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동물은 자신이 갖고 있는 것과 다른 동물이 갖고 있는 것을 교환하지 않는다. 개는 혹 남아도는 것이 있다면 땅에 묻어둘지언정 다른 개가 갖고 있는 것과 교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교환한다. 이에 대해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는 ‘교환은 인간의 천성’이라고 했다. 교환하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천성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인간은 교환한다’는 점이다.

교환 상대 많을수록 얻을수 있는 이익도 커져…FTA는 무역장벽 허물어 국민이익 꾀하는 길
사람들이 교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교환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이다. 협박과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 자유로운 교환은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교환이 이뤄진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치가 덜한 것을 주고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되는 것을 얻기 때문이다. 교환을 통해 얻는 이익이 없다면 교환은 발생하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손해 보고 판다’는 상인들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교환이 이익이라는 점은 아이들의 ‘물물교환 놀이’를 통해서도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원짜리 장난감 여러 종류를 사서 아이들에게 선물로 임의로 나눠준 후 그 장난감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1~10점으로 점수를 매기도록 한다. 그리고 그 점수를 모두 합한다. 그 다음 누구든 서로의 의견이 일치하면 다른 아이와 선물을 교환할 수 있다고 하자. 어떤 어린이는 처음에 받은 것을 지킬 것이고, 또 다른 어린이는 자기가 더 좋아하는 것과 바꿀 것이다. 이렇게 교환이 이뤄진 후 다시 점수를 매겨 합하면 총점은 처음보다 올라간다. 물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지만, 자유로운 교환을 통해 물건의 가치는 높아졌고, 교환에 참가한 모든 사람은 이익을 보게 된다. 돈, 탐욕, 신의 저자 제이 리처즈가 책 속에서 자신이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경험하면서 익혔던 경제학의 중요한 교훈을 소개한 내용 중 일부다.

이 물물교환 놀이에서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교훈은 교환할 수 있는 상대방이 많을수록 점수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즉 이익이 커진다. 교환 상대방이 많을수록 자신이 원하는 것, 더 좋은 것을 갖고 있는 상대방을 발견하고 교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무역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의 교환을 벗어나 국제적으로 이뤄지는 교환이 곧 무역이다. 국제무역은 앞서 물물교환 놀이에서와 마찬가지로 교환 상대방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은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고, 건설능력이 떨어지는 중동은 한국에서 건설능력을 수입한다. 한국도 손가방을 생산하지만, 값비싼 외국산 명품 손가방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손가방을 수입하고, 그 대신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전자의 첨단제품을 수출한다.

국내건 국제건 교환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스미스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개인과 가정에는 현명해 보이는 행동이 대영제국과 같은 큰 나라의 정책으로서는 바보 같은 그런 경우는 좀처럼 드문 일이다. 만약 어떤 외국이 우리보다 더 싸게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면 다소 유리한 방법으로 생산하고 있는 우리 산업의 생산물 일부를 팔고 그것을 사는 편이 좋다. 어느 나라에서든지 일반 대중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가장 싸게 파는 사람들로부터 사는 것이 언제나 일반 대중의 관심사이며 또한 그렇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명제는 극히 명백한 것으로서 힘들여 그것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우습게 보인다.”

증명하고자 하는 것이 우습게 보일 정도로 분명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무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여러 규제를 통해 무역을 통제하고자 하는 시도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의 교환과 국제적인 교환은 무언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두드러진 무역장벽은 관세이며, 관세 이외에도 수량규제는 물론 품질규제와 통관절차 규제 등 잘 드러나지 않는 행정규제도 있다. 이런 무역장벽은 소비자인 국민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도록 막는 장벽이며, 결과적으로 국민을 가난하게 하는 규제다.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할 수 없도록 막는 것은, 미국산 소고기를 먹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강제로 억제하는 것이다. 값비싼 한우만을 먹도록 하는 것은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일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은 바로 이런 무역장벽을 허무는 일이다. 무역장벽이 무너지면 소비자인 국민은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고, 좋은 품질의 물건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국민은 같은 소득으로 더 많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으므로 지갑이 실질적으로 두툼해지는 효과를 본다.

물론 자유무역을 통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새로운 외국의 경쟁자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광우병’ 사태 때 축산업자들이 “미국산 소고기를 수입하면 우리 모두 망한다”고 부르짖던 것이나 한·칠레 FTA 때 포도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우리 모두 망한다”고 외쳤던 것도 그런 걱정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는 어떠했는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쟁력이 떨어진 일부 축산 농가와 포도재배 농가는 피해를 봤지만, 대부분의 경우 FTA는 생산자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한우의 경쟁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포도 농가는 고품질의 포도와 와인 생산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가고 있다. 생산자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FTA는 고통이며 위기인 동시에 기회이기도 하다. 기회를 살려 경쟁력을 강화한 생산자는 이전보다 훨씬 더 커진 시장에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교환은 서로에게 이익을 주기 때문에 이뤄진다. FTA는 이 교환이 더욱 크고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교환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더욱 크게 한다. FTA는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번영으로의 길을 열어준다.

협력·조화가 없는 자본주의?

연필 한자루 만드는데도 수많은 협력網이 작동


교환 상대 많을수록 얻을수 있는 이익도 커져…FTA는 무역장벽 허물어 국민이익 꾀하는 길
자본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비판 중 하나는 사익추구와 경쟁으로 인해 사회적 협력과 조화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서로 대립하게 하는 환경에서는 협력과 조화를 기대할 수 없으며, 따라서 협력하는 윤리를 가르쳐야 하고 이런 윤리를 뒷받침하는 경제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의 자기 이익 추구와 경쟁이라는 1차적인 현상만을 바라볼 뿐, 그 이면에서 이뤄지는 광범위한 협력과 조화를 보지 못하는 ‘외눈박이 주장’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의 협력과 조화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레오나드 리드가 쓴 나는 연필입니다(I, Pencil)라는 소책자(사진)가 그것이다. 나무, 아연, 구리, 흑연의 간단한 복합체인 한 자루의 연필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야기 식으로 묘사한 글이다. 예를 들어 나무는 그것을 심고 가꾸는 과정, 잘 자란 나무를 베어 통나무 상태로 철도를 통해 제재소로 운반하는 과정, 제재소에서 연필 두께의 판자로 제작되는 과정이 포함된다. 이들 각 과정에는 그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도끼와 톱 등 도구를 개발한 사람, 또 그들이 작업할 때 식사를 준비해 주는 사람, 그 식량을 생산한 사람 등이 포함된다. 이렇듯 간단해 보이는 한 자루의 연필을 제작하는 일에도 수천, 수만 명의 협력, 많은 국가의 협력과 조화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흥미로운 것은 여기서 협력하라고 지시하고 명령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직 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여서 수많은 협력을 이끌어내 연필 한 자루를 탄생시키고, 그것이 어린아이 손에까지 들어가도록 한다.

타인이나 국가 기관의 지시 또는 명령에 의한 강압적인 협력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이고 자발적인 협력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작동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권혁철 <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