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3년 평가] "창업여건 나아졌다" 60%…"실패후 재도전 환경 조성은 미흡"
정책 전문가와 벤처기업인 10명 가운데 6명은 창조경제 정책 시행 후 창업 여건이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벤처기업이 지속 성장하고 재도전할 수 있는 선순환 창업 생태계 구축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한국경제신문이 한국정책학회,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공동으로 벌인 ‘창조경제 정책효과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 정책 효과를 점검하기 위해 지난 10월29일~11월11일 진행했다. 시행 3년의 성과와 남은 임기 2년의 과제를 분석하는 데 초점을 뒀다. 대학교수, 연구기관 연구원 등 정책 전문가와 예비 창업자, 벤처기업인, 투자자 등 365명이 설문에 응답했다.

전반적 창업 여건은 개선

정부가 창조경제를 확산시키기 위해 그동안 가장 공을 들인 사업은 대기업과 손잡고 전국 17곳에 설치한 창조경제혁신센터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혁신센터 보육기업은 올초 45개에서 10월 말 기준 494개로 10배 이상으로 늘었고, 누적 투자액도 연초보다 6배 증가한 693억원에 달했다. 대전 혁신센터가 지원한 테그웨이는 유네스코가 선정한 ‘2015 세상을 바꿀 10대 기술’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창업 여건 개선에 대한 체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창조경제 정책 추진 이전과 비교할 때 ‘매우 개선되고 있다(15.1%)’ ‘개선되고 있다(44.7%)’는 긍정 응답이 59.8%에 달했다.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13.2%)’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4.9%)’는 부정 의견은 18.1%였다.

아이디어 창출과 사업화 등 창업 단계별 환경에 대해서도 ‘개선되고 있다’는 긍정 답변이 각각 50.7%, 54%로 18.9%, 21.1%인 부정 의견보다 우세했다. 조사를 주도한 윤지웅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역별로 수도권(54.1%)보다 영남권(70.4%), 호남권(69.7%)에서 창업 여건이 개선됐다는 긍정 답변 비율이 높았다”며 “창조경제혁신센터 설치 후 지방에서 느끼는 창업 환경 변화가 컸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3년 평가] "창업여건 나아졌다" 60%…"실패후 재도전 환경 조성은 미흡"
지속 성장 환경 개선은 과제

창업 후 벤처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건과 실패 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에 대한 변화 체감도는 낮게 나타났다. 지속 성장이 가능한 환경 변화에는 ‘개선됐다’는 긍정 답변(33.2%)과 ‘개선되지 않았다’는 부정 의견(30.9%)이 엇갈렸다. 실패 후 재도전 환경에 대해서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답변(32.9%)이 ‘개선되고 있다’는 답변(27.7%)보다 많았다.

정부 출범 초기 창조경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할 때만 해도 개념이 모호하고 실행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창조경제 정책에 대한 공감대가 정부 출범 때보다 확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 발전에 창조경제 정책이 부합한다’는 응답률이 57.8%로 ‘부합하지 않는다(18.4%)’는 응답보다 많았다.

중장기적인 정책 지속 추진에 대해서도 응답자 3명 중 2명이 공감했다. ‘매우 공감한다(31.2%)’ ‘공감한다(34.8%)’는 답변이 66%에 달했다.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각각 10.1%, 5.2%에 불과했다. 개선 과제로는 ‘규제 완화(12.1%)’ ‘지원 정책의 다양화(6.3%)’ ‘지속적인 지원(7.1%)’ 등을 주문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정책 체감 효과가 낮게 나타난 벤처기업 지속 성장 및 재도전 환경 등을 개선하기 위해 재창업 신규자금 공급, 연대보증 면제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