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콘텐츠 창작자' 전성시대] 성지환 72초TV 대표 "짧게, 재미있게…모바일 콘텐츠 핵심"
서로 싸운 한 쌍의 커플과 두 여자, 이렇게 네 사람이 식당에 있다. 여자 셋은 모두 친구 사이다. 어설픈 조언을 던졌다간 커플 사이의 관계가 악화될까봐 두 여자는 난감해하며 자리를 뜨고 싶어한다. 시간이 흐르자 커플은 알아서 화해하고, 여자친구는 남자친구가 오기 전 푸념을 들어줬던 친구들에게 오히려 화살을 돌린다. “우리 오빠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니야”하고.

대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난처한 상황을 익살스런 영상으로 만들었다. 감각적으로 편집된 매 장면이 빠르고 리드미컬한 템포의 음악에 맞춰 박진감 있게 흘러간다. 전체 길이는 2분56초. 극중 상황에 빠져 정신없이 보다 보면 금세 끝난다. 지난 3일 네이버TV캐스트에 올라온 72초 드라마 ‘두 여자’ 최신 에피소드 ‘우리 지금 못 볼걸 본 거 같애’다. 호흡이 짧은 동영상을 제작·방영해 방송업계에서 ‘장안의 화제’인 영상콘텐츠 스타트업, ‘72초TV’ 작품이다.

성지환 72초TV 대표는 짧은 동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스마트폰을 통해 다양한 길이의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상황에서 짧은 동영상 시장이 비어 있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72초 드라마 ‘72초’ 시즌 1과 2는 총 16편, ‘오구실’ 시즌 1은 총 8편이며 지금은 새로운 웹드라마 ‘두 여자’를 선보이고 있다. 네이버TV캐스트의 72초드라마 채널에 올라온 동영상의 전체 재생 수는 690만건이 넘어간다.

새로운 미디어 회사답게 다양한 채널을 이용해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네이버TV캐스트, 유튜브 등이다. 그는 “플랫폼의 장벽이 낮아진 것 같다”고 했다. 공중파를 통해 방송되는 프로그램보다 케이블TV, 인터넷을 통해 선보이는 프로그램이 더 인기를 얻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다. “시청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콘텐츠의 힘이 세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철칙은 무조건 회사 내부에서 판단했을 때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 콘텐츠 회사에서 너무 당연한 얘기라고 할 수도 있지만 72초TV는 유독 타협을 하지 않는다. 창작 무한경쟁 시대에 자체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비법으로도 볼 수 있다. “외부 기업과 협의할 때도 ‘말을 잘 안 듣는 편’이에요. 엉뚱한 것에 트집을 잡는 게 아니라, 그쪽에서 재미없는 콘텐츠를 제시하면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업 광고를 유치하는 한편 협업도 활발히 진행한다. ‘두 여자’는 디자이너 패션 플랫폼 ‘라운지에프’와 협업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라운지에프에서 의상을 제공해 커머스와 연결하는 형태다. 중국 등 해외시장 진출도 노리고 있다. 약 한 달에 한번 구성원이 원하는 일을 하는 ‘72초 문화의 날’ 등 자유로운 기업문화를 갖추고 있다. 직원 전부 에버랜드에 가거나 함께 백일장을 진행하기도 했다.

모바일게임회사 네시삼십삼분 등에서 엔젤투자를 유치하고 현재 다음 단계의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상황이다. “내년에는 긴 길이의 콘텐츠도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짧은 동영상 회사로 인식돼 있는데 ‘재미’가 중요하지 길이가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내년에는 더 새로운 시도가 많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