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생활속 예술을 위해
세계적으로 ‘싱글라이제이션(singlization)’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다. 한국도 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5%에 이른다. 1인 가구가 늘면서 문화 소비가 세분화되고 있으며, 관련 콘텐츠 생산도 활발해지고 있다. 남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수동적으로 즐기는 단순 문화 소비자에서 스스로 기획하고 출연하는 등 제작 과정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로슈머(prosumer=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들의 동호회 활동도 확산되고 있다. 지역 내 같은 취미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친목을 도모하면서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을 찾는 모임이 흔해진 것이다.

국내 동호회 활동은 생각만큼 활성화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던 10월 어느 날, 집 근처 공원에서 열린 행사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전국생활문화제’라는 익숙지 않은 타이틀 아래, 동호회 회원들이 각자 장기를 뽐내고 있었다. ‘일상이 이상으로’라는 문구도 신선했다. 비눗방울과 피리를 불며 뛰어다니는 아이들부터 오카리나로 멋진 연주를 하는 할머니까지 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워하는 행사였다.

외국 생활을 오래 한 내게는 한국인의 문화인식이 낯설기만 했다. 한국에서는 문화와 예술을 고차원적인 무엇으로 생각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마치 모차르트와 쇼팽, 고흐와 같은 거장의 작품이 아니면 예술로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일상이 이상으로’라는 문구처럼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수준이 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누구나 즐길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예술이요 문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메이커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다. 준비된 행사를 수동적으로 관람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참가자가 돼 능동적으로 만들어가는 축제가 주목받는 것이다. 해마다 8월이면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버닝맨 축제’가 대표적이다. 참가자들에 의해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가상의 도시 블랙록 시티에서 펼쳐지는 이 전위적인 예술 축제는 자기표현과 체험을 중시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축제 문화가 부러웠는데, 국내에서도 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개개인의 취미생활이 모여 동호회를 이루고 생활문화로 승화되는 이런 축제야말로, 단순 문화 소비자를 넘어서 프로슈머로서 생활문화 저변을 더욱 탄탄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로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처럼 전국생활문화제도 각자 취미 삼아 즐겨온 예술 실력을 마음껏 펼쳐보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정지훈 < 경희사이버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