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대응' 연말 기업 임원 인사] 이공계 출신이 48%…미래사업 이끌 '전문가형 임원'에 힘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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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그룹 부사장 이상 승진자 115명 분석
54세 이하 51명…승진 줄여도 과감한 발탁
기계공학 13명·화학공학 11명 등 공대 약진
SKY대 54명·성균관대 10명·한양대 6명
54세 이하 51명…승진 줄여도 과감한 발탁
기계공학 13명·화학공학 11명 등 공대 약진
SKY대 54명·성균관대 10명·한양대 6명
삼성 등 주요 그룹이 최근 임원 인사에서 신사업 관련 인력과 연구개발(R&D) 전문가를 대거 발탁한 것은 그만큼 현 경영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밖으로는 중국의 경기 침체 등 불안이 여전하고, 안으로는 사업재편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만 있다면 연령 등에 관계없이 중요한 일을 맡기는 게 새로운 재계 임원 인사의 트렌드가 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불황 속에 전체적인 임원 수는 줄이지만 특기가 있는 인재는 과감히 뽑아 쓰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SK 등 다른 그룹 인사도 비슷한 특징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사업 이끌 인사 과감히 발탁
삼성 등 주요 그룹은 나이와 상관없이 신사업 등을 이끌 수 있는 인사를 대거 부사장급 이상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부사장 이상 승진자 115명 중 54세 이하가 51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수직적 기업문화 때문에 승진에 나이를 고려하던 경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특진했다. LG전자 역사상 최초다. 회사 신성장동력인 자동차부품 개발의 혁신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의 주요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2차전지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그룹 역사상 최초로 여성 엔지니어 부사장이 됐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도 화장품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받아 LG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백상엽 (주)LG 시너지팀장은 경쟁사인 삼성 출신인 데다 49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에너지 분야 신사업을 발굴한 공로로 사장에 올랐다. 한화그룹에서도 51세 대표이사가 두 명이나 나왔다. 김희철 부사장이 한화토탈, 신현우 부사장이 한화테크윈 방산부문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고부가가치 화학사업과 방산사업은 한화에서 집중 육성하는 주력 사업이다.
올해 주요 그룹은 임원 승진자를 대폭 줄였다. 삼성은 2008년(247명) 이후 가장 적은 294명에게만 임원 타이틀을 줬다. LG그룹도 지난해에는 130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지만 올해는 122명으로 줄였다. 전체 숫자는 줄었지만 신사업 등을 위한 ‘깜짝 승진’은 오히려 늘었다는 평가다. LG는 지난해 3명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지만 올해는 무려 10명에게 사장이나 부회장 타이틀을 줬다.
전문가 임원이 뜬다
부사장 이상 승진자들이 주로 일한 분야를 분석해봐도 기업들의 ‘전문가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R&D 출신이 29명으로 가장 많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진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생화학 학사, 노스웨스턴대에서 유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바이오 신약 전문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1 대 1로 논의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52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공에서는 경영학(20명)이 가장 많지만 기계공학(13명), 화학공학(11명) 등 이공계 출신이 47.8% 였다. 학벌은 아직까지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 많다. 서울대가 31명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13명), 연세대(10명), 성균관대(10명), 한양대(6명), 경북대(5명) 순이다. 하지만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서울산업대 건축학), 김태윤 현대자동차 중국담당 사장(울산대 기계공학), 권봉주 GS리테일 부사장(원광대 경영), 김효섭 삼성중공업 부사장(부산수산대 기관학) 등 전문성을 살려 승진한 사례도 많다. 특히 김태윤 사장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고문으로 물러났다가 이번에 다시 사장으로 복귀했다.
재계 관계자는 “임원의 세계에서도 자신만의 강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전문가형 임원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재계 관계자는 “불황 속에 전체적인 임원 수는 줄이지만 특기가 있는 인재는 과감히 뽑아 쓰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SK 등 다른 그룹 인사도 비슷한 특징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신사업 이끌 인사 과감히 발탁
삼성 등 주요 그룹은 나이와 상관없이 신사업 등을 이끌 수 있는 인사를 대거 부사장급 이상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조사에서 올해 부사장 이상 승진자 115명 중 54세 이하가 51명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수직적 기업문화 때문에 승진에 나이를 고려하던 경향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번 인사에서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특진했다. LG전자 역사상 최초다. 회사 신성장동력인 자동차부품 개발의 혁신을 주도한 공을 인정받았다.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의 주요 신성장동력 중 하나인 2차전지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그는 그룹 역사상 최초로 여성 엔지니어 부사장이 됐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부사장도 화장품 시장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받아 LG그룹 최초 ‘여성 부사장’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백상엽 (주)LG 시너지팀장은 경쟁사인 삼성 출신인 데다 49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에너지 분야 신사업을 발굴한 공로로 사장에 올랐다. 한화그룹에서도 51세 대표이사가 두 명이나 나왔다. 김희철 부사장이 한화토탈, 신현우 부사장이 한화테크윈 방산부문 대표이사로 임명됐다. 고부가가치 화학사업과 방산사업은 한화에서 집중 육성하는 주력 사업이다.
올해 주요 그룹은 임원 승진자를 대폭 줄였다. 삼성은 2008년(247명) 이후 가장 적은 294명에게만 임원 타이틀을 줬다. LG그룹도 지난해에는 130명을 임원으로 승진시켰지만 올해는 122명으로 줄였다. 전체 숫자는 줄었지만 신사업 등을 위한 ‘깜짝 승진’은 오히려 늘었다는 평가다. LG는 지난해 3명만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켰지만 올해는 무려 10명에게 사장이나 부회장 타이틀을 줬다.
전문가 임원이 뜬다
부사장 이상 승진자들이 주로 일한 분야를 분석해봐도 기업들의 ‘전문가 선호’ 현상은 뚜렷하다. R&D 출신이 29명으로 가장 많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가진 대체 불가능한 인재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생화학 학사, 노스웨스턴대에서 유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 손꼽히는 바이오 신약 전문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1 대 1로 논의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52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장이 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전공에서는 경영학(20명)이 가장 많지만 기계공학(13명), 화학공학(11명) 등 이공계 출신이 47.8% 였다. 학벌은 아직까지는 ‘SKY(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출신이 많다. 서울대가 31명으로 가장 많고 고려대(13명), 연세대(10명), 성균관대(10명), 한양대(6명), 경북대(5명) 순이다. 하지만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서울산업대 건축학), 김태윤 현대자동차 중국담당 사장(울산대 기계공학), 권봉주 GS리테일 부사장(원광대 경영), 김효섭 삼성중공업 부사장(부산수산대 기관학) 등 전문성을 살려 승진한 사례도 많다. 특히 김태윤 사장은 전문성을 인정받아 고문으로 물러났다가 이번에 다시 사장으로 복귀했다.
재계 관계자는 “임원의 세계에서도 자신만의 강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든 시대가 열리고 있다”며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전문가형 임원이 각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