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옥포1동 식당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경남 거제 옥포1동 식당가. 점심시간인데도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지난 3일 경남 거제시 옥포1동 식당가. 점심시간이 됐지만 식당을 찾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6개월 전만 해도 대우조선해양 임직원으로 북적였던 곳이다. 하지만 대우조선이 2분기에 3조399억원, 3분기에 1조2171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풍경이 확 바뀌었다.

공무원 손님만 바라보는 식당가

이곳에 있는 한 횟집은 최근 들어 점심시간에 장사를 하지 않는다. 점심시간 손님이 최근 6개월 새 반 이상 줄어 남는 게 없기 때문이다. 궁여지책으로 저녁 장사만 하기로 했다. 횟집 주인은 “여기는 대우조선 직원을 보고 장사를 하는 곳인데, 최근에는 공무원 손님이 없으면 문을 닫을 판”이라고 말했다. 인근에 있는 한정식집과 고깃집은 아예 문을 닫았다.

거제가 휘청이고 있다. “외환위기가 뭔지도 몰랐다”는 거제였다. 거제에 조선소가 지어진 1970년대(삼성중공업 1977년 준공, 대우조선 1981년 준공) 이후 40여년 만의 불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이 대규모 적자를 낸 여파다. 두 회사는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조(兆)단위 부실을 냈고, 저유가의 지속으로 수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거제 시내 상가는 6월 말 1만3727개에서 10월 말 1만2116개로 4개월 사이에 11.7%(1611개) 줄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 주변이 큰 타격을 받았다. 삼성중공업 인근의 고현동과 장평동 상가는 각각 438개와 219개 감소했다. 지역별로 봤을 때 1, 2위다. 대우조선 인근의 옥포1동과 옥포2동에서도 각각 172개와 156개의 상가가 사라졌다. 장사가 안되기 때문이다.

원일식 옥포시장 상가번영회장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와 올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거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하더니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의 대규모 적자 얘기가 나오자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거제 시내 마트의 매출도 줄었다. 한 대형마트의 지난 3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감소했다. 메르스가 발발한 2분기(7.2% 감소)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마트 관계자는 “조선소의 대형 적자가 메르스보다 더 무섭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도 꽁꽁

부동산 경기도 얼어붙고 있다. 거제시는 지난 10년간 ㎡당 평균 공시지가가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이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190% 올랐다. 땅값은 물론 아파트값도 떨어질 줄 몰랐다. 작년만 해도 신규 분양 아파트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됐다. 지금은 아니다. 아파트값도, 원룸 월세도 하락하는 추세다.

한 공인중개사 대표는 “2억~2억5000만원 정도인 중형 아파트(전용면적 62.8~96.9㎡)값이 6개월 새 2000만~5000만원 정도 떨어졌다”며 “1년가량 거제에서 일하는 단기 인력들이 선호하는 원룸의 월세도 50만원에서 35만원 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말을 기준으로 분양 중인 9개 아파트 단지 일반분양 4438가구 가운데 32%인 1440가구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내놓자마자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던 작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고 부동산 관계자들은 말했다.

거제=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