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위암 생존율 95%…최소 2년에 한 번 내시경 검사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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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 위암의 원인과 치료법
나쁜 식습관이'주범'
맵고 짠 음식 많이 먹는 한국인
소금섭취량 WHO 권고량 2배
서양인보다 위암 환자 많아
위암 초기땐 특별한 증상 없어
소화불량 등으로 가볍게 넘겨
3·4기 돼야 구토증상 나타나
초기 암세포 크지 않다면
내시경 치료만으로 완치 가능
나쁜 식습관이'주범'
맵고 짠 음식 많이 먹는 한국인
소금섭취량 WHO 권고량 2배
서양인보다 위암 환자 많아
위암 초기땐 특별한 증상 없어
소화불량 등으로 가볍게 넘겨
3·4기 돼야 구토증상 나타나
초기 암세포 크지 않다면
내시경 치료만으로 완치 가능
직장인 윤민규 씨(52)는 2년 전 겨울 건강검진을 통해 위암 진단을 받았다. 내시경 검사에서 위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아 조직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 위암 초기로 확인됐다. 다행히 다른 장기로 암이 번지지는 않아 위의 일부를 잘라내는 수술을 한 뒤 6개월 정도 항암치료를 받았다.
윤씨는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초기에 발견하고 수술해 지금은 음식 조절에 신경쓰는 것 외에는 암에 걸리기 전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완치까지 3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고 건강히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건강검진이 몰리는 시기다. 이맘때는 각종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거나 암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늘어난다. 위암은 한국 남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를 넘지만 암이 진행될수록 생존율은 뚝 떨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폐암, 간암에 이어 세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30대는 전체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고 40대는 간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다. 위암의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남성 암 1위가 위암
우리가 먹은 음식은 식도 위 소장 대장을 차례로 거치며 소화된다. 위는 성인 주먹 두 개 정도 크기로 가장 큰 소화기관이다. 왼쪽 갈비뼈 아래에 있다. 위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유문이라는 괄약근이 있어 위 속 음식이 식도나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조절한다. 위벽은 음식물이 지나는 안쪽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으로 이뤄져 있다. 위암은 대개 가장 안쪽 점막층에 악성 종양 덩어리나 악성 궤양(점막이 헐고 상처가 나는 것)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위의 근육은 식도로 들어온 음식을 잘게 부숴 죽처럼 부드럽게 만든다. 위로 들어온 음식 중 액체는 2시간, 고체는 4시간 정도 위 속에 머문다. 위암이 생기는 데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강한 산성인 위액은 이 시간 동안 음식과 함께 들어온 세균을 소독한다.
위암은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거나 신선하지 않은 음식, 염분이 많은 음식, 질산염이 많은 훈제고기 등을 섭취하는 것, 흡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으면 위암 위험은 2~3배 증가한다. 먹는 음식이 비슷한 데다 가족을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서양에는 위암 환자가 많지 않지만 한국에는 위암 환자가 많다. 과잉 검사 논란이 있는 갑상샘암을 제외하면 가장 흔한 암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인의 식습관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장유진 고려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한국인은 예로부터 농경사회를 이루며 겨울을 나기 위해 김치나 젓갈 등 음식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지혜를 얻었다”며 “하지만 맵고 짠 음식문화가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위암에 많이 걸리는 원인에 대해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소금 섭취량인 5g을 훌쩍 뛰어넘는 국내 성인 소금 섭취량(하루 평균 12.5g) 등 식생활 문제가 원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화불량으로 착각하기도
초기 위암의 80% 이상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있더라도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이 때문에 위궤양이나 위염 등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위암은 다른 부분으로 암이 번진 3기나 4기가 돼야 구토를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 시기에는 쉽게 배가 부르다고 느끼고 음식을 삼키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체중이 줄고 식욕이 떨어지며 피로를 호소한다. 검은 변을 보거나 빈혈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위암이 점막층 아래로 깊이 들어가지 않은 초기 환자를 의미하는 1기에는 생존율이 95%에 달한다. 2기 생존율은 70~80%, 3기는 40~50%다. 위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암이 번진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10% 미만이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위암이 진행되기 전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위암학회는 만 40세부터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유전체 분석해 맞춤형 치료해야”
초기 위암의 일부는 내시경 치료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 의료장비와 의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초기 위암은 위를 자르지 않고 내시경으로 점막 부분을 도려내는 방식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수술을 받은 뒤 식사에 지장을 많이 받지 않고 일상생활로도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다만 내시경 수술을 받은 뒤 추가 조직검사에서 생각보다 암의 진행이 빨라 추가로 위를 절제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
암이 좀 더 번진 진행성 위암은 대개 암이 생긴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한다. 초기 위암은 암이 생긴 부분을 잘라낼 때 내시경을 활용한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하지만 진행성 위암은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진행성 위암 환자가 어떤 유전체 형태를 보이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와 재발 위험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위암센터 의료진이 진행성 위암 환자 300명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위암이 네 가지 형태로 발생했다. 이 중 일부는 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거의 없어 치료 결과도 나빴다. 환자들의 나이도 젊었다.
