이중구조는 인위적 조작의 흔적이라고도 하고, 아니라고도 한다.
고미술계와 서지학계 등을 달구고 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증도가자는 고려 때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다. 이 활자로 찍은 책은 현재 남아 있지 않고 금속활자본을 토대로 고려 고종 26년(1239년) 목판본을 만들어 인쇄한 책이 보물 제758호로 지정돼 있다. 증도가자가 실물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공인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논란으로 보낸 5년 세월
‘세상에 없던’ 증도가자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0년 9월.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서울 다보성고미술이 가지고 있던 옛 활자 100여개 가운데 12개를 증도가자라고 주장하면서다. 파장은 컸다. 사실이라면 세계 인쇄매체의 역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 진짜다, 가짜다 논란이 분분했다.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는 이듬해 11월 자신이 소장한 활자들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지만 진위 공방에 휘말려 세월만 보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화재위원회 지적에 따라 지난해 문화재청이 연구 용역을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의뢰했지만 그 책임을 남 교수가 맡게 되면서 논란이 또 불거졌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다보성고미술의 금속활자 101개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활자 1개,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개를 조사한 결과 그중 62개를 증도가자로, 나머지는 고려활자로 분류했다.
탄력을 받는 듯하던 증도가자 진실 규명은 지난달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개에 대해 CT 및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면서 또다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 교수는 국과수가 위조 근거로 제시한 활자의 이중구조, 먹을 나중에 묻혔을 가능성 등에 대해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우왕좌왕은 이제 그만
세계적인 유물이냐, 희대의 사기극이냐를 가리는 길은 모두가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실체 규명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불행히도 증도가자 논란의 이면에는 전문가들 간의 라이벌 의식, 박물관을 포함한 유물 소장자 간의 시각 차이와 파벌 다툼 등이 깔려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증도가자가 진짜로 판명되면 ‘직지의 고장’이라는 청주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비쳐 왔고, 지역 언론들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실어 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꾸려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이 접수된 102개 금속활자에 대해 전면 재검증에 나서고 있다. 지정조사단은 연내 재조사에 착수해 CT, 전자현미경, 편광분석 등의 다양한 조사방법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의 말대로 세계 인쇄사를 바꿀 중요한 일이라면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만, 더 이상 우왕좌왕해서도 안 될 일이다.
서화동 문화스포츠부장 fireboy@hankyung.com
고미술계와 서지학계 등을 달구고 있는 ‘증도가자(證道歌字)’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증도가자는 고려 때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다. 이 활자로 찍은 책은 현재 남아 있지 않고 금속활자본을 토대로 고려 고종 26년(1239년) 목판본을 만들어 인쇄한 책이 보물 제758호로 지정돼 있다. 증도가자가 실물로 확인되면 지금까지 공인된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논란으로 보낸 5년 세월
‘세상에 없던’ 증도가자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10년 9월.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가 서울 다보성고미술이 가지고 있던 옛 활자 100여개 가운데 12개를 증도가자라고 주장하면서다. 파장은 컸다. 사실이라면 세계 인쇄매체의 역사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 사이에 진짜다, 가짜다 논란이 분분했다.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는 이듬해 11월 자신이 소장한 활자들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지만 진위 공방에 휘말려 세월만 보냈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문화재위원회 지적에 따라 지난해 문화재청이 연구 용역을 분야별 전문가들에게 의뢰했지만 그 책임을 남 교수가 맡게 되면서 논란이 또 불거졌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다보성고미술의 금속활자 101개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활자 1개,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개를 조사한 결과 그중 62개를 증도가자로, 나머지는 고려활자로 분류했다.
탄력을 받는 듯하던 증도가자 진실 규명은 지난달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7개에 대해 CT 및 성분 분석을 한 결과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하면서 또다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남 교수는 국과수가 위조 근거로 제시한 활자의 이중구조, 먹을 나중에 묻혔을 가능성 등에 대해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우왕좌왕은 이제 그만
세계적인 유물이냐, 희대의 사기극이냐를 가리는 길은 모두가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실체 규명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다. 불행히도 증도가자 논란의 이면에는 전문가들 간의 라이벌 의식, 박물관을 포함한 유물 소장자 간의 시각 차이와 파벌 다툼 등이 깔려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증도가자가 진짜로 판명되면 ‘직지의 고장’이라는 청주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비쳐 왔고, 지역 언론들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실어 왔다.
문화재청은 지난 6월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꾸려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신청이 접수된 102개 금속활자에 대해 전면 재검증에 나서고 있다. 지정조사단은 연내 재조사에 착수해 CT, 전자현미경, 편광분석 등의 다양한 조사방법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의 말대로 세계 인쇄사를 바꿀 중요한 일이라면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만, 더 이상 우왕좌왕해서도 안 될 일이다.
서화동 문화스포츠부장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