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2회 ‘무역의 날’ 기념식이 어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3년 연속 참석해 수출역군들을 격려했고, 1328개사가 수출탑을 수상했다. 수출액 순위는 사상 처음 세계 6위로 한 계단 더 올랐다. 하지만 잔치여야 할 기념식 분위기는 전혀 밝지 못했다. 무역 1조달러 돌파를 기념해 제정한 ‘무역의 날’이건만, 올해 1조달러가 4년 만에 무너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올 1~11월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7.4%, 수입은 16.6% 감소했다.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이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올해 수출 부진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중국 인도 등 주요국은 두 자릿수 감소세다. 세계경제 회복 지연에다 저유가 충격까지 겹친 탓이다. 내년에도 수출이 줄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게 전망기관들의 예측이다. 대외여건부터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에다 저유가로 인해 주된 수출 상대인 신흥국 시장이 더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 장기적인 수출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수출이 부진하자 내수에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다. 하지만 우리에게 수출은 여전히 최대 성장동력이자, 일자리의 원천이다. 간판 수출 대기업들이 살아나지 않고선 경제회복도 기약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가 외환·금융의 충격이라면 지금의 위기는 펀더멘털의 위기다. 일본 중국 등 경쟁국에 기술도 가격도 밀릴 정도로 취약한 산업경쟁력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바로 위기의 본질이다. 켜켜이 누적된 고비용 구조 속에 미래 먹거리를 만들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대가가 부메랑처럼 수출 부진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무역대국 반열에 오르기까지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웠던 적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무역인들이 세계를 누비며 시장을 발굴하고 더 나은 상품을 내놓아 정면 돌파해온 게 한국의 50년 수출 역사다. 박 대통령의 주문처럼 창의와 혁신으로 재무장하고 4대 개혁을 서둘러야 함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 수출은 어려울수록 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