반면 암이 느리게 진행하는 유전체도 있었다. 김성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진행성 위암을 치료할 때 유전체 형태에 따라 치료 계획을 달리 세워야 한다”며 “암 유형에 따라 치료 효과와 재발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장유진 고려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김성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윤씨는 “처음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눈앞이 캄캄했지만 초기에 발견하고 수술해 지금은 음식 조절에 신경쓰는 것 외에는 암에 걸리기 전과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완치까지 3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고 건강히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건강검진이 몰리는 시기다. 이맘때는 각종 내시경 검사를 통해 암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거나 암으로 진단받는 환자가 늘어난다. 위암은 한국 남성이 가장 많이 걸리는 암이다.
위암은 초기에 발견하면 생존율이 90%를 넘지만 암이 진행될수록 생존율은 뚝 떨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폐암, 간암에 이어 세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30대는 전체 암 중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고 40대는 간암에 이어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다. 위암의 원인과 치료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남성 암 1위가 위암
우리가 먹은 음식은 식도 위 소장 대장을 차례로 거치며 소화된다. 위는 성인 주먹 두 개 정도 크기로 가장 큰 소화기관이다. 왼쪽 갈비뼈 아래에 있다. 위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에는 유문이라는 괄약근이 있어 위 속 음식이 식도나 십이지장으로 넘어가는 것을 조절한다. 위벽은 음식물이 지나는 안쪽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으로 이뤄져 있다. 위암은 대개 가장 안쪽 점막층에 악성 종양 덩어리나 악성 궤양(점막이 헐고 상처가 나는 것)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위의 근육은 식도로 들어온 음식을 잘게 부숴 죽처럼 부드럽게 만든다. 위로 들어온 음식 중 액체는 2시간, 고체는 4시간 정도 위 속에 머문다. 위암이 생기는 데 식습관이 큰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강한 산성인 위액은 이 시간 동안 음식과 함께 들어온 세균을 소독한다.
위암은 다양한 원인 때문에 생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되거나 신선하지 않은 음식, 염분이 많은 음식, 질산염이 많은 훈제고기 등을 섭취하는 것, 흡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으면 위암 위험은 2~3배 증가한다. 먹는 음식이 비슷한 데다 가족을 통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서양에는 위암 환자가 많지 않지만 한국에는 위암 환자가 많다. 과잉 검사 논란이 있는 갑상샘암을 제외하면 가장 흔한 암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인의 식습관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장유진 고려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한국인은 예로부터 농경사회를 이루며 겨울을 나기 위해 김치나 젓갈 등 음식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지혜를 얻었다”며 “하지만 맵고 짠 음식문화가 건강을 위협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이 위암에 많이 걸리는 원인에 대해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권장 소금 섭취량인 5g을 훌쩍 뛰어넘는 국내 성인 소금 섭취량(하루 평균 12.5g) 등 식생활 문제가 원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화불량으로 착각하기도
초기 위암의 80% 이상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있더라도 속쓰림이나 소화불량 등 비교적 가벼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이 때문에 위궤양이나 위염 등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위암은 다른 부분으로 암이 번진 3기나 4기가 돼야 구토를 하는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 시기에는 쉽게 배가 부르다고 느끼고 음식을 삼키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 체중이 줄고 식욕이 떨어지며 피로를 호소한다. 검은 변을 보거나 빈혈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위암이 점막층 아래로 깊이 들어가지 않은 초기 환자를 의미하는 1기에는 생존율이 95%에 달한다. 2기 생존율은 70~80%, 3기는 40~50%다. 위에서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로 암이 번진 말기 환자의 생존율은 10% 미만이다.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위암이 진행되기 전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위암학회는 만 40세부터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사를 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유전체 분석해 맞춤형 치료해야”
초기 위암의 일부는 내시경 치료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 의료장비와 의술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초기 위암은 위를 자르지 않고 내시경으로 점막 부분을 도려내는 방식으로 치료하기도 한다. 수술을 받은 뒤 식사에 지장을 많이 받지 않고 일상생활로도 빨리 복귀할 수 있다. 다만 내시경 수술을 받은 뒤 추가 조직검사에서 생각보다 암의 진행이 빨라 추가로 위를 절제해야 하는 환자도 있다.
암이 좀 더 번진 진행성 위암은 대개 암이 생긴 부분을 잘라내는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을 한다. 초기 위암은 암이 생긴 부분을 잘라낼 때 내시경을 활용한 복강경 수술을 많이 하지만 진행성 위암은 배를 가르는 개복수술을 주로 한다.
최근에는 진행성 위암 환자가 어떤 유전체 형태를 보이느냐에 따라 치료 결과와 재발 위험도가 다르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위암센터 의료진이 진행성 위암 환자 300명의 유전체를 분석했더니 위암이 네 가지 형태로 발생했다. 이 중 일부는 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증상이 거의 없어 치료 결과도 나빴다. 환자들의 나이도 젊었다.
반면 암이 느리게 진행하는 유전체도 있었다. 김성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진행성 위암을 치료할 때 유전체 형태에 따라 치료 계획을 달리 세워야 한다”며 “암 유형에 따라 치료 효과와 재발 위험도가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유전체를 분석해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장유진 고려대구로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김성 삼성서울병원 소화기외과 교수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