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로 불어난 금융사기…당신 돈 노린다
원금 보장과 높은 수익률을 미끼로 돈을 끌어모으는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금융사기업체들은 돈을 모아 투자하는 대신 나중에 가입한 투자자 돈으로 먼저 가입한 투자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돌려막기 수법’을 쓰고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업계에서는 이들이 모집한 자금이 최소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박찬호)는 26일 금융회사가 아님에도 투자자 3만여명으로부터 7000억원을 모집하고(유사수신행위법 등 위반), 고객의 투자금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등 사기(돌려막기) 행위를 한 혐의로 이철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50) 등을 구속 기소했다. 사모투자를 내세운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지난해 말 인기가수 서태지 콘서트에 투자하는 등 크라우드 펀딩 선도기업으로 포장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1000억원 이상을 모집한 금융사기업체만 11곳에 이른다. 이들이 모집한 돈은 최대 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온다. 김상록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지원팀장은 “기준금리가 연 1.5%까지 떨어져 정상적인 금융투자로 높은 수익을 내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최근 2~3년 사이 금융사기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1년 48개에 불과하던 유사수신업체는 지난해 115개까지 늘었다. 금감원은 올해 11월까지 72개를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다단계 사기와 달리 금융상품 투자를 명목으로 내건다는 점과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을 투자금 모집책으로 대거 동원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노경목/오형주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